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앙팡 떼리블 ㅣ 창비세계문학 48
장 콕토 지음, 심재중 옮김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20260117 장 꼭또.
빅뱅-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https://youtu.be/9jTo6hTZmiQ
자매끼리는 원수처럼 지냈고, 지금도 데면데면하다. 어려서부터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만난 이성은 사촌들이었다. 할머니댁 또는 외할머니댁 아궁이 땐불에 지글지글 끓는 방바닥에서 우리들은 새끼 강아지들처럼 엉겨 잠들었다. 남의 가슴팍에 머리를 푹 파묻는 놈, 속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아침부터 난리인데 오줌싼 건 아니라고 난처해하는 놈, 같이 심부름 간 구멍가게에서 몰래 콜라 하나를 사서 한 입 한 입 나눠 먹고는 묘한 웃음을 나누기도 했고, 시골에서 읍내까지 물길따라 하얀 왜가리 백로 물고기 잡아 먹는 걸 함께 보며 허리춤을 붙잡고 자전거 뒷자리에 마냥 매달려가는 그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길 잠시 바라기도 했다.
어떤 사랑은, 정도를 넘어선 친밀감은 위험한 것이라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으로 알았다. 이제는 십수년 가까이 만난 적 없는 비슷한 유전자를 나눈 나만큼 어렸던 이들. 사촌끼리도 끌어 당김을 느끼면 이 사랑은 혼날 것이라는 걸 아는데, 남매 간이라면 어떨까. 서로를 징그러운 뭔가로 대하며 으르렁거리고 점차 분리될 수 있다면 그럭저럭 평온한 삶을 살겠다. 그게 잘 안 된다면, 그게 증오인지 사랑인지 분간조차 안 된다면, 끝은 파멸 뿐일까? 어디로 멀리 도망쳐서 다행히도 열성 유전의 고통 겪지 않는 조카이면서 자식인 아이를 키우며 사는 삶도 없진 않을 것 같다. ‘원형의 전설’을 읽을 차례인가 보다.
흙투성이 눈덩이 같은 독약에 얻어 맞아 두 번 죽어가는 뽈, 영원한 병자인 남동생을 돌보며 자기 품에서 놓고 싶지 않은 엘리자베뜨, 괜히 그 사이에 끼어 어긋난 운명이 매듭지어 놓은 제라르와 아가뜨, 이들이 엉겨 게임하던 석고흉상과 보물상자가 놓인 방처럼 이야기도 난장판이었다. 여기서는 이 사랑의 완성은 죽음이에요, 했다. 얘들 뭐하는 거냐 싶은 내가 정상이겠지...비정상이면 또 어때.
+밑줄 긋기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아연실색하고 말 그런 가정들, 그런 삶들이 있다. 기껏해야 2주일을 넘길 수 없을 것 같은 무질서가 여러해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그런 문제적인 가정들, 문제적인 삶들도 온전하게 빈번하게, 비상식적으로 지속된다. 그럼에도 이성이 틀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의 힘이, 그것도 힘이라면, 서둘러 그런 삶들을 전락을 향해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79)
-그는 자기 이름을 소리쳐 부르고 있는 키 큰 여인, 자기 누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남자의 쾌감을 기다리느라 자신의 쾌감을 늦추는 연인처럼, 엘리자베뜨도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채 동생의 치명적인 절정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고, 자기를 따라잡으라고 그에게 외치고 있었고, 두 사람이 마침내 죽음에 속하게 될 그 찬란한 순간을 예감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