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1
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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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3 저자: 에드나 오브라이언.



아이들이 집 바깥에 있으면 불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개는 아이들이 해를 입거나 사라지는 상황이다. 그러면 내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친다. 생각 꺼져. 근거 없고 확률 매우 낮은 불안일 뿐이다.

아직 8월이다. 날짜를 잃어버리지도 않는데, 25년 전 이 날, 만16살 꼬맹이였을 때, 겁도 없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버스와 지하철을 거쳐 아주 먼 신도시에 갔다 왔다. 결국 아무 일 없었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모욕감이 들었고 많이 울었고 두려웠다.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대다수가 안도하는 표현을 하지만, 아직 8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휴가는 끝났다. 나도 그 끄트머리이다. 여행도 모험도 없었고, 방과후학교에 가는 아이를 바래다 주고 데려오고, 3주 간 치과 치료를 받고(아직 한 번 남았다), 극소수의 친구들을 만나고, 책 11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듀오링고로 아랍어를 따라했다. 알 하야 사으바 아다. اَلْحَياة صَعْبة عادةً 그렇지만 평온한 나날이었다.

꽂힌 책 중 가장 얇으니까 펼쳤다. 재미있게 읽었다. 단지 아이를 죽여버린 작가가 미웠다. 굳이 이런 감정을 끌어내려고 갑자기? 개연성 문제가 아닌 기분 문제였다. 22일 간 내내 머물던 나 대신 20일 넘게 떠난 엘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일곱 살 아이는 전남편과 함께 웨일즈로 여행을 떠났다. 아일랜드의 엘런은 당일 갑자기 휴 라는 남자와 즐거운 밤을 보낸다. 각성한 것처럼 비행기표를 끊어 프랑스(아마도 남부) 해변으로 간다. 마주치는 남자들마다 어떤 가능성으로 보인다. 멋진 배우 바비를 우연히 만나 그와 가까워지길 원하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그를 찾는다. 그전과 그 사이에 원하지 않는 접촉을 시도하는 남자 셋을 떨어낸다. 문득 생각난 전남편에게 연락했고, 아이가 여행 중 우유를 가지러 가다가 차에 치여 죽었고, 부서졌고, 이미 묻었다는 걸 알게 된다. 파티 피플들이 위로하고 호들갑을 떨고, 그렇게나 바라던 바비는 엘런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데려다니고, 뭔가를 사 주고, 엘런은 행복감을 느낀다, 바비에게 성병이 옮고 바비가 도망가기 전까지 아주 잠깐. 병과 무자비한 숙박비에 짓눌려 엘런은 집으로 돌아온다. 허무를 느낀다. 다시 휴란 남자가 접근해 오지만 밀어낸다. 다행히 병은 심각하지 않아 마음이 가볍다.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홀로 멀리 갔는데, 아이는 죽고 자신은 병에 걸렸다. 휴가 여행 한 번 간 대가 치고는 가혹하다.

휴가지에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는 소설은 주로 프랑스 작가, 특히 뒤라스 걸 두 권 읽었다. 정말 재미없었고 괜한 계층 차이를 느꼈다. 이번 소설은 그보다는 청량했고, 너무 코미디로 가지도 않았고, 이상한 구석 없는 한 사람이 겪는 시련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이가 죽은 설정 말고는 뭐 다 괜찮았다.

농구 수업을 마치고, 아이가 나온다. 물을 가져왔나요? 해서 바닥에 몇 모금 남은 탄산수병 가져온 것을 건넨다. 병을 돌려받고는 휴대용 선풍기를 들려준다. 양산을 펼치고 아이와 내 그림자가 양산 그림자에 가려지도록 신경 쓰면서 뙤약볕을 걷는다. 평온한 오전이다. 그러고나서 이 책을 마저 읽고 쓴다.


+밑줄 긋기
-그리고 거리에 서서 엘런은 남자를 갈망하며, 그가 저지른 가장 사악한 짓이란 엘런이 죽은 듯 살자고 체념했을 때 그런 식으로 다가와서 거짓된 희망을 건네고 하룻밤 동안 새 삶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37, 줬다 뺏는게 제일 나빠…)

-노란색 꽃은 무거운 꽃가루 때문에 지친 듯 축 처진 채로 흔들리고 있었다. 땡볕 속에서 힘없이 늘어진 모습이었다. 바비가 부드럽게 꽃송이를 따더니 다른 꽃송이에 정면으로 가져다 대고 살포시 포갰다.
“깨끗한 짝짓기.” 바비가 말했다.
“정말 꼴사나운데.” 그 광경을 완전히 몰입해서 지켜보던 데니스가 말했다. “쟤네 느낄 줄 알아?” (155, 눈앞에 그려보면 진짜 웃긴 장면이다.)

-바비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난은 향수와 마찬가지로 엘런이 폐기한 감각이었다. 이런 낱말들은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비하면 미미할 뿐이었다. 해변에서 보낸 날들은 빛바랜 꿈이었고, 오직 질병만이, 엘런 주변의 대기와 도로의 돌, 지나가는 자동차만이 실재했다. (227, 아프면 다 소용없어.)

-과거에 자신이 광증에 사로잡혀 인생을 망쳐 버릴까 봐 걱정했다는 것, 외딴 호수에 몸을 던진 두 여자처럼 미쳐버릴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생각하자 우스웠다. 하지만 이 병은 광기보다 동정받기 힘들었다. 전염되는 병이었고, 용서받을 수 없었다. (229, 남자들도 이따금 자기가 미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할까. 내가 다니는 의원의 대기실에는 압도적으로 여성들이 많다. 그래서 아마도 바깥 세상에 치료 없이, 자기가 미친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는 미친놈이 미친년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성병에 걸리는 걸 더 염려할 것이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어. 깊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필요하다면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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