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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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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국에 약 5년간 유학을 간 경험이 있다.
그때 느꼈던 한국인들의 삶이 이 책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랐다.
오래전 이민오신 할아버지와 그의 아들.
미국에서 5년째 머물고 계신 한 가족.
공부에 찌들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박사과정 학생.
그때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이 책속 단편들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줌파 라히리는 마치 나와 같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많은 이민한 인도인들을 관찰한 듯 싶었다.
처음 [길들지 않은 땅]을 읽고는 혹시 작가 줌파 라히리의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9편의 단편들을 읽어보고서는 다양한 시각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들이 일치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그녀 역시 나와 같이 이민한 인도사회속 관찰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하였다.

작가와 나의 이민사회에 대해 같이 교차된 시선을 다룬 작품은 약 3편정도로 요약된다.
[지옥-천국], [그저 좋은 사람], [일생에 한번] 이었다.
내가 미국에서 보았고, 만났던 이민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이 세작품에 담겨있었다.
[지옥-천국]에서 외로움에 그리움을 품고 있는 프라납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은 주인공 엄마,
[그저 좋은 사람]에서 알코올 중독의 라훌과 자식이 좋은 대학을 졸업하길 바라는 라훌과 수드하 부모,
[일생에 한번]에서 헤마 가족과 헤마의 기대감.
이 모든 것이 아픔과 고통과 실망감으로 이민사회속 곳곳에 남겨져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외부 환경조차 녹녹치 않음에도,
같은 동족이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상처가 담담히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남는 작품은,
맨처음 등장한 [길들지 않은 땅]이었다.
루마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뚜렷하지 않은 원망감과 불편함,
루마 아버지의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
이 관계가 이민사회의 어려움을 낯게 깔고, 심리적 갈등이 텃밭을 중심으로 교체된다.
딸과 아버지의 관계라는 점에서 꽤나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었고,
언제나 말없이 돌아앉아 계시는 나의 아버지의 뒷 모습과 겹쳐졌다.
격정적이지도 않게, 마치 우리 삶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선이 꽤나 섬세하게 느껴졌다.

처음 만나는 작가 줌파 라히리는 떨어지는 낙엽을 조용히 바라보며 한숨쉬며,
푸르고 높은 하늘에 미소짖는 그런 섬세하지만, 격정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꽤나 가을을 닮아 있고, 내 추억을 떠올릴수 있는 편안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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