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60725 저자:대니얼 리버먼


진화에 관한 책을 꽤 읽었다. 그런 뒤로 일상 속 많은 일들의 이유를 진화의 관점으로 추측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유를 찾고 완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므로 진화에 대한 연구는 그런 내게 재미있고 훌륭한 도구가 된다. 최근에는 진화심리학 책을 몇 권 보다가 이번에 진화생물학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여태 읽은 진화 책들 대부분 생물학적 접근이긴 했다.
‘인류의 진화‘(재미있게 읽었음)나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힘겹게 읽어왔으나 전 세계 온갖 곳의 유적지에 대한 벽돌책을 읽는 효용을 점점 잃고 놓고 있음)에서는 주로 고인류학, 고대사학(위의 책 저자중 하나는 선사시대라는 말을 싫어했다)의 관점에서 인간이 지금 모습까지 오는 여정을 일부 설명하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을 추정해보려는 노력은 이렇게나 여러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읽은 ‘우리 몸 연대기’는 초반부에는 유인원이나 고인류와 현생 인류의 비교를 한다. 중반부에서는 수렵채집인과 현대의 우리를 극명하게 가른 사건인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우리 몸에 준 영향을 (발전과 문명화에 대한 찬사는 너무 많으므로) 주로 안 좋은 쪽에서 분석한다. 책의 후반부는 ‘불일치 질환’, ‘역진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 인류가 많이 앓는 질환의 대표 사례들(비만, 당뇨, 골다공증, 근시 등)이 발생한 원인을 나름대로 추정해보고, 저자나 다른 연구자들이 제시한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저자의 설명은 친절하고 자세했기 때문에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분량이 주석 제외 500여쪽 정도로 많아서 오래 읽었다.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독서 같은) 것이 신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설명하는 글을 한참 앉아서 보았다. 그러다가 일어서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나는 그동안 골똘하고 가만하게 앉아 있는 걸 너무 많이 했구나, 그래서 혈전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 번 아픈 덕에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책에서 낮은 수치를 우려하는 HDL같은 건 정상 수치를 뛰어 넘어 치솟고, 내장비만레벨2단계로 체지방은 대부분 걷어내 버렸고, 스스로 인간 마운자로라고 할 정도로 식욕은 낮아졌고, 연료 공급의 의무감에서 수렵채집인과 유사하게 과일, 고기, 견과류로 이뤄진 끼니를 하루 한 번 이상 챙겨 먹고, 많이 걷고 계단을 선호하고,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라서 그냥 잘 하고 있네, 정도를 확인하는 정도의 효용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다고 남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달고 기름진 것이 맛있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편안한 게 좋다.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진화와 유전자는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환경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는 예방과 환경 변화보다는 이미 일어나버린 불행의 보완책 정도로 뭔가를 소비하게 하거나,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데 조금 더 기울이고 있는 것을 저자는 우려한다. 교육의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어린이들을 보호하듯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부드러운 개입 같은 것도 주장한다. 흠, 저자도 사람들이 자유를 잃고 건강을 강요하는 순간 폭동이 발생해서 그 건강수용소 체제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하긴 했다. 나에게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건강보다 현재의 즐거움이 중요할 수도 있다. 수렵채집인이 건강했던 건 그런 맛있고 재미있는 걸 누리지도 알지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면서 적응했던 것이니까. 지금 인류는 그렇게 걱정하던 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약물을 개발해서 엄청나게 맞아대고 있다. 다른 질환들도 어떻게 해결해 갈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다. 2013년에 나온 책이라 스마트폰의 위력 같은 건 진화적 관점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화면에서 눈을 못 뗀 채 걸어가는 사람들 보면 저러다 사고 나지 않나 싶은데, 또 알아서 주위를 살피고는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안 하고 걷는 인류가 선택될지, 끝없이 사용하면서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게 적응으로 기본값이 될지, 또 어떤 질환이 등장할지, 이건 내가 죽고도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밑줄 긋기
-앞서 말했듯이 잘 익은 과일을 구할 수 없을 때 유인원은 잎, 줄기, 풀, 심지어 나무껍질까지 먹는다. 예비 식량을 먹느냐 못 먹느냐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서, 이것들을 먹도록 돕는 적응은 강력한 자연선택을 받는다. (88, 사람이 별 걸 다 먹는 걸 설명하는데 참고가 될 사실)

-만약 침팬지가 먹는 과일에 영양성분표가 붙어 있다면, 섬유소 함량은 매우 높고 녹말과 단백질 양은 중간이며 지방 함량은 낮다고 적혀 있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다시피, 침팬지의 예비 식량(잎, 속줄기, 씨, 풀)들은 이보다 섬유소 함량이 훨씬 더 높고 녹말과 열량이 더 적다. 하지만 땅 밑 저장 기관들은 많은 야생 과일들보다 녹말이 더 많고 칼로리가 더 높으며, 대신 섬유소 함량은 약 절반이다. (91, 우리가 먹는 것들의 종류와 특성을 돌아보게 했다.)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어느 시점에 우리 조상들은 다른 영장류보다 많은 양의 지방을 비축하기 위한 여러 중요한 적응들을 진화시켰다.(177, 지금은 과거의 선택된 적응-지방 축적-을 벗어나기 위한 온갖 식품과 약품이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어깨가 덜 근육질이고, 허리가 약간 더 굽었으며, 몸통이 덜 술통 모양이고, 발꿈치뼈가 더 짧다. (200-201, 깨알 같은 비교. 쓸데 없어 보이는 동시에 유용해보이는 정보)

-열은 몸이 감염과 싸우는 것을 돕고, 관절통과 근육통은 나쁜 달리기 자세 같은 해로운 습관을 그만 두게 하며, 메스꺼움과 설사는 해충이나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한다. (241, 증상은 괴롭지만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원인을 해결해야 해.)

-그 자체로는 병이 아니라 할지라도 비만은 예전에는 드물던 자극, 바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얻는 것에서 비롯된다. (351, too much love will kill you, in the end.)

-빠르게 소화되는 포도당이 많이 든 음식은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더 빨리 허기지게 만든다. 단백질과 지방에서 열량을 주로 섭취하는 사람은 당과 녹말 식품에서 주로 열량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더 오랜 시간 배가 고프지 않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덜 가공된 식품이 허기를 덜 느끼게 하는 것은 그러한 음식이 위에 더 오래 머물면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70, 여러 번 인슐린과 혈당 지수에 대해 들어왔는데 여기서 한 번 더 자세하게 정리해 준다.)

-익숙해지는 것이 우리의 습성이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의문을 품으면 매우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으레 자신의 행동이나 환경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445, 두 번째 문장 비이성적인 내 얘기...책에 마지막 문장 끝은 ‘않다.’로 탈자되어 있다.)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이 아니듯이, 우리 몸도 가능한 모든 몸 중에서 최선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몸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몸을 즐기고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 몸의 과거는 더 적합한 자의 생존이라는 과정이 만들었지만, 그 몸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511, 이 부분이 내 눈에는 꽤나 낙관적으로 보였는데, 바로 뒷부분에서 저자는 안이한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볼테르의 선언을 오마주해서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 책을 끝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