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 안개같은 서늘하면서도 낯선 이야기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한국 작가로는 드문 스릴러 문학 단편집이라는 점에서 강지영의 이번 책이 내심 기대가 되었다.
책 표지에서의 느낌이 너무나 전체 단편집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르게 서늘한 작품들이 가득하였다.
이 단편집을 통해 강지영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작가의 글에서 할머니의 대필작가였을뿐이라는 독백에 강지영 작가와 함께 그녀의 할머니가 너무나 만나보고 싶었다.

이 책의 단편들의 공통점은 상처받고 고통받는 인간들의 등장이다.
마치 화려한 도시속 인간들의 고통의 일상을 한편한편 단편에 옮겨 놓은것 같이, 등장인물 모두 각기 나름의 이유로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었다.
남편에게 까지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는 트랜스젠더, 월세20~30십만원인 벌집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
재개발 빌라에 사는 벙어리 살인마와 백수, 세쌍둥이였으나, 탯줄로 자신의 동생을 죽인 무녀리,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게이, 한국1호 샴쌍둥이, 남성을 유혹하는 사향나무,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
캣 오 나인 테일즈 클럽의 독특한 취향의 회원들,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진정으로 죽을 수 있는 좀비들.
단편들 속에서 이처럼 평범하지는 않지만, 이 도시 어딘가에서는 있을거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치 푸르스름한 새벽여명속 안개를 일부만 만나듯이......

등장인물들만으로도 굉장히 나름의 고통과 아픔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능하다.
특히 내가 단편들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그녀의 거짓말", "하나의 심장", "Happy deathday to you"이다.
사채를 빌려 성전환 수술을 받고 결국 그 사채에 밀려 이혼당하고 죽은 트랜스젠더의 비극이,
하나의 심장을 갖고 태어난 두남자 샴쌍둥이의 서로 다른 시선에서 느낀 당혹함,
진정으로 죽기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야 하는 좀비들의 안타까움이 너무나 기억에 남았다.
이외의 작품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졌으나, 특히 이 세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모호성이 더욱 드러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삶이 때로는 죽음보다 더 공포스럽고, 생을 마감한 죽음이후가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느낌.
삶과 죽음이 경계를 애매하게 흐트려트림으로서, 진정 중요한 것은 살고 죽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였다.
아마도 작가 강지영에게 삶과 죽음보다는 개인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감, 행복감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