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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평점 :
-20260613 저자: 셰인 오마라.
책의 후반부를 읽을 무렵 깨달았다. 뇌과학, 도시생태, 사회학, 진화, 질병 예방 다 끌어다가 걷기의 효용을 두루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도 오늘 하루 그냥 집에만 있었다. 움직이는 게 낫겠지, 하고 오랜만에 실내자전거를 30분쯤 탔다. 저녁은 굽네치킨 고추바사삭과 치즈볼을 먹었다. 그러고서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었다.
곁의 사람이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해는 8시 다 되어서 지는데 7시 반쯤 되었다. 피곤해서 망설이다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의 걷기는 사뭇 다르다. 나는 빠르게, 넓은 보폭으로 걷는 걸 좋아한다. 곁의 사람은 땀이 나는게 싫어서 느릿느릿 보폭도 좁게 걷는다. 나는 걸으면서 전화기를 들여다보지 않지만, 곁의 사람의 전화기는 물아일체 수준이다. 나는 낯선 골목, 사람 적은 시간의 대로, 숲길 걷기를 좋아한다. 곁의 사람의 걷는 목적은 어떤 곳에 다다르는 것이다. 주로 마트나 빵집 같은 곳을 둘러보며 구경하길 좋아한다. 하나만 골라, 하면 나는 마냥 걷기를 고르겠지만, 곁의 사람은 빵과 과자와 아이스크림(세 개 잖아!)을 택할 것이다.
길을 나서자마자 학교 아이들을 마주쳤다. 서로 못 본 체 했지만 알았을 것이다. 평소에도 빛나는 행색은 아니지만 오늘은 뻗친 머리 가릴 버킷햇에다 원피스 대충 골라 입고 나왔는데 창피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나를 속상하게 한 적이 많은 터라 불편했다.
직장을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최대의 장점을 고르라면 그렇게 적당히 걸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것. 단점은 너무 많아서 생략한다. 아니, 아까처럼 아이들을 동네에서, 오가는 길에서 자주 마주친다. 일부러 내게 어디어디 사시잖아요? 하고 떠보듯 대놓고 말하는 아이에게 태연한 척 그래, 하면서 불쾌함을 삼킨다.
그래서 그렇게 아쉬운 시작을 지나 지하철 역이 있는 대로를 향하고, 그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시장과 먹거리 골목이 있어 적당히 둘러보았다. 결국 발길이 머문 건 처음 가보는 빵집. 멜론빵과 대파베이컨패스츄리? 대충 그런 걸 샀다. 그러고나서 다시 건너에 있는 마트에 갔다. 사람이 사는데 무엇을 그리 많이 사는가. 복작복작했다. 과자 코너에서 신제품이 보이자 곁의 사람이 신나했고 나는 부지런히 장바구니에 새로운 스낵들을 담았다. 라면 코너를 주의깊게 보았지만 새로운 건 없어서 넘어갔다. 식자재보다는 주로 냉동, 가공식품류들, 유제품과 마실 거리를 구경하고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고 나왔다. 빵값은 8천 얼마, 과자값은 9천 얼마, 운전도 안 하고 인터넷 장보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라 그렇게 장보기 나들이도 가볍다. 에코백과 그물백에 과자봉지랑 빵을 적당히 나눠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볍게 나갔다 생각했는데 5434보라고 한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걸었다. 그런데도 무릎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참 자전거를 먼저 탔구나. 어제는 병원에 가는 날이라 진료 시간을 기다리며 오늘보다 만걸음은 더 걸었었다. 이틀간 누적된 피로도 있겠다.
걷기를 즐기는 내게 그래서, 걷기의 효용을 이렇게 저렇게 외쳐대는 책은 딱히 쓸모도, 재미도 없었다. 걷기 싫은 사람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 와 역시 걷기가 좋은 거구나, 하고 설득되서 벌떡 일어나 나설지는 잘 모르겠다. 걷는 거 좋은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몰라서 안 걷는 사람이 있을까?
혼자 오붓한 것도 좋지만,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며 둘이 걷는 길이 재미있다. 이런저런 걸 보고 아무말이나 하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손은 잡아도 안 잡아도 좋다.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궂으면 궂어서 걷기 좋다. 그걸 알면, 같이 걷자, 할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저절로 걷게 될 것이다.
걷는 사람은 많이들 쓴다. 많이들 읽는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걸으면서 감각하는 세상을, 생각을 지금 이 순간의 나만 알기엔 아쉬운가 보다.
