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2 저자: 양안다. 이 시집 초판은 2020년에 나왔고, 내가 가진 건 5년 후 11쇄이다. 그 사이 56권의 시집이 민음의 시 시리즈에 덧붙었다. 그렇게나 시를 읽는 사람이 많은 게 신기하고, 오래도록 읽히는 시집도 신기하고, 그걸 이제야 보는 나도 신기하다. 이건 8월 읽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였다. 10월이 되었다.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느낌이 있는 말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말은 다 천하고 가벼워서 무얼 써도 식상했다. 속상했다. 번뜩인 적이 있었던가 싶지만 이제는 햇빛을 오래 받은 책등처럼 빛깔이 바랬다. 책장은 누렇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쥐고 넘기면 파스라질지도 몰라. 책장이 그대로 먼지가 되거나 재가 된 걸 본 적은 없다. 책 위에 들끓는 먼지다듬이 벌레를 눌러 죽인 적은 많다. 그렇게 벌레만 눌러 죽였다. 두 달이 넘게 읽다 말다 했다. 시 한 편이 너무 길었다. 나는 당신의 말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몇 글자 쥐어지지 않았다. 읽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다. 글자를 눈에다 비볐다. 눈에 묻은 글자가 뇌까지 기어올라가지 못했다. 8권째 양안다의 책이었고 이제는 정말로 그만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끝내 시를 읽을 줄 모른 채 남았다. +밑줄 긋기-다시 유년으로 돌아간다면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해야지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되어야지(93, ‘우리는 프리즘 속에서 갈라지며(하)’중. 지금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될까.)-“사람 많은 곳을 걸으면 견디기 힘들어요. 내가 견디려는 건 무엇이죠? 나는 소리치고 싶은 욕구를 겨우 참아 내요. 상상 속에서 내가 폭발합니다. 파편으로 찢어져요. 다정한 사람이 괜찮냐고 묻더군요. 나는 괜찮아요. 대답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무작위로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166, ‘우울 삽화’ 중. 나는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