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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욕망을 말하다 - 내 몸이 원하는 소외된 욕망의 재발견
키머러 라모스 지음, 홍선영 옮김 / 생각의날개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20251018 키머러 라모스. 230쪽까지 읽다가 포기.
이 독후감은 책을 읽으며 실시간으로 욕하다 읽다가 하면서 누덕누덕 쓰여진 것이다. 부정적인 기운을 겪기 싫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누르시면 된다. 그냥 이 책 읽지 마세요, 한 마디이면 될 건데 그 결론을 굳히려고, 에이 그래도 한 마디 정도는 건질 수도 있잖아, 스스로를 의심하며 최대한 참고 읽던 놈의 간언이다. 가루가루 콩가루로 까는 걸 보고 싶으면 그냥 계속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나쁜 책이구나 하면 된다.
나보코프는 프로이트를 싫어한다. ‘나보코프 문학강의’에서 아주 자주 프로이트식 해석을 갖다붙이며 빈정빈정댄다. 같이 읽던 이 책의 저자는 대놓고 ‘나는 그의 이론을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솔직히 이런저런 상징 갖다 붙이며 상상력 발휘하는 게 재미있게 들리긴 하지만 나도 점점 이새낀 개소리도 설득력 있고 재미나게 하네, 쪽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정신분석하는 선생님의 의원에 열달째 다니고 있긴 하지…아직도 가서 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방향성 없이 자유연상 하는 건 독후감으로 너무 많이 해서 정작 가면 할 말이 없어요… 아무말잔치를 아주 자주하는 자의 번거로움...
뭔 지혜 타령 자주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지혜가 뭔지 역시나 다 읽고도 모르겠다. 쓴이도 설명해 보라면 주절주절 하면서 결국 자기도 말로 제대로 설명 못할 것 같다. 대신 제 몸짓을 보고 느끼세요! 할 지도...글을 되게 못쓰거나, 번역자가 글을 되게 못 쓰거나, 둘다인 것 같다.
60여페이지쯤 읽다보니, 이 책 문장들 번역과 교정이 엉망이다. 한국어 문장을 이따위로 주술호응 안 되고 뜻도 못 만들게 쓰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너랑 나랑 누가 더 후지냐 문장 더 후진 놈이 죽어라, 하고 싸우고 싶다.
과학적, 철학적인 설명을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보자. 이 책에는 자문하고 자답은 안 하는 물음표가 백만개는 나온다. 책 분량 늘이려고 중언부언하는 듯한, 아름답지도 않은데 군더더기만 가득한 문장, 문단이 이어져서 이쯤 되면 좀 화가 나지만 나는 이걸 다 읽고 욕후감을 써야지, 하는 비합리적 인간이라 꾸역꾸역 읽는다. 제발 뭐라도 한 문장이라도 건지게 해줘, 하면서…
음식 부분을 읽다보니 에세이였구나 이 책...그런데 난 이래, 난 저래 이러는 게 별로 와닿지도 않는데 자꾸 헛소리만 반복하네, 이런 걸 늘어 놓아서 독자에게 뭘 전하고 싶었는데, 싶었다. 음식 취향 확고한 듯 굴면서 사실 핵심은 개뿔도 없잖아. 음식 욕심 없다고 맨날 주장하는 나새끼가 이새끼보다 더 음식을 잘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 게 없었다. 호흡을 하고 포만감을 느끼고 어쩌고 하는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내내 하는 걸 듣는데도 식욕은 커녕 짜증만 밀려왔다. 음식 얘기하는데 이렇게까지 먹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도 재주였다. 공허한 글이다.
챕터의 시작마다 니체의 저작에서 문장 하나씩 따다가 붙여 놨는데 니체가 알면 지옥에서 말대가리 껴안고 히히힝 하고 울 것이다.
