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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20260327 보 로토.
책의 편집이 재미있게 되어 있었다. 책 모서리에는 어렸을 때 한 번씩은 만들어봤을 프레임 애니메이션 같은 것이 양면으로 새겨져 있고, 감각을 자극할 만한 그림들, 착시를 보여주는 예시들, 어느 페이지는 처음에는 옅게 인쇄되어 있다가 점점 그라데이션처럼 글씨가 진해지기도 하고, 두 페이지를 맞닿게 해야 문장이 완성되는 때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이 책이 기술하는 것 그 자체가 되게 만들려고 애썼는데, 이 책이 기술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다르게 보는 과정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10)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시도였다.
그렇지만 어찌저찌 이 책을 (별로 집중하지는 못한 채) 며칠에 걸쳐 다 읽고 나니, 신경과학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나 하면 잘 모르겠고, 신경과학에 기반하여 나의 지각과 인식을 바꾸게 되었냐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내가 달라졌구나, 할 만한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해결할 과제를 이전과 다르게 수행하는 경험을 아직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궁금하긴 하다. 사람은 자신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쉬이 인식할 수 있을까? 어쩌면 스스로 난 달라질 거야, 달라졌어, 하고 선언하고 그렇게 믿는 것이 곧 달라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항상 버릇처럼 일부러 남들이 보는 방향이 아닌 반대로 가기도 하고, 기본값이 상대에 대한 신뢰보다는 의심이고, 막상 저지른 일과 말 같은 것을 반추하며 그게 맞았나? 다른 건 없었나? 고민하는 일도 잦다. 나를 둘러싼 물건들을 자주 위치와 배열을 바꿔가며 조금 더 내게 맞는 느낌이 될 때까지 다시 놓고 치우고 반복하는 습관도 있다. 그렇게 나 자신 또한 놓고 치우고 다시 놓고를 반복하며 살았다.
다양한 연구와 작품과 사례를 들며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이렇게 해 봐, 저렇게 해 봐, 하는 것들이 많은데, 나는 과학책이라고 생각하고 펼쳤는데 하는 말은 자기 계발서랑 비슷한 것 같아… 생각을 바꾸면 사람이 바뀌고 미래가 바뀌고 어쩌고 저쩌고.
책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는 걸 실험해 보고 싶긴 한데, 뭘 하라고 하는 게 많이 추상적이다. 그리고 이걸 읽고 내 뇌를 바꾸기 전에 잠시 전에 뭘 하라고 했는지 기억해 내는 게 더 어려웠다. 뭘 바꾸고 달라지려고 해도 그게 뭐였는지 인상 깊게 남아야 가능한 일 같다. 그러니까 책을 코로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여튼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말을 믿고 정말 독서와 함께 내가 조금은 달라졌어, 하고 더 나은 쪽(혹은 저자가 말하는 더 나쁜 쪽)을 향하는 사람이 있길 바란다. 바라면 또 이루어질 지도, 달라지는 게 나일지도-나는 빼고, 난 별로, 를 꾹 참은 것 만으로도 달라진 게 아닐까.
+밑줄 긋기
-우리는 실재를 보지 못하며, 따라서 우리는 과거에 보기에 유용했던 것을 보도록 진화했다. 이것은 모든 것은 착시이거나 아무것도 착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착시가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다. (161)
-지각의 관점에서 볼 때, 의미의 과거 역사(즉, 우리의 내러티브)에 의미를 재부여하기 위해 자유 의지를 행사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의 미래 역사가 바뀌고, 따라서 우리의 ‘미래 과거’가 바뀐다. 그리고 미래 지각도 자신의 경험적 역사에 대한 반사 반응이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 과거’를 바꾸는 것은 ‘미래’지각(아이러니하게도 각각의 지각은 자유 의지의 작용이 없는 상태에서 생겨난다)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262)
-“나는 갑자기 사람의 운명은 흔히 죽기 오래전에 완성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263,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재인용하며 미래 과거의 변화 방법을 이야기 한다. 이후 이 문장을 부인한다. ‘왜’라는 질문이 누적되면 예측 불가한 일들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것은 어떤 것이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실패한 가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하는 실용적 과제를 제공한다. 이러한 사후 상황 분석은, 그것이 직업적인 것이건, 개인적인 것이건, 자신의 행동을 인도한 보이지 않는 가정을 찾도록 하기 때문에 아주 소중하다. 그 가정을 일단 보는 순간, 선택의 잠재력이 생긴다. (311-312)
-존재 방식의 다양성에 노출되는 경험은 공감뿐만 아니라 창조성 자체까지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315)
-(우리 조상들의) 세계는 적대적이고 불규칙한 장소로, 미래가 캄캄한 ‘어둠’속에 싸여 있는 불확실성이 전형적으로 펼쳐진 곳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예측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나쁜 생각이었고, 예측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335)
-사람들은 확실성을 제공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사회를 조직했다. 그런 제도로는 법원, 정부, 경찰, 그리고 슬프게도 교육 제도(심지어 대학 수준에서도)와 이것들과 관련된 과정들이 있다. (345, 정말이지, 슬프게도.)
-가트먼 부부는 그들이 ‘네 기사’라고 이름 붙인 것을 확인했는데, 이것은 거의 예외 없이 커플의 붕괴를 초래하는 네 가지 행동을 말한다. 그 네 가지는 비판(단순히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경멸, 방어적 태도, 완고함이다. (350)
-멈춤은 덜 알 기회, 우리가 항상 확인하려고 노력하는 인지 편향의 지각을 좁히는 힘을 막을 기회, 무릎 반사에서 반사를 제거하고 자극의 무의미성(설사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않더라도)과 함께 가만히 앉아 있을 기회를 준다. (354)
-특히 불안 발작의 경우, 거기서 벗어나는 경로 중 하나(설사 최선의 경로는 아니더라도)는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말로 싹 무시해야 한다. 유명한 심리 치료사 카를 융은 문제는 결코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357)
-1. 불확실성 찬미하기: ’멈춤‘과 이 멈춤에서 생겨나는 모든 질문에 손실의 관점이 아니라 이득의 관점에서 다가가기 위해.
2. 가능성에 열린 태도 보이기: 사회적 변화에서부터 진화 자체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엔진인 경험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해.
3. 협력: 가능성 공간을 확장시키는 집단이나 시스템의 다양성에서 가치와 동정을 발견하기 위해-이상적으로는 순진성과 전문성을 결합함으로써.
4. 내재적 동기 부여: 창조성 과정이 자체 보상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이것은 엄청난 역경 앞에서 불굴의 인내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5. 의도적 행동: 궁극적으로는 왜의 관점에서 자각을 가지고 행동하고 의식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3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