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160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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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1 메리 셸리.

처음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 이미지를 접한 컨텐츠는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외국 드라마 ‘몬스터 가족’이었다. 엄마랑 할아버지는 드라큘라, 아빠는 허만이라는 큰 덩치에 초록얼굴의, 모자라지만 착한 동네형 같은 괴물 모습이었다. 그다음에는 애니메이션 ’두치와 뿌꾸‘에서 힘이 센 몬스라는 친구가 비슷한 이미지로 나왔다. 사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고,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 이름이래!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드디어 메리 울스턴 셸리의 소설을 읽어보니 프랑켄슈타인은 딱히 박사는 아니고, 그냥 과학 덕후였다가 선을 세게 넘어서 자신이 감당못할 무언가를 만들고 폭망하는 청년이었다. 김금희 소설 ‘경애의 마음’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피조‘라 칭해지며 ‘The Creature‘를 한글화?한자화? 하려는 시도도 읽힌다.

소설 제목이 프랑켄슈타인인 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이 결혼 후 퍼시 셸리의 성을 따 메리 셸리가 되고, 처음엔 진짜 저자를 밝히지 않고 출간된 이 소설이 퍼시 셸리의 소설로 추측되던 것 만큼 싱크가 안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도록 다들 동명의 영화 속 괴물 이미지를 그 놈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이다...하고 혼동을 겪게 했으니… 그렇다고 딱히 적절한 제목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괴물‘ (봉준호 영화냐?), ’인조인간‘ (이것도 뭔 SF나 드래곤볼 같은 데서 나중에 써먹는 말), ‘왜 태어 났니‘, ‘가엾은 아버지 왜 저를 낳으셨나요‘(‘1943년 3월 4일생’이란 노래에서, 사실 아버지 아니고 어머니인데 어떤 드라마에서 꼬맹이가 엄마 앞에서 저 노래를 자꾸만 부르다 얻어맞았다)… 그냥 프랑켄슈타인 해야겠다. 아님 뒤에 Jr.나 2세, 라도 붙여주든가...

200여년 전에 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게 환영 받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많은 여성 작가들이 남성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던 것도 얼핏 듣긴 했었는데, 제인 오스틴이 거의 모든 작품을 익명으로 출판한 것도 이번에 알았네… 모르는 게 아직도 많은 나…

소설 보기 몇 년 전 이토 준지가 만화로 그린 프랑켄슈타인을 봤긴 했다. 소설의 서사는 만화에서 봤던 그대로여서 더 뭔가 나오려나? 하는 기대는 채우지 못했다. 스위스, 독일,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북극해 등 유럽과 인근의 온갖 지명과 풍광을 묘사한 건 흥미롭긴 했다. 20대 초반의 메리는 그 모든 곳을 가 보진 못했겠지. 책과 남들에게 듣는 이야기로 상상해서 빅터(프랑켄슈타인)와 그의 창조개체가 쫓고 쫓기는 곳들을 그려냈겠지. 어리고 어리석은 인간의 으스스한 시도와, 그로 인한 탄생, 이후 겪게 되는 빅터 주변 사람들의 비극과 고통은 기껏 낳은 자식을 유기, 방치, 학대하는 부모의 모습과, 그로 인해 망가진 자식의 삶이랑 겹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너무 서사가 알려져서 그런지, 이미 내용을 알고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들도 있는데 이건 막 엄청 잘 쓴 건 아니라 그런가, 내가 읽기에 썩 재미 있지는 않았다. 빅터와 만난 월턴이란 북극 탐험선 선장이 그의 누님에게 자신이 알게된 기이한 이야기를 편지로 전하는 형식, 이야기 속 이야기로 편지 안의 편지도 많이 나오고, 대화로 그간 있던 일을 길게 넋두리하듯 전해주는 구성은 흥미로운 서사와 대비해 그렇게 매력적인 짜임은 아니었다. 그냥 아, 나 이제 프랑켄슈타인 원작 드디어 읽었다… 그 이상 빠져들만한 매력은 없었고, 약간 의무감으로 읽은 느낌도 들고, 안타깝게도 뭘 더 건지거나 배운 게 없으니 (아, 낳아놓고 방치하면 괴물되서 쫓아오고 쫓아다니게 된다 정도) 굳이, 굳이 싶은 독서였다. 이런 것도 끝까지 다 읽어봐야 아 별 거 없네...하고 까불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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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도들을 세상을 떠받드는 코끼리를 제시하면서 그 코끼리를 거북이 위에 서 있게 만든다. 착상이 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그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소재는 우선 주어져야 한다. 그것은 어둡고 형체가 없는 내용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내용 자체를 다 만들어낼 수는 없다. 발견과 발명에 관한 모든 것에서, 하다못해 그것이 상상력에 속하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콜럼버스와 그의 달걀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발명은 대상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능력에 있다. 그리고 대상에 연관된 아이디어를 주무르고 빚어내는 능력에 있다. (14, 1831년판 서문 중)

