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미 지음, 수하 그림 / 마음산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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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최은미.

최은미의 소설은 장편 하나(‘아홉 번째 파도’), 소설집 하나(‘눈으로 만든 사람’), 이제 짧은소설집 하나 ‘별일’까지 골고루 보았다. 이전 소설들은 좀 많이 슬픈 사람들이 자주 나왔는데, 이번에는 작가가 그토록 쓰고 싶었다던 짧은소설들이라 그런가, 슬픔은 많지 않고, 있어도 엷고, 지금의 내 마음에 이 계절에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남의 만두 훔쳐 먹는 이야기랑, 이희승 그 개새끼 이야기가 기억에 좀 남았다. 양배추 시리즈 1,2는 있을 법한데 막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무수히 많은 온라인 동호회, 커뮤니티, 그들의 번개 모임(요즘엔 뭐라 그러나 현피? 이것조차 옛말이네)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나도 그러고보니 친구들이 거의 다 온라인 친구들이라네...

계절감 있는 소설이 제법 나왔다. 여름, 여름, 가을, 겨울, 또 겨울, 봄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내 봄…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멀었네...

집에 오니 엄마가 김치만두를 만들고 계셨다. 그런데 나는 이미 주니어와퍼를 네 개나 사들고 집에 왔다. 햄버거 먹고 배부른데 만두도 맛있어 보여서 두세개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좀 심심한가, 했는데 햄버거가 짭짤해서 그랬던 것 같다. 작년 겨울 담근 묵은지에 고기 듬뿍 넣고 담백하고 맵지 않게 만들었다. 엄마가 다음 판을 찔 때는 청양고추 첨가해서 매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분명 배가 부른데 맛이 궁금해서 하나 또 먹었다. 만두를 참아야 할 만큼, 훔칠 만큼 만두를 너무 좋아하지도 않고, 단골집 만들어 사러다닐 필요 없이 엄마가 잘 만들어주니까, 전남친 사칭 나쁜놈들한테 보이스피싱 당할 일 없으니 복받은 인생인가 싶었다. 만두 나오는 소설 제목이 ‘이상한 이야기’인데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고 때마침 이 소설 읽자마자 만두를 먹게 되어서 허허, 싱크가 맞았다.

양배추 채 써는 칼 구경하러 간 집에서 동호인들이 저속노화, 가속노화 타령을 해서, 대충 느리게 늙기인 것 알면서도 저속하게 늙진 말아야지… 하다가 전자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저속노화 마인드셋이라는 책이 있길래 빌려서 읽고 있다. 작가의 전작 저속노화 식단인가 하는 책이 더 인기 있었나 본데, 그건 예약이 꽉차 있었다. 이 책은 뻔한 소리이지만 틀린 말은 없어 보여서 그냥저냥 읽을 만했다.

소설가는 이 소설집의 모든 소설에 별일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다 들어맞을 거라고 했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 않고 하나하나 별일이라고 여기는게 약간 소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달까. 별일 아닌게 될 수 있는 순간들을 붙잡아다 잘 써 놓으면 그게 별일이 되는 것이다. 이건 다 소설이지만, 그래 언젠가 별일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별일처럼 쓰던 때도 생각나고, 그때가 조금 그립지만 안 써도 충분히 견딜만한 인생이다. 난 그냥 열심히 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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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이 잘 되는 거 보면 그냥 기분이 좆같아.”
“에휴, 구슬 삼키고도 살아난 애기가 말본새 봐라.”
“꺼져.” (186, ‘특별한 어떤 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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