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코끼리의 등>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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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등
아키모토 야스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코끼리의 등' 이책의 제목이 너무나 독특했다.
자주 볼수 있는 코끼리도 아니고, 코끼리등에 올라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왜 책 제목이 코끼리 등일까 의아했다.
책을 처음 접했을때 제목과 책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서 적잖히 당화하였다.
이 책은 48세의 마지막 해에 폐암선고를 받은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을 둔 후지야마 유키히로가 바로 그 남자이다.
부동산회사 기획부장인 그는 일상속에서 바쁘게 지냈고, 특히 앞만 보며 달려가다가, 결국 폐암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절하게 된다.
남은 기간이 6개월.
후지야마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의 인생들에게 유서를 쓰면서 남은 생을 보내기로 한다.
33년전의 첫사랑에게 보내는 거짓 동창회소식을 시작으로, 그랜드 펑크의 앨범으로 싸워서 31년간 연락을 끊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자신이 배신한 거래처 사장을 통해 용서를 빌었다.
젊은 시절 사랑의 배신을 했던 옛 연인인 미즈하시와 마지막 섹스로 유서를 대신하였고,
아내외의 또다른 사랑인 아오키 에쓰코와 실명으로 숙박부를 쓰고, 5년전 가명으로 여행했던 하코네에 여행을 하였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입사동기인 다카자와에게 상처를 주었는데, 오히려 그는 그녀를 피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다카자와를 통해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딸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계모에 대한 증오로 큰형 고이치와 오랜동안 쌓았던 담을 무너뜨렸고, 라이벌이었던 입사동기 이시카와와 맘을 터놓을수 있었다.
이처럼 후미야마는 과거에서 미래로의 삶을 남은 생에 모두 더듬어내고, 엉킨 것을 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매우 행운아였다.
그는 배신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용서했고, 아직도 사랑했다.
책속에 소개된 노랫가사 '결국 각각의 인생이 강물의 흐름처럼 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거나 깊어지거나 얕아지거나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등 보기엔 제각각 달라도 마지막에는 똑같이 바다로 흘러간다'처럼, 그의 인생은 비록 짧았을 뿐이다.
남은 짧은 생동안 그는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당당히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어했고, 상처주었던 사람들에게 화해와 용서를 구했다.
이 책에서 보듯 사랑을 표현하고,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데는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내 해결할수 있음에도 후지야마처럼 30년이상 걸리고 때로는 평생이 걸리기도 한다.
가끔 암환자들의 수기나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드는 생각이 있다.
처음 책을 집기 전에는 죽어가는 아니, 세상과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면서 남은 생을 정리하는 모습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물론 이런 모습에서 삶의 무게감을 느끼게 되며,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남은 생또한 삶이기에 하루하루를 진지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더 보이게 되고, 그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죽어간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삶을 바라보고 마주 대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용기와 감사, 사랑 그리고 희망을 얻는다.
이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후지야마가 이마노 사장에게 자신의 병을 털어 놓는 장면이었다.
자신은 폐암에 걸렸고, 몇달 생이 남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후지야마에게 이마노 사장은 이렇게 위로한다.
"행복한 하루는 따분한 1년에 해당하는 법이지"
이제 인생을 좀더 알차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자신을 솔직히 마주하는 것이 진정 오래 장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코끼리의 등'이라는 책 제목을 살펴보자.
책을 모두 읽고나니, 알거 같았다, 왜 이 책 제목을 코끼리의 등이라 했는지.
코끼리는 자유로이 밀림을 돌아다니는 코끼리가 아니었다.
세상속을 살아가는 코끼리인 것이다.
가족들을 등에 실고, 무거운 짐을 등에 메고 일생의 모든 시간을 세상속에서 걸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할 시간인 것이다.
마치 그때를 알고 코끼리들이 죽기직전에 간다는 코끼리의 묘지로 행하는 그 모습.
그 힘들게 일하고 생을 정리하기 위해 세상과 뒤돌아가는 그모습.
바로 그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