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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원고
트래비스 홀랜드 지음, 정병선 옮김 / 난장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사라진 원고]의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잿빛 안개속 작은 등불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두운 시대, 모스크바, 루뱐카 교도소의 배경들은 잿빛 안개를 연상시키듯
숨죽인 답답함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안에 작은 등불은 문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었다.

파벨은 루뱐카 교도소의 문서관리인으로, 모든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고
그저 임무를 따라 수행하면 문서를 소각하는 일을 한다.
그는 문서관리인전에 문학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였고,
많은 작품들이 불속에서 재로 바뀌는 상황에 무척 고뇌한다.
파벨은 그가 좋아하는 작가, 바벨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만남은 모든 것을 잃은 작가와 그 작품을 사랑하지만, 태워야 하는 독자로서의 만남이다.
작품들의 소멸,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벗어날수 없는 두려움.
파벨은 이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한다.

책을 읽는 동안 무거운 분위기에 눌려, 답답함때문에, 사라져 가야할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에서 책을 놓을수 없었다.
주인공 파벨은 열차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그 아내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에 힘겨워한다.
하지만, 반대로, 어머니는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에 걸렸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 옆에서 파벨은 역시 힘겨워하고 있었다.
파벨을 통해 작가는 잊혀져 가는 것과 기억하는 것에 대한
반대적 상황에 파벨을 놓아, 선택하게 하고 있다.
책을 꼭 소장하는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파벨의 고뇌가 남의 일만이 아니었다.
사라진다는 것, 그것도 내 손으로 없애버린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온몸이 늪에 빠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의 배경과 바벨이라는 작가가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고뇌가 현실이 되었다.
또한, 작가의 섬세한 터치가 가슴속에서 다시 현실로 다가와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탄압과 숙청이 있었다.
훈민정음본 역시 이런 탄압속에서도 누군가의 용기와 열정으로 살아남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시대적 판단의 오류가 한 세대가 아니 몇 세대가 지나 다시 새롭게 조명될수 있음을
여러 역사적 사건과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기억하는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음세대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며,
그 기억속에서 우리가 그리고, 인류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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