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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평범함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모습이 평범함의 표준이 될까?
이 책을 읽고, 인터뷰 내용을 통해 주인공들을 만나며 드는 생각이었다.

나의 엄마는 항상 나에게 충고해 주셨다, "평범하게 살아라".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신 것을 보면 엄마의 눈에 나는 평범하지 않은 아이였나보다.
엄마의 눈을 빌어서 평범함을 이야기 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바른 소리와 자기 주장을 줄여라.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들어내지 말아라.
공무원이나 선생님이 되라. 여자의 직업으로 최고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되도록 오랜동안 다녀라.
좋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중산층 남자를 만나 결혼해라.
결혼해서 아이 하나 또는 둘을 기르며 가정을 이룬다.
안타깝게도 엄마의 바램과 달리 취직했다는 점만을 빼면 단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내가 보기에도 책속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평범하진 않았다.
오히려 독특하고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데로 살고 있었다.

이책과 작가 박근영님을 통해 만난 11명은 외딴 무인도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가 여는 글에서 고백하였듯 하나의 동일된 느낌을 가지고 만난 인터뷰들이었다.
"자신의 욕망속에 속아도 보고 꺾여도 본 자들, 한번쯤 삶에 굴절되어 보았으나 연민이란 거울방에 갇히지 않고 희망 없이 희망을 꿈꾸며 나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나는 '동무'라고 부른다.
이 인터뷰는 그런 '동무'들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내가 11명의 삶을 따라가서 그들의 삶속에서 발견한 것은 고독과 열정이었다.
언젠가 스쳐 지났을지 모를 정도로 우리의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나, 저 멀리서 바라보면 눈에 띄일 정도로 다른 방향을 향해 고독하고 열정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중에서 가장 독특한 삶은 여행작가 변종모이었다.
변종모의 삶을 쫓아가다 보면 그가 태어난 고국인 한국도 그에게는 파키스탄과 쿠바와 같이 꼭 들리는 장소일 뿐인거 같았다.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삶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지만, 그와 같이 한국에서도 이방인 같지는 않았다.
그처럼 한국에서의 삶을 여름옷 몇벌과 냉장고만 남기는 이는 처음이었다.
특히 박근영 작가가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다른 인터뷰와는 다른 미묘한 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에 포스트 잇을 붙여 놓는 습관이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붙여둔 포스트 잇이 11개가 넘었다.
주르륵 흩어보니 각 인터뷰마다 곡 1개 이상의 포스트 잇이 붙어 있었고,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공감하였고, 기억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어한 모양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나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수많은 선택과 기쁨과 아픔과 슬픔과 좌절을 떠올려 보았다.

포토 그래퍼 하덕현은 사진기와 함께 담담하게 삶을 즐기는 여유롭게 걷는 사람이었고,
패션 디자이너 문성지는 치열하게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연극 배우 김주현의 삶은 열정 그 자체였고, 저돌적이었다.
영화감독 이종필은 평범한듯 하지만, 그 내면은 치열하였고, 또 치열한 듯 조용한 사람이었다.
만화가 김풍과 뮤지션 이지린은 서로 너무나 달라 마치 N극과 S극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을 만나게 하고 싶었다.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바다 저멀리 외딴 섬이 눈에 띄일 때가 있고, 오랜동안 바라보기도 한다.
너무 멀고 작아서 가라앉을 듯 아슬아슬해 보이고, 배도 멀리 돌아가 갈매기만이 드나드는 모습에 고독해 보였다.
그러나, 왠지 눈길을 끌고, 고독하지만 당당해 보인다.
이 책속의 11명이 그러했다.
저 멀리 파도와 바람 속에 위태로와 보이지만, 당당하고 고독하고 열정적이었다.
거대한 내륙과는 다른 색채와 모습이지만, 내륙을 그리워하거나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저 멀고 큰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나의 위치에 따라 어떤 섬은 더 크게 다가왔고, 또 다른 어떤 섬은 아주 멀리 느껴졌을 뿐이다.

11명은 세상이라는 이름의 눈과 말이라는 파도와 바람에도 맞서 당당하고, 시련과 좌절이라는 폭풍우에 침식되어도 버티어 서서 크고 먼 희망의 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당당하고 열정적이며 고독한 삶에서 나는 질투심을 느꼈다.
이 책을 통해 그렇게 나는 또 한번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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