-현대 철학자들이 치열한 노력 끝에 대단한 발견을 이루어 낸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공부한 것들은 늘 불만스럽고 흡족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아이작 뉴턴 경은 스스로를, 인간이 탐험하지 않은 방대한 진실의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줍는 어린아이처럼 느꼈다고 한다. 자연 철학의 각 분과에서 연구하는 그 후계자들에 대해선 나도 웬만큼 알았지만,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똑같은 것을 찾는 초보자였다. (59-60, 똑같이 조개 주워도 맥락 따라 평가가 다른데, 사실 사소하다고 오만 부리는 건 비슷하다. 이 꼬맹이 지가 웬만한 자연과학은 다 이해하고 시시해-하듯 구는데 너임마 원자 분자 양자 잘 모르던 시절 놈이지…나도 잘 모른다만...)

-돌이켜 보면 내 취향과 의지를(유사 과학에서 수학으로) 바꿔 버린 기적과도 같은 이 변화는 내 수호천사가 즉석에서 내놓은 방편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까지도 내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 채, 나를 덮칠 준비를 하던 폭풍의 방향을 돌림으로써 나를 구하려고 한 천사의 마지막 몸부림 말이다. 수호천사가 승리했다는 사실은, 그렇게 힘들던 오랜 공부를 포기하면서 찾아온 특별한 평화와 기쁨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해서 나는 불행이란 곧 수호천사들의 고발이며, 행복은 그들의 무관심이라는 가르침을 깨우쳤다.
그것은 착한 천사의 강력한 노력이긴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운명은 너무 힘이 셌고, 변할 줄 모르는 운명의 법칙은 철저하고 끔찍하게 나를 파멸시키라고 명령했다. (62, 착한 천사는 누군가에게는 수학을 시작함으로써, 다른 누구에게는 수학을 관두게 함으로써 평화와 기쁨을 주는 군요...그냥 좀 잘 하게 도와주지. 천사는 착한 척하는 무능력한 악마의 다른 이름)

-프랑켄슈타인의 영혼이 외쳤다. 그렇게 많은 업적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내가 더 많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리라. 이미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미지의 힘을 탐사할 것이며, 창조의 가장 은밀한 신비를 세상에 펼쳐 보이리라. (70, 1인칭 시점인데 자기를 3인칭으로 부르는 것도 그렇고, 위대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과연 저렇게 난 짱이 될 거야! 하고 내적대화를 하는지 궁금하다. 오글오글. 아닌가 월턴이 전해주는 이야기라 그런가. 화자 막 헷갈리고 흔들림)

-나를 뺀 모든 것이 잠들거나 즐거워했소. 나는 악마처럼 마음에 지옥을 품었고, 아무에게도 동정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아수라장을 만들고 싶었고, 그런 다음 앉아서 그 황폐함을 즐기고 싶었소. (180, 중2병이라는 증세와 유사한데, 그러니 인간들아, 청소년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대하고 괴물 취급하지 말자…)

-나는 상처를 받은 만큼 복수할 거요. 사랑을 일깨울 수 없다면 두려움을 일깨우겠소. 주요 표적은 불구대천의 원수, 바로 당신이오. 내 창조자인 당신을 영원히 증오하기로 맹세했으니까. 조심하시오, 나는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오. 당신 가슴이 무너지고 찢기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원망할 때까지. (190-191, 그러니 신이여, 부모여, 자신이 창조한 그것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면 파멸하고 무너지고 찢길 각오를 하시오.)

-외롭게 사랑 없이 살아야 한다면 난 미움과 악의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다른 이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내 죄악의 동기가 해소될 것이고 나는 사람들에게서 잊힌 채 살아갈 거요. 나의 악행이 내가 싫어하는 고독을 강요받은 결과였던 만큼, 나와 동등한 존재와 교류하며 산다면 반드시 선을 행하게 될 거요. 나는 섬세한 존재의 애정을 느낄 것이고 지금은 배척당하고 있는 존재와 사건의 사슬에 연결될 것이오. (193, 가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저 사람들은 잃을 사랑 조차 없어 끝까지 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가 난 어려서 그렇게나 많은 친구들의 소개팅을 주선하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나 보다. 모두들 사랑을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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