식욕에 대한 넋두리 다음에는 사랑과 성욕과 부부관계에 대해 또 장황한 헛소리들이 이어진다.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다 둥둥 떠 있고 공허하다. 뭔 속 빈 베갯속 같은 걸로 잔뜩 채워서 책을 만들 수도 있구만...나는 왜 이걸 읽고 있는가...난 충만한데… 어쩌면 더 뭐가 들어올 만큼 빈 공간이 없어서 너의 말들이 다 튕겨져 나가는가, 잠시 생각해봤지만 그냥 글을 개쓰레기같이 써 놔서 한가닥도 얻을게 없었구나 싶다. 몇 줄이라도 건지겠다고 우리는 몇백페이지짜리 책을 읽는 건데. 벌써 170페이지 넘게 읽고 있는데도 이런 건 내가 초반부터 마음을 닫고 편견을 가지고 읽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니야... 그냥 난 책의 흉내를 낸 폐지를 한 권 산 거야… 이 문단이 헛소리 둥둥으로 읽힌다면 다 이 책을 읽은 영향이다. 시불거. 게다가 성관계 타령 할 때는 알아서 찾아가는 거라고 하면서 자아실현에 이어 새로운 생명체 타령을 한다. 이성애 중심적인데다가 자식 안 낳기로 한 이성애자한테도 아이 시불 이거 뭐라는 건데 싶은 지점이다. 글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있긴 해야 하겠지만, 그게 개성을 이룰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글쓰기는 진짜 중얼중얼 거리면서 자기만 좋을 짓을(나 두 글자로 쓸 걸 언어 순화해서 쓴 거야) 내내 한다. 뭐 너도 그런 걸 쓰잖아, 하면 할말 없지만 그걸 책으로 내진 않아 임마… 막 싸 갈긴 거 출판하고 수출까지 하지 말라고…
마지막 주제는 우울을 다루는데, 정신의학 비전문가가 뭔가를 아는 양 우울을 질환으로 다루고, 몸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 접근하는 문제 운운하는데, 여기서 진짜 자기가 개뿔도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인 것처럼 쓰는 사람이 얼마나 해로운지 새삼 느꼈다.
책은 300몇쪽 쯤 되는데, 230쪽 쯤 되었을 때, 저자의 이름을 구글에 쳐 보고,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았다. 저자는 댄서인데 하버드에서 철학과 춤을 연구했다고 한다. 니체에게 푹 빠졌는지 춤과 니체, 몸과 식욕, 성욕, 우울을 글로 이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출산 경험, 농장 이야기, 남편과의 관계 같은 자기 경험이 책속에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철학 공부한 사람이 쓸 만한 글은 아니었다. 나는 이제 그만 좀 나를 괴롭히자. 하고 책을 휙휙휙 넘겨서 끝장까지 남은 곳을 대충 훑어 보고 너무 늦게 포기했다. 가만보면 이렇게 엉망진창인 책을 만나기도 오래간만이라 운이 좋았잖아, 꽝이 이 정도 확률이면 그간 꽤 괜찮은 독서들이었다.
불태우거나 폐지 처리장에 갖다 버리는 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짓일테지만 나만의 책 처형 방식인 중고가 990원 염가 판매로 올리기(그래서 다른 더 비싸게 올라온 책들 세상에 덜 나서게 만들기)를 시전하기로 한다. 혹시라도 살 생각이면 읽지 말고 책꽂이 장식용이나 땔감이나 화분 받침 같은 거로 씁시다.
+밑줄 긋기(싫을 때마다 베끼는 너무 많아서 나중엔 그만 베끼기로… 형광펜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밑줄치라면 그냥 바께쓰에 형광도료 부어 통째로 책을 담그면 돼…)
-음식을 깨물 때, 음식을 몸 속에 집어넣어 편안한 느낌을 얻고자 할 때, 나는 바삭한 느낌을 갈망한다. 또한 나는 안정을 주는 음식과 활기를 주는 음식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무언가 나를 땅에 붙박아주고 뱃속에 온기를 보내주며 무게감을 보태주어야 한다. 무언가 내 안에 편안히 가라앉아 부드럽게 흥얼거리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어야 한다. 땅의 음식들. 나는 통곡물이나 콩류, 오트밀 등, 땅 가까이에서 자라는 복합 탄수화물에 이끌린다. (67, 뭐가 좋아서 퍼온게 아니라 한 문단 읽고도 와 어쩌라고...싶고 번역도 영 이게 뭔소리야 뭐 해 주고 해 주고 수여동사야 피동문이야 뭐야 그나마 여긴 호응이라도 아예 깨지진 않았지 더 지저분한 문장들 앞에 여러 개 나왔는데 그건 옮기고 싶지도 않았다.)
-반면 소란스러운 음식은 떠들썩한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어디쯤에서 내가 만족을 느끼는지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이들은 대다수가 가공식품으로 설탕과 소금, 지방으로 가득하며 지금껏 그 정체가 확인된 갈망이란 갈망은 모두 풀어헤치도록 고안되었다. 짭짤한 콘칩, 달콤하고 바삭한 그라놀라, 코코넛 바, 버터가 듬뿍 들어간 쿠키 등이 그런 음식이다. 이런 음식은 먹는 순간 만족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지만 이내 먹기 전보다 더 한 허기를 몰고온다. 감각적 충격이 내지르는 아우성에 떠밀린 채, 나는 스스로 떠받들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수축하거나 확장한다. 이런 음식으로 자신이 강해졌다는 망상에 기대어 나는 더 나약해진다. (68-69, 당신의 책이 대략 당신이 설명한 그런 소란스러운 음식들과 비슷하다오.)
