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와 인과응보 이야기
일타 / 효림 / 199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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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1 저자: 일타 큰스님.

나는 종교가 없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절에 열심히 다니셨다. 불교재단 학교에 채용 원서를 넣으려고 했는데 채용 조건 중 하나가 법명 제출이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도 가끔 할머니 다니시던 절에 갔었는데, 그 절에는 승려는 없고 승려의 아들이 법사로 절을 운영하고 있었다. 법사에게 부탁하자 법명을 내려주었는데 지금은 잊어버렸다. 엄마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된다고, 되긴 되는데 열심히 해야겠다고 법사가 말했다. 그해 시험은 불합격하고 불교재단 학교도 떨어졌다. 그 다음해에 합격해서 임용되었다.
그러니까 법명까지 받은 사이비 불자이다. 그런데 어려서 2년 정도 개신교 교회에도 다녔다. 절에 다니는 할머니가 내가 교회에 다녀서 아빠가 병이 나고, 내가 비탈길에서 넘어져 얼굴을 다치는 등 계속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성경책과 찬송가책에서도 안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교회에도 안 나가게 되었다.

종교가 있으면 조금 편했을 수도 있겠다. 지금이 힘들면 내세의 구원을 믿고, 만사의 원인을 초월적 존재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직장이 힘들어? 시험에 들게 하심이야. 원하는 게 잘 안 돼? 기도하고 또 기도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어? 지금의 삶은 모두 공이야. 안 좋은 일이 생겨? 전생의 업이야.
종교를 잘 모르는 놈이 대충 이렇게 후려친 거라서 단순함에 너무 불편하지는 마시길.

이런 무지렁이가 웬 스님이 쓴 윤회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었다. 3년 전에 다른 책 사는 김에 600원 주고 샀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직후 품절되고 중고가가 몇 만원으로 치솟던 무소유를 몇 년 후 4500원에 사 놓았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윤회와 인과응보 책을 읽는 소감은...무소유를 읽을 걸 그랬다.

불교의 가르침은 자세히는 나와있지 않고, 스님이 불자들에게 해줄 법한 옛날 이야기 같은 게 모여 있었다. 이 세계관에서는 누군가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죽기 전에 저지른 일들이 내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자신이나 타인이 전생에 누구였는지 (책의 사례에서는 아주 자주) 알 수 있고, 그래서 현생의 어려움의 원인을 전생으로 돌릴 수 있다.

별로 진지하지 않게 최불암 시리즈, 서프라이즈 보듯 이야기책처럼 읽었다. 인과윤회를 유독 강조하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뭔가를 전하기 위함이겠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나쁜 짓하지 말고 살아. 현생에 잘못한 게 생애 내에서 응징된다 그러면 사실 안 그렇게 되고 잘 살고 천수를 누리는 사람도 많으니까 확인하기 어려운 내세를 끄집어낸 것 같다.

종교의 존재는 무언가에 기대고 매달리며 더 나은 상태를 바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거나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금의 어려움에 어떤 이유라도 있다고 믿고 뭔가에 의지하게 되면 더 견딜만해져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따지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종교가 있다. 아이돌 그룹, 좌파/우파 정치, 존경하는 위인, 의학, 한의원,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기 크리에이터, 아마 음악이나 교육도, 읽기와 쓰기도… 자신이 좋아하고 믿는 누군가, 무언가가 완벽에 가까운 좋은 것이길 바란다. 좋은 모습만 본다. 나는 좋은 무언가를 보더라도 그것의 불완전성과 모순과 흠결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좀처럼 좋아하지 않거나 좋아하더라도 믿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거나 그렇게 성장했다. 어떤 이들은 교만이라 말한다. 뭐 틀린 말 아닐 것이다. 문득 가장 어려운 믿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믿음이 결여된 삶은 어떠냐면 조금 쓸쓸하다. 미리 비관하게 된다.

