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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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9 스티븐 스트로가츠.


4년 몇 개월 전을 돌아본다. 시작은 과학 교양서 몇 개를 보다 말고 과학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왠지 수학을 먼저해야 할 것 같았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고등학교 수학, 과학이라도 제대로 해 봤으면 좋겠네, 교양있는 취미처럼 수학 과학 문제 풀이를 가로세로낱말풀이나 네모로직하듯 하면 괜찮겠다, 그런 마음이 기왕 그럴 거면 수능도 쳐 보자로 튀게 된 건 순수함을 넘어 순진했기 때문이다. 교과서 풀고 그 다음에 바로 수능특강 풀면 되지? 하는 사고 과정은 훨씬 더 순진했다.
입시 수학, 과학은 그저 재미있자고 다뤄볼 만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내 머리는 더 이상 20년 전처럼 반짝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동안 누적된 기출량과 변별도를 이유로 한 난이도 상향은 내 상상 밖이었다. 불필요한, 어쩌면 필요했을 적당한 고통과 아픔을 겪고서 나는 조용히, 아닌가 떠들석하게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주어진 건, 내가 원하는 일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가리지 않고 골라 읽다 말다 할 수 있는 삶이다. 여기에서 더 뭘 바란 거지? 선생님, 수학, 수학이 하고 싶어요. 그냥 잘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모두가 모든 걸 바란다고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란다.

x의 즐거움은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던 초기에 갖춰 놨고, 그렇지만 읽지 않고 한참 뒀고, 큰어린이가 먼저 읽었다. 그냥 이 책을 읽고 수학 공부는 3년씩이나 안 해도 좋았을 텐데. 4년 전에 사 둔 책을 읽으니, 아, 뭐 공부 한 게 헛것은 아니겠는게, 아마도 공부를 안 했으면 이 책의 절반 이상은 뭐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모르고 그냥 시집처럼, 에세이집처럼 읽었을 것 같다. 물론 무한이니 미분 적분이니 나올 때 어떤 부분에서는 멍- 하면서 그냥 이해하려고 들지 말자, 하고 눈으로 글씨를 쫓아간 부분도 많다. 저자는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최선을 다했을 텐데도 뭐 그렇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럼 뭐 어떠냐. 적어도 수학 공부 앞으로도 몇 년은 더 해야 할 어린이들에게 다시 읽혀볼만은 하겠다 판단 섰으면 됐다.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 힘들었던 건 자꾸만 처음의 그 순수한 호기심으로, 시험 위한 게 아니라 날 위해서 수학을 또다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입시 수학은 그런 호기심과 즐거움을 위한 무언가는 아닌 것 같다. 누군가 ‘갑자기 수학 하고 싶어진 중년배를 위한 수학’ 책이나 강의 같은 걸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내 욕구를 채우긴 힘들겠다. 일단 지금의 나는 간단한 덧셈뺼셈곱셈이나 비례식 같은 것도 엄청 오래 걸리고 버벅인다. 그걸 공부하면서 알았다. 286에다가 윈도우 최신사양 깔고 돌리는 기분이었다. 기본 산수가 안 되면 전개하던 논리는 그 계산시간에 휘말려 망각의 나라로 사라진다. 아…내가 왜 이걸 곱하고 있었더라… 그러면 답까지 가기는 너무 요원해진다. 시험이 아니라면 뭐 시간 많이 걸리면 어때? 그냥 세월 죽이기로 하면 뭐 어때? 싶은데 유튜브 보는 것보다는 수학 문제 푸는 게 폼이 나긴 하지만 그거 말고도 나는 읽을 책들 넘쳐난단 말이지…

방학을 맞이해 예비 고등학생 대상의 고교 통합사회 이비에스 강의를 보고 있다. 고등학교로 건너가보라는 은사님 권유가 있었고, 새로 수능 과목이 되는 공통 과목들, 내가 가르친 다음 교육과정의 내용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제 60강 중에 거의 40강 들어가니까 방학 중에 완강하긴 할 것 같다. 내용 요소를 외우고 시험 풀이를 익히기 보다는 강사님들의 스타일이나 비언어적 태도, 자기가 가르치는 것에 대한 확신과 열정 같은 걸 본다. 남의 수업 볼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 공교육에서 손꼽히게 강의력 좋아서 전국 아이들의 방을 교실 삼아 가르치는 우수 강사의 수업을 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아, 이래서 중학교에서 이런 개념과 교과내용을 가르치는 구나, 이게 고등으로 가면 이렇게 심화되는 구나, 윤리에서는 이런 거 다루는 구나, 하고 다른 단계, 다른 교과의 내용도 볼 수 있다.

이 방학이 그렇게 사회 수업 듣기만도 짧지만, 내가 정말 정말 심심해지고 예비 고등학생처럼 공통수학이니 공통과학이니 하는 과목이 궁금해지면 뭐 이비에스 기초 과정들을 다시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괴로웠던 기억이 많아서 그저 즐길 수만 있을지, 또 슬퍼하고 좌절하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한 번 더 고통받을까 봐 두려워서 망설임이 길다. 뭐 안 하면 어때...아 좀 가만히 있으라고… 뭐 자꾸 벌이지 말고 책으로 수박껍질이나 핥고 아아 어렵구나 이러고 넘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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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의 진수가 100에서 1000과 10000으로 한 번에 10배씩 ‘곱셈으로‘ 증가할 때, 그 로그 값은 2에서 3과 4로 ’덧셈으로‘ 증가한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뇌도 이와 비슷한 마술을 보여준다. 음계를 이루는 각 음-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의 진동수는 우리 귀에 똑같은 단계씩 증가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그 진동수는 ’배수 단위‘로 증가한다. 따라서 우리는 소리의 음을 로그값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112)

-가끔 소수들은 실수로 그런 순서로 늘어서게 된 게 아닐까, 목걸이에 꿰인 진주들처럼 그렇게 갇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소수들도 나머지 수들처럼 그냥 평범한 수가 되길 원했지만, 무슨 이유로 그럴 수가 없었떤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43, 파올로 조르다노, ‘소수의 고독’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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