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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평점 :
-20260307 데이비드 버스.
책을 사모으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 언제인지 ‘욕망’이 들어가는 소설책, 심리학책, 정체 불명의 에세이? 하여간에 그렇게 네 권 사 놨고 마지막 500쪽 넘는 이 책을 끝으로 욕망의 여정이 끝났다. 결론은…
‘욕망의 진화‘(진화심리학책. 세모)
’비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소설. 야한 거 볼라면 세모. 작품성 따지면 엑스)
’몸, 욕망을 말하다‘(에세이인가. 200여쪽 읽다 말았다. 엑스. 읽을 수록 빡침)
‘욕망 수업’(이건 설교집인가. 초반부 읽다가 각이 나왔다. 책의 형태를 갖췄다고 다 책은 아님. 읽다 맒. 엑스엑스)
“걸러야 할 키워드로 ‘욕망’이 추가되었습니다.” 욕망의 여정, 당분간 안녕…
5-6년 전 쯤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라는 성선택 관련 책을 재미있게 보았다.
https://m.blog.naver.com/natf/222055543596
일반적인 미학은 아니고, 배우자 또는 성적 상대를 고르는데 동물들이 어떤 경향을 보이는지 이야기하는 책이었고, 동물행동학 연구 대부분에 인간에 대한 연구 약간 섞은 책이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이번 ‘욕망의 진화’는 성선택의 인간판인데, 이 책을 보고 욕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제법 보았다. 성선택과 성차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자도 그 부분을 의식하고 엄청 방어적으로 우리가 어떤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그게 필연적이거나 불변의 것이 아니고, 인간 존재에 대해 잘 안다면 오히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경향성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자주했다.
정말 그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고, 이런 책을 보면 생식 행동과 관련해서 인간은 동물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듯하다. 그래서 인간만 특별난 존재로 여기는 마음이 사그라들고 조금 겸손해진다.
성선택과 관련해서 섹스, 성관계, 연애 뭐 이런 용어 대신 번역자는 ‘짝짓기’라는 말로 남녀 관계를 대부분 지칭해서 그 점이 재미있었다. 정말, 짝짓기 관련 심리학 연구를 총망라해 놓았다. 보다 보면 대부분 통설에 거스르지 않는, 남자는 밝히고 여자는 버티고 그런 이야기가 아주 많이 나와서 읽다보면 질리기도 했다. 그래도 후반부의 여성의 성 전략 관련은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너무 이성애 편중이라 생각했는지 동성애 이야기와 잘못된 만남(배우자 밀렵이란 말로 표현해놨다)에 대해서도 후반부에 덧붙여 놓았다. 진화심리학은 ‘경향성’까지는 다양한 가설로 풀어 놓았지만, 진짜 인과관계까지는 밝혀 놓은 게 거의 없다. 저자는 자신과 동료 연구자들이 연구했던 결과를 통해 인간이 왜 이 모양인지에 대해 나름 대략 이 정도의 비율로 그 모양이야...다 그런 건 아닌데 대부분 그래… 뭐 이런 식으로 뒤집히길 바란 통념들을 공고히 해줘서 실망하게 했다. 그래도 후학들을 위해 앞으로 후속 연구에서 이런 점 제대로 밝혀 줬으면 좋겠어, 하고 연구 주제 제안도 많이 한다. 정말, 짝짓기에 대해 샅샅이 훑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어느 성이 몇 퍼센트 어떤 경향이 있고 어쩌고 하는 연구 결과가 거의 대부분이라 일반 교양서처럼 재미있게 읽기엔 좀 힘들고, 약간 대학 전공 수업 교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한 진중환 선생님의 ‘진화한 마음’은 6-7년 전에 보았는데, 독후감을 다시 보니 지금이랑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했던 말을 매번 또 반복하고 비슷한 걸 또 다시 읽고 또 쓰고 그러고 있구나…
https://m.blog.naver.com/natf/221615240156
‘욕망’에 대해 나름 탐구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책들을 파 봤는데, 욕망의 정의도 불분명하고, 대체로 성욕이란 말의 대체어로 욕망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속 시원하고 이거다 싶은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프로이트나 라캉까지는 가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못 알아듣는 말만 늘어놓을까 봐 겁난다. 너무 진화론에 수긍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도 ‘아마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게 됐을 거야’ 하던 썰이 책에 나와서 오, 했는데 그냥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구나, 뭐가 답인지는 알려고 내내 애를 쓰겠지만 진짜 명쾌한 뭔가는 나오지 않는 분야가 이성애 관계론이겠다 싶었다.
