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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 전10권 세트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스케일이 큰 역사소설도 아니고 줄거리가 탄탄하고 복잡한 소설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우리나라의 생활사, 문화사, 풍속사를 마치 작가가 조선시대에 살았던 사람인냥 상세하고 생생한 묘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분야에서는 이만한 소설이 없으리라.
이 책의 실제 줄거리는 흥미롭긴 하나 앞서 말했듯이 약하다. 크게 두 개의 줄기가 있다. 하나는 혼례만 치르고 친영 가기 전인 한달 사이에 새신랑이 죽어버려고 하얀 소복을 입고 가마타고 시집을 와서, 그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청암부인'의 이야기이다.
또 하나는 종손이라는 위치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여린 강모와 그에게 시집와서 그대로 남편에게 외면받는 손부 효원, 강모가 사랑하고 강모를 사랑하지만 사촌지간이라 가슴속으로 애태우는 강실이, 강실이를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상놈 춘복이, 춘복이에 대한 애증과 양반에 대한 증오로 가득찬 옹구네의 이야기이다.
실제 중심스토리를 한 데 모으면 책 1권 내지 2권의 분량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액자식의 여러 이야기들을 품에 안고 있다. 고래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중국 고사, 인물, 역사, 종교, 향약, 반가의 세시풍속 등 다양하기 그지 없다.
분명 액자식의 이러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기는 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다. 특히 후반부에 7편에서 난 결론이 10권에서 난 결론과 같다.
7권에서는 스토리의 진도가 잘 나가더니, 8권에서는 반이 넘는 분량이 역사에 할애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백제 멸망, 후백제의 견훤, 왕건의 훈요십조에서 차령 이남 지방 인재 등용 배제, 그러다가 조선시대에 와서 이 모든 한을 풀 인물을 낳았으니, 그것이 바로 태조 이성계란다. 말하자면 조선은 백제를 계승한 것이란다.
내 알기로는 정여립의 난 이후로 조선 시대 역시 전라도는 버림받은 땅이 되었지만 작가는 그것으로서 전라도의 한을 풀고 싶었던 것 같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표현한 작가의 마음과도 일치하리라.
각설하고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읽을만 한 소설이다. 별 3개 반의 평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