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노학자가 살아온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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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책을 처음 받아본 순간, 한  노인의 모습에 눈길이 갔다.
웃음을 머금은 듯한, 그리고, 무언인가를 설명하는 듯한 모습이 뒤편 석상을  닮아 있었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무엇일지 너무나 궁금한 생각이 들면서, 멋진 인생이라는 글씨를 뒤로하며 책장을 넘겼다.

90세의 노학자. 세계전쟁속에 독일로 유학을 간 지식인.
중국, 인도 등의 동방문화를 연구한 학자이자 교수.
무엇보다 학문과 인품으로 존경을 받았던 인물.
그동안 잘은 몰랐던 지셰힌이라는 스승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책은 90세의 노인의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가득하였다.
일반 자기개발서의 강한 어필도 없었으며, 자기 주장을 위한 논리적 서술도 없었다.
그저 한 노학자가 90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진솔하게 편안하게 나누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봄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있는 따스함과 여유로움이었고,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함이었고,
머리를 쓰담어 주시는 아버지의 손길과 같은 다정함이었다.

어느 구절이 좋았냐? 어떤 말이 감동적이었냐? 라는 질문에 "책 모두"라고 밖에 이야기 할수 없을 정도였다.
인터넷 서점등에서 책소개로 만날수 있었던 부분을 제외하고 몇개만 소개해 보겠다.
우선 유상철 소장의 머리말부터 멋지게 살아가는 지셴린 선생을 만날수 있다.
"거칠고 변화 많은 세상에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 걱정할 것이 없으리"라는 도연명의 시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계셨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로 이 도연명의 시구와 닮아 있었고, 내가 처음 지셴린 선생의 사진에서 느낀 느낌도 같았따.

지셴린 선생은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안정과 화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믿었다.
사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타인을 배려하기 쉽지 않다.
욕심이 나고, 자책이 되고, 비교가 되는 것이 인간사다.
선생이 몇번이나 이야기 했던 세가지 관계중에서 사람과의 관계, 자기 마음과의 관계가 이에 해당된다.
이런 맥락의 글들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공의 조건, 나쁜사람을 설명하는 곳에서도, 우정에서도, 특히 예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이런 그의 생각이 녹아 있었다.
"재능+근면+기회=성공"이라는 공식도 언급하셨다.
이중에서 선생님은 근면을 강조하였고, 스스로도 근면한 사람을 최고로 쳤다.

이러한 인생에 대한 직접적인 가르침 이외에도, 간접적인 가르침도 많았다.
나이를 들어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경험에서도 많은 경험을 얻었다.
지나가는 시간을 그리워 하기보다는 앞으로 올 시간에 대한 기다림으로 살아가야 하며,
작은 식견보다는 좀더 크고 넓은 식견을 가지려 노력해야 하며,
포용과 관용으로 세상사를 바라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하나 어렵지 않았지만, 그냥 지나칠수 없었고, 무엇하나 막힘이 없었지만, 잠시 생각하게 하였다.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노스승의 이야기에 한번쯤 귀기울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