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삶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3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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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7 저자: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이제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똥 먹은 입술로 이마에 키스를 하자 입술 자국이 남았던 것만 자국처럼 남았다. ‘소돔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를 두 번 읽고, 악명 높은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까지 보고, 이제 파솔리니의 ’폭력적인 삶‘까지 읽었으니 이런 완전체가 어디 있나, 있으면 나랑 친구하자.

거의 500쪽 가까이 되는 소설에는 빈민가 사람들의 지긋지긋한 생활과 비행과 죽음이 반복된다. 중심 화자인 톰마소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친구들이 노는 데에 잘 끼지도 못하고, 돈 벌려고 동성애자들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친구들과 차량 강도짓을 하고, 싸우던 사람 배에 칼침을 놓고 감옥에서 2년 살고 나오고, 창녀를 깨물고 핸드백을 빼앗아 돈을 챙기고, 여자친구 이레네를 교제 강간 시도하다 잘 안 되니까 여자 탓을 하며 뺨을 때리기도 한다. 일말의 연민을 품기에도 글러먹은 놈이었다.

결핵에 걸려 요양병원에 수용되었다가 간호사와 환자들의 파업, 단체 행동에 휘말려 병원을 나온 뒤 공산당에 가입하고, 수재로 판자집이 모두 물과 진창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소방 대원들을 대신해 고립된 여자를 구한 정도가 그나마 톰마소가 공동체에 공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여마저 자신의 어떤 신념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가 부탁하는 데에 떠밀려서, 어쩌다보니, 가오잡다가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남의 생명을 구한 대가로 톰마소는 폐결핵이 악화되어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잘 가, 톰마소.‘(494) 하는 마무리는 작가가 톰마소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건지, 인사하는 게 본인인지 주변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우중충한 책을 꾸역꾸역 읽었다. 진흙 구정물 같은 로마 인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1959년에 발표한 이 소설이 별 감흥도 없고, 소재만큼 지겹고, 공감하거나 애착이 가는 인간이 하나도 안 나온다고 하면 나는 인민의 적인가. 젊을 때까지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정말 밑바닥 가난함과 희망 없음을 겪거나 직접 마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살로, 소돔의 120일’ 감독이 소설도 썼대, 하는 이야기를 안 들었다면 이 책을 안 봤을 것이다.

감독의 죽음도 톰마소처럼 어처구니 없고 급작스러웠다. 책에서는 그 이유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영화를 찍고 얼마 되지 않아 그와 관계 깊던 소년들 중 하나가 작가를 죽였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다.(이 구절에 대해 AI는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으므로 논란이 있다, 정도로 고치라고 한다. 어쩌냐 이미 죽어서 상황을 말해 줄 수 없는 걸.) 어떻게 살았냐가 더 중하겠지만 어떻게 죽었냐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판단하는데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모든 이야기의 끝은 누구든 하나 이상 죽음, 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의 마지막이 어떨지 조금 궁금하지만 내가 내 끝을 알고 적어둘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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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두 형편없는 족속들이었다. 누가 그에게 좌파가 돼라 우파가 돼라, 이쪽이다 저쪽이다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유 시민이고 무정부주의자다. 그것으로 됐다. (222, 톰마소가 그런 사람이라는데. 나도 저렇게 찌질해보이면 안 되는데,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기웃대는 저 인간을 보면서 문득 걱정이 되는 것이다. 저런 톰마소도 이레네랑 성당에서 결혼하려고 자유기독당에 가입하려다가 병원 투쟁에 얽힌 뒤 공산당에 가입한다.)

-톰마소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는 쓰레기와 진창과 배설물 들이 주변에 널려 있고 양철과 방수포로 지붕을 덮은 판잣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드디어 지금 벽이 아름답게 칠해져 있고 계단에는 완벽하게 마무리된 난간이 쳐져 있는 호화롭기까지 한 건물에 살게 된 것이다. (272, 나는 벽지에 곰팡이 안 피는 집 살게 된 때가 좋았다.)

-그들은 담배 연기에 찌든 더러운 옷가지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모두 총 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410, 알고 싶지 않은 냄새)

-전에도 별거 없었다. 오막살이 몇 채, 녹슨 지붕 몇 개, 누더기 조금이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부서지고 흙탕물에 휩쓸려 강으로 떠내려갔다. (481, 돌아가신 할머니댁도 내가 어릴 때 수해로 침수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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