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세트 (양장)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시리즈를 읽기로 마음먹고, 편한 마음으로 <아리랑>에 이어 천천히 읽었다.  아리랑을 읽을 때는 마음놓고 미워하고 비난할 대상이 외부의 '일제' 이기에 전적으로 몰입하고 공감하며 읽었다. 가슴 저편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눈물도 많이 흘리고 꿋꿋하게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감동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마음이 불편했다. 왜냐하면 다 우리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리랑을 읽을 때처럼 마음편하게 작가에게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읽지를 못했다.

   그러나 <태백산맥>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는 매우 크고, 일반 대중에게 미친 역사적 영향력 또한 아주 크다. 일반적으로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속에서 자란 세대들은 '빨갱이'라고 하면 우리 민족이기 이전에 타도해야할  원수라고 인식되어 왔다.  이 책속에서는 반복하여 공산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을 좋게 그려내고 있다. 염상진을 완전무결한 인간으로 그려내는 것도 그러하고, 입산자들의 진정성을 그려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이유로 조정래씨와 <태백산맥>이 과거 국가 보안법 위반 사건에 휘말렸던 것이라고 이해한다.  지금은 그 굴레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말이다.

  1980년대 말 이 책이 출간되면서 아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금기시되어 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폭로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에 걸릴만 하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조정래씨의 의도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오명을 쓰고 있는 "빨치산 투장자"들에 대한 해명 작업으로 보여진다. "이러이러한 의도로 이렇게 살다간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는 죄익들  중에서 아주 멋지고 진실한 사람들을 위주로 그려내고 있고, 우익 중에서는 타락하고 부패한 사람을 위주로 그려내고 있어 편향적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원래 오른쪽으로 기울어있던 시각을 왼쪽으로 기울도록 영향을 주어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균형된시각을 심어준다고 말하고 싶다.

   600만이 넘는 독자가 <태백산맥>을 읽었고, 어떤 설문조사에서 조정래씨가 이 시대의 최고의 작가로 뽑혔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공산주의자가 되어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에 가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현실에서 소련과 동구권은 해체되었고, 북한은 인민의 국가가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세습독재체제에 수백만을 굶어 죽이고 목숨건 탈출을 하게 한 나라이지 않은가?

 각설하고 조정래라는 거인은 정말이지 우리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크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그것도 문학작품으로  이렇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몇이나 되겠는가.?   느리지만 꾸준히 읽었고, 이 시대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 있어 가슴 뿌듯하다.

 또 하나 조정래 소설에서 만나는 매력은 전라도 사투리이다. 정말 구수하고 멋지다. 머리속에서 자꾸 맴돌고 떠나지 않는다.

아즘찮이 아즘찮이

각다분지게

앗싸리하게

새살까다

느다구읎이

춘향이 찜쪄묵게 이쁘구만이

저 눔의 입 변사 입 회쳐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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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0-2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태백산맥의 선명성은 아리랑보다 훨씬 농도가 짙죠.
태백산맥에서 느꼈던 <잘못된 역사>와 아리랑에서 느꼈던 <그 역사>가 우리 사회를 바루는 데 큰 힘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문학의 힘이겠지요.

문학소녀 2005-10-2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를 바루는데 큰 힘을 했을 거라" 는 말 참 인상적입니다. 태백산맥을 읽으며 왜 그리 마음이 불편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