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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 작가가 적었다는 블루편은 읽지 못했고, 우선 대출 가능한 Rosso만 읽었다.
책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첫번째,
아오이.
아가타 쥰세이.
라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참 멋지고 주인공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는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처럼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정성을 들여 애정을 담아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 피렌체 성당에서의 재회장면.
멋지다. 둘다 헤어진채로 10년동안 다른 사람 만나고 할 짓 다하며 살아왔지만 극적으로 그렇게 만나니 감동적이었다.
먼저 이탈리아 여행에서 피렌체의 두오모도 가봤었고, 밀라노의 두오모도 가봤었다. 웅장하고 화려한 대리석 성당에 압도되어 놀라움 뿐이었다. 그 때 같이 여행간 누군가가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에 배경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소설이나 영화를 먼저 보고 왔었다면 그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당으로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오이가 살고 있는 밀라노와 쥰세이가 살고 있는 피렌체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비디오로 영화를 봤다. 느므느므 잘 생긴 쥰세이, 진혜림도 아오이역에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첼로 선율. 마음에 들었다. 마음이 슬퍼지면서 묘하게 감동적인 음악.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누군가가 책이 낫다고 했다.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은 연애소설만 읽고 있는데, 이 유명한 소설을 읽는 건 당연지사.
아오이의 삶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의 사랑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다. 흔히 아오이는 겉으로는 냉정해보이지만 속은 여리다고 한다. 그 여림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 강한 척 한다고....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 아오이는 정말 냉정한 사람 같다. 주변에 아무도 필요없다는 듯이 혼자서 섬이 되려고 한다. 못됐다. 완벽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마빈에게 한 짓을 보면 그렇다. 쥰세이를 그렇게 떠났듯이 마빈도 그렇게 보내고 또 후회하는 삶을 살테지. 쥰세이의 그 편지 한장으로 삶이 그렇게 흔들린다면, 쥰세이를 그렇게 사랑하는 자신을 왜 그토록 억압하며 엄한 사람한테 상처를 주는지...
아오이도 마빈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쥰세이의 굴레가 너무 커서 일테지. 처음부터 아기문제는 오해라고 왜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또 어렵게 만난 쥰세이에게 마빈과 헤어졌다고 왜 진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건지. 아오이. 사랑받을 자격 있는가? 스스로 상처를 키우며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영화에서 쥰세이의 말이 기억난다. "끝까지 냉정했던 너를,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