걷는 걸 좋아하게 된 지 8년차쯤 되었다. 별로 길지 않은가 싶다가 어느새 길어져 있었다. 세상 길은 무수하고 가닥가닥 연결도 잘 되어 있어서 한 번 밟고 갈 곳이 넘친다. 지루할 새가 없다. 다만 노동자는 하루의 긴 시간을 실내에 갇혀 계단을 오르내리고 복도를 오고간다. 실내보다는 실외 걷기가 뇌 활성화에 더 좋다고, 당연한 사실 같은데 이 책은 실험으로 증명된 걸 알려준다. 나는 내 뇌가 더 움직이길, 두 다리가 노곤하도록 마냥 움직이길 바란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이 없는데 걷고 싶은 곳은 늘 있다. 굳이 안 읽고 그 시간에 걸었으면 더 좋았겠다.
+밑줄 긋기
-인간의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침팬지들은 손과 발을 함께 사용하여 걷는 중간 단계의 직립보행을 한다. 이 변형된 형태는 ‘너클 워킹Knuckle Walking(손가락 관절 보행)‘이라 불리는데 특별히 효율적인 이동 방법은 아니다.(곁의 사람과 지난 번 걷기 때 이족보행에 대해, 영장류의 보행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저자는 인간의 걷기와 다른 동물들의 두 다리 사용에 제법 굵게 선을 긋는다. 난 이런 걸 보면 인간우월주의라고 외치고 싶어지고…)
-최근 유엔은 향후 30년 이내로 세계 인구가 2.9억 명으로 증가하고 22세기가 되기 이전에 3억 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2050년이 오기 전에 인구의 80~90퍼센트 이상이 도심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이건 오자 같아서 옮겨 왔다. 세계 인구가 아니라 도시 거주 총 인구라고 해도 숫자가 맞지 않다.)
-일반적으로 도시 규모가 클수록, 또 경제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특히 경제 성장이 더 높을수록 해당 도시 거주자들은 더 빨리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기는 평등하지 않을 수도…)
-결과적으로 노력을 관리하는 뇌 체제와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을 예측하는 뇌 체제는 매우 밀접하게 연동한다. 들이는 노력이 클수록 그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은 보상이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느리게, 많은 보상이 있는 경우 더 빠르게 걸어간다. 이는 도시에서 흔한 풍경이다.(내게 걷기는 뭔가 많은 걸 보상하나 보다. 누구보다 빠르게-)
-나아가 뇌는 노력과 보상의 균형을 통해 노력은 최소화하고 보상은 최대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나태함과 노력의 균형을 이루는 뇌의 진화된 반응으로 이해하면 된다.(인류 조상들의 움직임도 지금보다 딱히 더 많지 않았다고, 대신 덜 먹었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의 부피는 빠르고 쉽게 줄어든다. 더 나아가 근육량의 손실은 지속적으로 평생 새로운 뇌세포를 생산하는 뇌의 영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근육이 손실됨에 따라 뇌의 기능도 악화된다. 이와 함께 성격, 감정과 뇌 구조 자체에 유해한 변화도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자가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의 일종인 놀라운 자체 수정 메커니즘이 있는데, 이는 바로 운동이다.(뇌근육 손실은 생각을 잘 못했다… 걸으면 뇌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건데, 동시에 읽는 중인 ‘천 개의 뇌’에서도 뇌의 작용을 움직임으로, 움직임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뇌는 사고, 기억, 문제 해결, 기획, 기분 조절 등 기타 다른 다양한 일들을 돕는 목적을 갖는다. 규칙적인 리듬과 속도로 걷는다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얘기다.(그런데 걷기가 수학하는 뇌까지 살려주진 못한다…)
-걷기를 통해 건강상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적정한 거리를 높은 속도로 걸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4, 5회씩 최소 30분간 대략 시속 5~5.5 킬로미터를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오, 유일하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팁을 준 부분이다.)
-우리는 ‘네트워크 중심의‘ 관점에서 뇌가 어떻게 특정 기능을 돕는지 관찰하며, 더 이상 개별 영역을 언어, 시각, 촉각, 움직임 등과 같은 특정 기능만을 위한 곳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뇌의 다른 영역들 간 상호작용의 패턴이 학습과 기억 그리고 언어와 시각, 청각의 기능을 돕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천 개의 뇌’라는 책에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연령층과 성별에 무관하게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자연에 노출되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개인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과 교육 수준, 종교의 유무, 결혼의 유무, 봉사활동, 외적 매력과 같은 요인들에 못지않게 높다는 것이다.