+밑줄 긋기
-우리 모두는 수많은 성공들의 길고 끊임없는 대열에서 나온 산물이다.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진화의 성공담이다. (232)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행동이 성공을 거두는 까닭은 상대에 대한 정서적인 헌신을 신호하고, 손실을 끼치기는커녕 이득을 제공하며, 배우자에 대한 여성의 심리적 선호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268, 읽고 있는 박완서 단편 소설에서 배우자들은 이걸 모르고 다 정반대로 행동해서 여성들이 삶을 공허하고 지긋지긋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가해자 남성은 아내를 붙잡으려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점점 더 심하게 아내를 학대하여 배신을 차마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해자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아내가 지금의 남편과의 생활이 너무 소모적이라 판단하고 차라리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남자를 만나려는 결심을 하게끔 부추기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가해자 남편들이 종종 아내를 학대한 후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까닭일지 모른다. 곧 이렇게 뉘우치는 행동은 아내를 통제할 목적으로 학대 전술을 사용하는 것에 내재한 결함, 즉 버림받을 위험성을 피하기 위한 시도이다. (314, 부모의 결혼 생활 내내 지겹게 본 장면이라 난 모든 부부가 다 이런 줄 알았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심지어 남편을 죽여버리기까지 한다고…)
-여성이 사랑을 얻기 위해 섹스를 제공하고 남성이 섹스를 얻기 위해 사랑을 제공한다면, 남성에게서 섹스를 빼앗는 행동은 그의 사랑을 차단하고 이별을 돋우는 효과적인 방책이 될 것이다. (351, 뻔한 소리 같은데 글로 써 놓은 걸 읽으니 왜 이리 무섭고 슬프냐)
-우리는 진화가 명한 성 역할에 속박된 노예가 아니다. 각각의 짝짓기 전략을 초래하는 조건들을 잘 이해함으로써 어떤 전략을 작동시키고 어떤 전략을 휴지 상태로 둘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406, 그렇구나. 그런데 난 왜 이걸 보고 있는지 읽는 내내 의문이었다. 심심했나)
-불안한 혹은 양가적인 애착 유형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진정 자신을 사랑해 주는지 매우 불안해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융화되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과 진정 친밀해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고 믿는다. 이들은 다른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망이 오히려 사람들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느낀다. (462, 이 부분 보고 나야 나, 한 사람? 일단 저요….)
-(설문)“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면, 비록 서로 만난 지 지극히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둘이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결과, 크나큰 성차가 관찰되었다. 남성의 55.2퍼센트가, 그러나 여성은 겨우 31.7퍼센트만이 이 문장에 대해 강력하게 혹은 어느 정도 동의하였다. (493-494, 강력하게 함의하는 바가 있지 않나…이 책 내내 성차의 존재를 이런 시시콜콜한 부분에서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남성은 정작 여성 친구(여자사람친구)는 성관계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데 그녀가 자기에게 어느 정도 성적으로 끌리고 있다고 잘못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503, 진화심리학자 블레스케의 연구로 밝혀진 상황이래)
-남성은 여성보다 성적 부정에 더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정서적 부정에 더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성차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재확인되었다.(513, 한국에서는 최재천 선생님이 이 연구를...애기 때 읽은 개미 제국의 발견만 생각나는데 거기에서는 진화적, 유전적 관점에서 생식을 포기한 일개미들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