그래서 뭔가를 절실히 믿고 그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확신하며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글을 굳이 찾아 읽는다.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이 글은 나를 설득할 수 있을까. 윤회라는 상상은 재미있긴 하다. 이번 생은 글렀어, 하는 것도 이전 생이나 다음 생이 있다는 걸 말하는 중에 전제하는 것 같다. 죽으면 다시 태어나지 말자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어떤 종교에서는 그게 엄청난 성취여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굳이 죽으면, 따위 생각하지 말고 내일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도 내려놓고, 지금이 어떤가 좋지 아니한가 일하는 상태도 아니고 헛소리를 구구절절 쓸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아닌가 600원 짜리 책으로 시간을 써 버릴만큼 한가하지 않은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다.

이 책은 외워버릴 정도로 들었던 전래동화나 설화, 삼국유사 그런 데서 보던 게 아니고 불교 구전 이야기들이었다. 권선징악에 가까운데, 인과응보, 하면서도 대부분 처음 읽는 새로운 이야기들이라 읽기에 나쁘지 않았다. 착하게 살아라, 나중에 한대로 다 되돌려받는다 그런 말 자꾸 읽으니까 정말 왠지 착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밑줄 긋기
-집안의 친가, 외가 식구 49명 모두가 차례로 출가하였고, 나도 국민학교를 마친 14살 때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통도사에 계시는 고경 스님을 뵙고 출가하였습니다. (18, 온집안 출가한 게 놀랍고 마침 통도사가 나오는 소설을 쓰고서 스님이 출가한 사찰을 보니까 오 가 본 곳 할 수 있었다.)

-부처님! 일월의 광명이 사사로움 없이 널리 비추는 듯하지만, 높은 산을 먼저 비추고 맑은 물에 먼저 나타납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심은 인연 없는 중생까지도 마치 홀어머니가 외아들 생각하듯 하시겠지만 신심있는 자에게 먼저 이를 것이요, 인연 있는 중생에게 먼저 미치지 않겠습니까? (108, 고생하다 겨우 급제했는데 3일만에 죽어버린 남편을 살려달라는 부인의 말. 열심히 믿고 인연 있으면 좀 더 잘 봐줘야지? 하는 게 간절함이겠지만 너무 속되서 베껴왔다.)

-마치 파도가 없어지면 물이 고요해지고 고요한 물에는 하늘의 달이 그대로 비치는 것과 같으며, 먼지가 가득한 거울에는 사물이 제대로 비치지 않지만 먼지만 닦아내면 밝은 형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모두 올바른 참회를 이루어, 업의 결박을 벗어난 대자재의 삶을 살도록 합시다. (109-110, 앞의 부인의 일화(결국 남편 살아남) 뒤에 참회가 달라붙어서 흠 난 참회가 부족한 것인가)

-죄 가운데 남의 선행을 방해하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없기 때문에, 당신이 오기만 하면 나와 함께 지옥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112, 헉 이 독후감 쓰는 것과 함께 지옥 확정)

-부처님의 일월 같은 광명은 사사로움이 없어서 모든 중생에게 다 비추지만, ‘선조유신하고 선조유연이라’ 신심있는 중생을 먼저 비치고 인연 있는 중생에게 먼저 내리기 마련인 것입니다. (114-115, 사사로움 있잖아!)

-진실로 부처님 법을 믿는다면 삼세의 인과와 윤회를 믿어야 하고, 삼세의 인과와 윤회를 믿는다면 이후로는 결정코 부처님 법을 떠나지 않고 세세생생 불법을 믿겠다는 것과, 지혜를 닦고 복을 짓고 죄업을 참회하며 살기를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218, 이 책이 반복해서 가르치는 핵심 내용)

-아무리 허물이 커도 참회가 올바르면 죄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지 않습니다. (226, 다른 종교의 약속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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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1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6-10-12 17:40   좋아요 1 | URL
아주 오래전에는 의무 발령 이런 게 있었다는데 요즘은 또 경쟁률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젊은이들에게 약간 기피 직업(?)된 거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