개인의 소득 수준이나 외적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나가서 산책을 하는 것은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다. 자연환경에서 하는 활동이 행복과 웰빙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증되었기에 비록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자연이 유일하게 도심 속 공원일지라도 규칙적으로, 또 습관적으로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걷기는 평등하다. 평등해야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 했는데 내가 누가 싫어서 안 가냐! 했던 게 얼마전인 것 같은데...무슨 독후감에서였지…‘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이었다...)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나무, 삼림지대의 개울, 바위와 같은 자연에서도 영혼을 찾을 수 있다는 고대 범신론적 자연 숭배에서 대지의 어머니와 신들을 숭배하는 종교 그리고 오늘날의 ‘가이아‘와 같은 여신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를 스스로 제어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러브록 씨의 가이아 이론은 의외로 다른 과학 책에도 자주 등장해서 ‘태양을 먹다’였나? 하여간에 이만큼 반복되면 간단히 적어놓고 기억해줘야겠네 싶었다.)
-시끄럽고 한눈에 봐도 술에 취한 듯한 두 명의 남자들도 홀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나는 대각선 방향으로 걷고 있었고, 한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응시했고 더 빠르게 걷기 시작하더니, 왼쪽 어깨를 뒤로 살짝 움직였다. 거리가 아주 가까워졌을 때, 나는 그가 내 왼쪽 어깨를 있는 힘껏 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부딪치려는 순간 나는 내 왼쪽 어깨를 그로부터 멀리 돌렸고, 예상대로 그는 그의 어깨로 나를 치려는 시도를 했지만 내 어깨는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한 바퀴 빙 돌더니 어색한 모습으로 넘어졌다. 이것은 그의 뇌가 예측한 것이 아니었고, 그가 예상한 결과가 아니었다.(어깨빵 당할 뻔 한 걸 피했다-이 한 문장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꼼꼼하게 기억했다가 적어 놓았다. 작가의 성질을 긁으면 다들 이렇게 박제될 것이다…)
-그런데 꿈을 꾸는 것의 문제는 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걷기를 통해 꿈의 특성인 시간적 의미의 상실 그리고 몽상, 서로 다른 기억과 생각의 자유로운 연상을 경험할 수 있다. 척수의 패턴 발생기에 의해 걷는 속도가 규정되고, 규칙적인 걷기 리듬에 빠져들어 시간을 덜 의식하게 되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사고의 문이 열린다.(꿈과 걷기 중 저자는 글쓰기에 더 유리한 걷기의 손을 들어준다.)
-우리의 시간에 대한 인식은 시계처럼 정확하거나 일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단위는 실제 시간의 단위와 다르다. 이 경우 즐거움이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인간은 흔히 당시 기분에 따라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또는 길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손을 뜨거운 난로에 올려놓고 있으면 일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아가씨와 앉아있으면 한 시간이 일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 원리다.˝(‘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제목 말고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유한을 걱정하면서도 또 영원을 믿게 된다’고 독후감에 써 놓았다.)
-보다 자유로운 창의적 인지 상태를 장려하고 싶다면, 근로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화면에서 떨어져 움직이라고 해야 한다. 움직임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고, 이전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교류할 수 있는 실내•외 공간이 있는 사무 공간과 건물이 장려되어야 하며,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영감을 쉽게 기록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근무하면서 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고, 지원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산책을 좋아하지만, 직장 안에서는 사람 마주치는 게 힘들어서 걸을 틈이 있어도 앉아서 보낸다. 그래서 늘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
-오랜 기간의 심사숙고, 준비와 아이디어 개발, 새로운 문제의 적극적인 구축과 공식화, 장기간의 사고를 통한 다양한 답안에 대한 검증 그리고 걷기가 있었다.(수학자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덕을 걷기에게도 돌리는 저자)
-수학은 때로 낯설고 매일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현대의 물리학과 컴퓨터 게이밍, 애니메이션, 그래픽 그리고 심지어 전자 칫솔의 디자인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대부분 그걸 모르고 이를 닦지요.)
-그러나 몽상은 적어도 이 개념의 일반적인 정의에 따른다면 단순히 게으름이나 시간의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정신 관리의 관점에서는 매우 필수적인 행동으로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합하고 자신의 사회적 생활에 대해 질문하고 대규모의 개인적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 만약 몽상이 게으름이라면 이는 매우 독특하고 적극적인 형태의 게으름이다. 행동으로는 조용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활동적인 상태인 것이다.(아침 시간에 멍때리는 아이들 보면 뭐라도 하라고 말은 했지만, 그렇게 명상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 그대로 말해도 될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정부는 시위행진이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이나 부상에 대한 위험 또는 재산에 손실이 있지 않는 이상 지나친 통제는 금지되어야 한다. 정의 사회를 완벽하게 마비 상태로 만들도록 설계한 시위가 아닌 이상,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변화를 일으킬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걷기가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긍정과 믿음. 오늘 퀴어퍼레이드가 있었다고 한다. 퍼레이드는 걷는 거지? 그 주변에 기독교 단체가 무대를 설치하고 한 자리에 모여 주여, 하는 영상을 라이브로 보았다. 왜 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