-마음을 다잡는다. 안 먹겠어. 지금은 아니야. 과자를 멀리하는 순간 일말의 슬픔이 샘솟는다. 정말이다.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하지만 슬픔이 물러가는 즉시 안도감이 찾아든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몸의 감각을 짓누르는 폭력을, 그에 뒤따라 피할 길 없이 만나게 될 아픔을 모면한다.
(…) 달콤한 안도감. (79, 아낫 싯팔 이건 또 뭔 모노드라마ㅋㅋㅋ나에게 아픔만 주는 과자여...폭력이여...안녕...사요나라…‘달콤한 안도감.’ 이게 이 페이지의 마무리이다. 어휴...)
-하지만 그렇다고 뒤엉킨 욕구가 우리에게 과분하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즐거움에서 포만감에 이르는 곡선을 잘 따라가면 그 경험이 다른 욕구에까지 물결쳐 흘러가 그에 대한 감각적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험의 물결이 다른 욕망에서 나오는 지혜를 받아들이도록 통찰력을 안겨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식욕에서 지혜를 찾고 이를 신뢰하며 따르는 법을 익히고 나면 성욕과 정신적 욕구가 분출될 때에도 그 안에서 지혜를 찾고 이를 신뢰하며 따르는 법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감각의 인식을 이미 자신 안에서 열어젖힌 덕분이다. (95, 진짜...음식과 식욕 부분은 이렇게 추상적이고 공허한, 어쩌라는 거지 싶은 말들로 마무리 된다. 다음은 성욕인데 아주 기대가 되는 구만... 어디까지 엉망진창인지 내가 한 번 볼게)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평생 지속되는 사랑을 보증해주는 것은 욕망의 주기적인 분출이 아닌 친밀감이다. (137, 어려서부터 그걸 찾아 헤맸어요.)
-(…)이렇듯 역겨운 순간이 얼마나 굉장한 선물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욕망 안에 지혜가 있다.
여기서 역겨운 느낌이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든다는 자체가 껄끄럽고 반갑지도 않은데 좀처럼 떨쳐지지도 않는다. (178, 아니 난 모르겠는데? 이 책에서 내내 반복되는 건 욕망 안의 지혜, 그런데 그게 뭔지 도무지 알려주질 않네 이 글쓴이는…그것 말고도 뭐든 제대로 안 알려준다. 그리고 쓰다 막힌다 싶으면 호흡하자, 그럼 알게 돼, 한다. 어휴… 한숨 쉬란 소린 아니었겠지...)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흘려보냈다. 그래, 어디 무슨 일이 생기든 다 무릅쓰고 지금 내가 믿는 사실을 말해보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 서로 사랑하지 않아.”
그래도 소용없었다. 우리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그는 여전히 싸울 태세였다. 냉기가 감돌았다. 가슴이 할퀸 듯 하려왔다. 내가 왜 아직도 여기 서 있는 건지 몰랐다. 그런데도 계속 서 있는 나.
(…) 나는 얼결에 그 충동을 따라가 입을 열었다.
“전에도 이런 적 있었지(그러면서 지난 일들을 하나씩 늘어놓았다). 그때도 당신이 자기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나는 그 벽을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 몰랐어.” 말하는 순간 강한 압박감이 나를 짓눌러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나를 껴안으려 했다. 난 물러섰다.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는 받아줄 수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날 대하지 않고 있었다. 안 그런 척하지만 그는 여전히 멀리 있었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게 뭘까? 물러나 있긴 했지만 여전히 가까이 서 있었다. 아직 닫아버리지 않은 채.
(186-187, 아...아… 그래그래 부부싸움 했구나… 그 순간 서로 사랑하지 않았구나… 아마도 당신은 내가 사랑할 타입이 아닌 건 확실하다. 뭐 한 마디만 들어도 나한테 한 소리 아닌데 화딱지 남. 공감이 왜 일도 안 됨...)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바꾼다는 논리에는 앞서 기사에서 언급한 향정신성 의약품도 끼어든다. (…) 이러한 약물들이 마음의 안정을 즉시 되찾아준다는 증거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우울이나 절망이란 알약 하나 집어삼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성가신 감정에 불과하다고 믿기에 이른다. 이런 약물을 먹지 않겠다고 아무리 굳게 결심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한 약물이 실제로 팔리고 있으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의 감정들이 치유될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210-211, 여기에서 이미 약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서 헛소리를 하는데, 우울증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남의 우울증을 치료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간단하게 약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울증이나 정신장애를 단순히 화학적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조차도 무언가 더 욕망하는 감각은 지워버려야 할 골칫거리라 규정지으면서 우리 자신을 욕망하는 감각과 대립시키려 든다. 어떤 상황에서나 우리는 몸의 소리는 억누르고 적대시하면서 마음의 바람은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213, 이쯤되면 진짜 자기가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고 있긴 한가 의문이 진작부터 들었다만 또 드는 것이다. 병든 나는 이걸 굳이 아직도 읽으면서 이러고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