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고뇌가 마음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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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소현세자. 그를 둘러싼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통해 그를 알게 되었다.
병자호란의 치욕속에 인조는 청나라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례를 하고 자신의 아들인 소현과 봉림, 인평을 볼모로 빼았겼다.
그리고, 돌아온 아들 특히 소현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못해 결국 귀국 두달만에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소현세자의 주검이 선혈과 검은 피부로 대변되어 독살이 의심되었고, 소현의 부인을 독살혐의로 사약을 내렸다고 들었다.
따라서, 그런 소현에 대한 김인숙 작가의 이 소설을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은 소현세자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 않았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는 소현세자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먼 비장함과 비통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특히 김인숙 작가의 탁월한 문체가 소현세자의 처지와 감정을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어, 섬세하게 소현의 감정선에서 떨림을 느낄수 있었따.
특히 인질로 갇혀 살수 밖에 없고, 그리운 조국을 갈수 없는 처지,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안타까움이 저리게 다가왔다.
홍타이지 죽음 이후의 청나라의 어지러운 정세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아니 조선을 위해 침묵과 인내를 거듭해야 했으며,
새로운 섭정왕 구왕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가슴아픈 역사가 흐르고 있었다.

소현은 왕이 되지 못하고, 조선의 뿌리를 두었으면서 뿌리채 뽑혀 낯선 청나라에 심겨진 천일홍 같은 느낌이 들었다.
뿌리내리지도 못하고, 화려하게 꽃피울수도 없고, 돌아갈 날만을 기다려야 하는 천일홍
그 아름답고 희고 향기로운 꽃을 우리 역사에서는 만날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석경과 동생 봉림을 통해 그의 인격적 향기를 대신할 수 있었고, 섭정왕 구왕의 행동을 통해 그의 아름다움을 알수 있었고,
소현 세자의 행동과 선택에서 그의 조선의 사랑이 얼마나 흰지 알수 있었다.

우리의 불우한 역사와 울분의 역사가 소현의 인생에 반영되어 있었고, 김인숙 작가의 붓끝에서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누가 그를 죽였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가장 미약했던 한 부분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었고, 어느 순간에도 소현처럼 비루함이 아니라 아픔을 견디고 참아내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만상처럼 청나라에 뿌리내려 동화되어 이 세상에 비통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더 큰 고통이 되는 것이다.
소현처럼 당당함과 자긍심을 버리지 않고, 더 큰 꿈을 꾸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