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마인드셋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내 몸의 주도권을 되찾고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법
정희원 지음 / 웨일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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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가 쓴 건강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최은미의 소설집 ‘별일’을 읽다가 건강 챙기는 듯한 사람들끼리 저속노화 식단이니, 가속노화니, 하는 소리를 하길래 궁금했다. 전자도서관을 뒤져보니 ‘저속노화 식단’이라는 책이 정말 있었다. 그런데 인기가 제법 있는지 다섯 권 다 대출되고도 예약자리까지 꽉 차 있었다. 그 책보다 더 나중에, 올해 나온 신간인데 이 책 ‘저속노화 마인드셋’은 인기가 덜 좋은지 두 권 중 하나 빌릴 자리가 있어서 빌려 보았다. 사람들은 먹어서 뭔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되는 책을 마음을 다잡는 책보다 더 좋아하는가 보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워하는 것들. 좋은 음식을 넘치지 않게 먹고, 몸을 꾸준히 움직이고(운동하고), 독서, 악기, 글쓰기 같은 좋은 취미들을 계속 하면서 고자극의 전자기기 사용, 음주 같은 몸에 나쁜 건 줄이기,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과로하지 말고, 개인이 이 모든 걸 해나갈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을 사회가 갖춰주면 천천히 덜 아프게 늙을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 요인을 제외하면 제법 잘 지키고 있는 것들이다. 지난 주말에 건강검진을 다녀왔는데, 1년치 성적표 기다리듯, 결과가 궁금하다. 집에서 자주 재고는 있지만 부정확한 인바디 말고, 내 체성분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몸 여기저기 곁들여 사는 결절들이 안 커지고 무사히 잘 지내는지. 다른 결과는 2주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위내시경은 비수면으로 금세 했는데 늘 나오는 위축성 위염이랑 출혈 조금 있던 거 말고는 깨끗하다고 검사 직후 알려 주었다. 적어도 위 망치는 식습관은 안 하고 있나 보다.
주중에는 아침 시간도 부족하고 수면 지장 받는 게 싫어서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살았다. 카페인 없는 삶은 가능하다. 물론 정신과 약을 달고 살긴 했지만, 12월에 멘탈이 세게 터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때까지 안 터지고 한해 버티게 했으면 약은 소용이 있는 것이었겠지…

건강을 위해 거창하게 해야 할 건 크게 없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안 하고, 안 하고 있고, 내 몸과 마음을 조금 더 돌보는 일. 습관되면 과일닭가슴견과류 도시락도 내내 먹어도 안 물리고, 조금씩 하는 운동도 다쳐서 못하면 근질근질하고, 수면제 도움을 받긴 하지만 푹 자는 잠도 소중하다. 사랑하는 습관. 내려놓는 마음. 너무 애쓰지 않는 삶. 적당히 읽고 적당히 쓰는 나날.

굳이 안 읽어도 크게 지장은 없었겠지만 잘하고 있어 토닥토닥, 하는 느낌을 이런 책을 읽고 느낀다면, 정말 잘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굳이, 하면서도 ‘저속노화 식단’ 예약 줄을 걸어 놓았다. 읽고 또 굳이, 하겠지ㅋㅋㅋ

아, 몸무게는 43-45킬로그램을 계속 유지 중인데 1년 만에 검진가서 재보니 키가 컸다!!! 158.7센티미터라니. 어깨 다치고서 안 아프게 자세 잡는다고 허리랑 어깨랑 피려고 애쓰고 다녔더니 마흔 넘어서도 키가 큰다. 구부린 걸 편 거지만 어쨌든 156에서 157, 158.3, 158.7ㅋㅋㅋ 물론 160까지는 안 되겠지만...더 펼 척추도 없다…

+밑줄긋기
-저속노화는 본래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며 나온 개념인데, 개념에 대한 오남용이 오히려 사람들을 강박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그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이 벌어진 셈이다.

-유전이라는 복불복 요소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생활습관은 스스로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이다. 마치 매주 소액의 용돈으로 복권을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그것에만 기대어 삶을 꾸려나갈 수는 없는 것과도 같다. 평소에는 꾸준히 건강 자산을 모아가다가 가끔 한두 번 즐기는 정도로 행운에 기대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애초에 아무 준비 없이 ‘로또만 바라보고 살 거야!’ 하는 태도는 위험천만하다는 뜻이다.

- 첫째, ‘이것만 먹으면 병이 다 낫는다’라거나 ‘과학계가 숨기고 싶어 하는 죽음의 성분’ 같은 자극적인 표현은 우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단순하거나 극단적인 주장은 진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실제로도 식품 하나가 모든 병을 치료한다거나, 특정 물질만 먹으면 10년 더 살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거의 없다.
둘째, 단일 연구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자. (…)
셋째, 해당 사안에 대해 이미 공신력 있는 학회나 공공기관(세계보건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의학회 등)이 내놓은 권고나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이런 실랑이가 열 손가락을 넘어간 무렵이었을까? 갑자기 기도가 좁아지고 누군가 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과 함께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하나의 생각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간 오래 버텼다. 이제 멈추지 않으면 안 되겠네.’

-면역력은 인체 안에서 아주 정교하게 조절돼야 하며, 조금이라도 과하게 활성화되면 면역계는 내 몸을 공격할 수 있다. 실제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성분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루푸스나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결국 면역력은 뭔가를 더 먹어서 끌어올릴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된 휴식이 부족하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가깝다. 우리가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그것은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아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법으로 정하고 최소 5주 이상의 연차휴가를 의무화했으며, 퇴근 후 업무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지 않을 권리, 소위 ‘연결되지 않을 권리’까지 법제화해 직원들이 여가 시간에 완전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름철이 되면 한 달 가까운 장기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도시의 상점들이 한꺼번에 문을 닫는 풍경도 흔하다. 독일 역시 근로기준법상 연 4주의 최소 휴가를 보장하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6주 이상의 휴가를 주는 경우도 많고, 업무 시간이 아니면 직원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러한 몰입(flow, 플로우) 상태에서는 행동과 의식이 완전히 합쳐진 듯한 집중과 시간 감각의 왜곡이 일어나고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진다.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상태를 ‘인생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최적의 경험’이라고 부르며 행복의 비밀로 언급하기도 했다. 몰입 경험이 만드는 자기 목적적(autotelic)인 즐거움은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페이스가 늘고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다 보면 어느덧 실수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건강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수단이자, 즐겁게 잘 사는 삶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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