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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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8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2019년에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먼저 읽고 그때도 전원일기 같다고 생각했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괄괄하면서도 시원한 츤데레 성격은 뭔가 일용엄마를 떠오르게 했다…
좋다는 사람이 꽤 많은 소설이라, 그러면 꼭 엇나가서 아주 나아아아중에 가장 마지막에 읽을 거야...하면서도 언제인지 모르게 이 책을 사 뒀다. 올리브라고 겉지 올리브색 뭐냐...하고 다 읽은 방금 껍질 까 보니까 속살 앞표지 뽀얘...섬세하게 레이스 무늬같은 것도 있어...츤츤데레 올리브 씨를 형상화한 것인가… 모르겠다. 다들 예쁜 구석 있는, 매력 넘치는 영웅이나, 고뇌에 빠진 햄릿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냥 어디나 있는 평범하고 남 뒷담까고 술주정하고 만났다 헤어졌다 몰래 만났다 하는 사람들이다. 그걸 연작소설로 엮으니 제법 절창이었다. 재미있었다. 마을 하나를 인물 하나 구심점으로 해서 그려가는 것도 제법 스케일이 크구나 싶었다. 나는 인맥도 관계도 경험도 쥐톨만해서 그렇게 내 세상은, 상상은 넓게 멀리 뻗어가지 못했다. 그냥 실존 인물 이야기는 쓰기 싫고, 새로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기도 귀찮구만…
한 마을에서 오래 수학 선생 노릇하던 올리브, 아들과 사이 엉망이 된 올리브, 너그럽게 다 받아주던 남편이 쓰러지고 결국 죽어버려 혼자가 된 올리브, 그러다가 역시나 사별한 잭 할배랑 우연히 말 섞고 동무 내지 아마도 연인으로 발전할 올리브. 할머니 할아버지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 이 불효자식놈들아!!! 내내 그런 외침을 듣는 것도 같았다. 올리브가 던킨 도너츠를 너무 자주 가고 도넛을 많이 먹고 살이 오르는 게 좀 걱정이었다. 그나마 산책은 열심히 하셔서 다행… 오래 안 앓고 빨리 죽으려면, 아니 건강하게 계속 살아남아 사랑하려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조절도 하고 하여간에 건강해야 해요. 건강하려고요. 최대한 오래 사랑 받고 싶네요. 그래서 내 곁의 사람들도 다들 운동도 좀 하고 아이스크림 같은 거 덜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말을 안 들어서 슬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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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사람들이 혼자 있는 걸 원치 않았다. (53)
-“당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지?”
“아, 또 무슨 소리야, 헨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 있다니까.”(56, 올리브 말을 참 안 예쁘게 하는데 쿨내 진동. 개시크)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앤을 바라보며 생각하건대, 그런 안정감을 갖는 데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아이가 필요했다면 사랑으로는 불충분했던 게 아닐까? (378)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 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461, 이제 막 겨울 앞에 서니 봄이 왔다는 게 부럽다. 흥 나한테도 온다. 언제든 온다는 변함 없는 약속이 계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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