세자빈, 강빈, 민화빈으로서의 삶

<별궁의 노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별궁의 노래 - 잊혀진 여걸 강빈 이야기
김용상 지음 / 순 / 2010년 5월

이 책은 처음부터 꽤나 독특한 첫 느낌을 나에게 주었다.
우선 첫째로 내가 김인숙 작가의 <소현>이라는 책을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현세자빈의 이야기를 잡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살펴보니, 동명으로 작년에 상하권으로 출판되었던 책이었다.
작년에 만나지 못했는데, 새 개정판이 나와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인연같은 느낌이었다.
두번째는 작가의 이력 때문이었다.
김용성 작가는 취재기자에서 편집국장까지 지낸 기자통이었다는 점에서도 독특했지만, 그가 추리소설 작가였고, 이 책이 첫 역사 소설이라는 점에서 기대반 의구심 반이었다.
세째는 소현세자를 여성인 김인숙 작가가 그려냈고, 소현 세자빈은 남성인 김용상 작가가 묘사했다는 점이었다.

나의 이러한 독특한 첫 느낌들이 모두 책에 잘 반영되어 있었고, 기대 이상이었다.
지아비가 소현세가자를 그늘과 성리학 기반의 사대부 사상에 가려져 있던 소현세자빈을 빛나게 세상밖으로 끌어냈다.
역사적 사료를 철저히 조사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성이 매우 돋보였고, 주변 상황에 대한 세부적 부연 설명이 더욱 이해력을 높였다.
조용한 성품의 소현세자와 달리, 거침없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소현세자빈을 선 굵은 필체에 담아내고 있었다.

소현세자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유명한 삼배구고두례이다.
삼배구고두례는 인조가 조선을 침략한 청에 패해 홍타이지 (태종)앞에 무릎꿇고 세번 절하고 절할때마다 세번 머리를 땅바닥에 짖찧었던 사건이다.
이사건은 소현세자와 소현세자빈 그리고, 봉림대군 내외를 청에서 8년동안의 볼모생활을 하게 하였다.
소현세자 내외의 청나라 심양에서의 생활은 칙욕적이고 험난하였따.
심양관의 관소 살림은 세자빈의 몫이었고, 청에 끌려온 조선인은 세자 부부에게 마음의 빚이었다.

볼모가 된 세자내외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능하다.
청의 핍박과 굴욕속에서도 제대로 반항할 수 없었고, 청국과 조선의 사이에서 조율 역할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따.
이런 관계속에서 청국에 끌려온 조선인들의 곤궁한 삶과 조선의 가난하고 답답한 현실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세자 내외는 청국에서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과학 기술과 상업의 발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세자 내외는 김수진을 통해 세계지도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아담 샬 신부를 만나 천주교와 신 문명을 만나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과 문물은 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놀라움과 경이로움 이었다.
조선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어야 할 세자 내외에게는 부국강병에 대한 그림을 그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진취적인 세자빈은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체면과 겉치례를 벋고 직접 실천에 옮겨 실행한다.
150만평이 넘는 토지를 개량하여 곡식을 생산하고, 청과 조선사의의 무역을 주도하여 의주 상단도 꾸린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노예로 팔려가는 조선인들을 구하고, 조선의 미래를 위해 쓰인다.
그러나, 이러한 세자빈의 모습은 친명반청을 고집하는 사대부들에게 비난의 대상이었고, 특히 김자점 등의 간신 세력과 조녀 조소용의 간신질 대상이었다.
인조, 군주로서의 이름이 아까운 멍청하고 무능한 능양군은 왕권 존속에 여념이 없어 자식인 세자를 경계한다.

이책에서 특히 가슴 아팠던 부분은 세자 사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학질이라는 말도 안되는 병명으로 세상을 떠난후 홀로 남은 세자빈은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다.
청에 볼모로 잡혀있던 시절의 당당함과 진취적인 아름다움은 오히려 고국인 조선에서 사라졌고 움츠려 들었다.
특히 세가가 죽은 후 그녀는 별궁에 갖히고 온갖 모함에 시달리다가 결국 능양군의 사약으로 죽음을 맞는다.
슬프고, 원통하고, 애닮은 한 여인의 세자빈, 강빈, 민화빈으로의 짧은 삶이었다.

요새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떠오르면서 인조, 아니 능양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차에 <소현>과 <별궁의 노래>를 읽으면서 능양군에 대한 분노와 같은 절망감이 느껴진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를 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 책이 역사 소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허구성을 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별궁의 노래>로도 능양군의 집권시기의 소현 세자 내외의 비참함을 잘 알 수 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별궁의 노래를 들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