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SHG 몬테 아술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4월
평점 :
품절


먹고 사는 게 뭐라고, 먹자고 하는 건데도 주중에는 아침부터 드립커피 내리는 게 (아로마보이가 다 해주는데도! 물통에 물 채우고 필터에 커피 퍼 넣고 기다리는 거 부터가 부담...그걸 다 마시고 일어나는 건 더 부담...) 출근 직전에는 부담이라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나간다. 가는 길에 스타벅스, 메가커피 두 개, 빽다방, 이런저런 동네 카페 다 있지만 또 사 먹는 아메리카노는 이걸 왜 돈 주고...싶은 맛이 대부분이라 유혹조차 없다. 그냥 말을 많이 해야 하고 성대랑 인후도 건조, 안구도 건조, 피부도 건조하니까 물, 물을 조금씩 자꾸 마신다.

그러다보니 단골 원두집의 원두도 종류별로 쌓고 쌓여 먹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랑 콜롬비아, 사두고 까지도 못한 에티오피아 게이샤가 여태 있었다. 그런데도 알라딘이 멕시코 커피를 세일해준대! 멕시코 원두 안 먹어 봤잖아! 마시면 루시아 벌린 소설이 주마등할 것 같은 기분에 질렀다. 주말 쯤 되면 원두에서 가스도 좀 빠지고 맛있어지겠지? 8월 27일 로스팅 된 커피 받고 두근두근 3일차 아침에 아침먹으며 같이 마시려고 내려 봤다.

사실 직전에 콜롬비아, 과테말라 이런 원두들 먹고는 아...이제 난 중남미 커피는 삼가야겠다...역시 커피는 커피나무의 시원 아프리카에서... 예가체프 좋아...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평도 시원찮고 기대도 안 하고 세일까지 하는 뭔가 천덕꾸러기 된 멕시코 원두가 의외로 괜찮았다. 아로마보이로 드립하니까 향은 달고, 산미는 청귤처럼 쏘는 건 아니고 그냥 은은하게 약간 신맛, 맛도 달고 고소한 쪽에 가깝고 다른 커피처럼 독한? 쓰고 강한 맛? 이런 게 없이 부드러운 온화한 맛이었다. 구수한 숭늉맛 같다는 의견도 봤는데, 조금 진하게 내리면 그런 밍밍한 정도까진 아니고 부드러우면서 쓰지 않고 하여간에 마일드해서 두 잔쯤 내려서 끝까지 맛있게 잘 마셨다.

좌측 동료는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거대한 드립주전자를 꺼내서 원두커피를 잔뜩 내리고 동료들에게 한 잔씩 나누어주고 본인도 텀블러에 채워 커피를 마신다. 이번주엔 케나AA를 몇 번 얻어 먹었다. 사무실에 좋은 커피향이 차면 기분이 덩달아 나아진다. 우측 동료는 그란데 정도 커피컵이 막 두 개씩 책상위에 있기도 해서 아...두 컵이 기본이시군요 했더니 아니예요! 어제 거 귀찮아서 안 버렸어요 헤헤 해서 귀여우면서도 짠했다. 부장님은 제일 일찍 출근하셔서 (나도 비슷한 시간에 좀 늦게)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네스프레소로 지이잉 캡슐 커피를 내리신다. 또다른 동료들은 커피를 사오거나, 내려오거나, 믹스커피는 내 생명수, 하기도 하고...카페인 공급으로 버티는 인생들...

주중에 커피 안 마시고도 그럭저럭 버티게 된 나를 보며(그래도 밤에는 약을 먹지...) 습관처럼 의존하던 것을 없이도 지낼 수 있는 다른 습관을 만든 건 좋다, 싶다. 그래도 향기롭고 맛있는 걸 즐기는 여유를 잘 누리지 못하는 건 아쉽다. 퇴근 후에는 수면을 방해할까 봐 단백질음료 바닐라맛에 디카페인 콜드브루를 타 먹는 정도... 나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도 많고 체력도 약하고 부실비실 멸치같은 인간이었는데, 인바디 기계가 고물이라 구라치는 것 같지만 체지방도 13~16퍼센트 사이를 오가고, 근육량도 어머, 체중의 거의 절반, 평균 이상이에요! 하는 결과를 보며 그럭저럭 스스로를 잘 돌보는 사람이 되었구나, 되고 있구나 싶다.

그러니까 주말 오전에 커피 한 두 잔은 멘탈 건강을 위해 여흥처럼 마셔 주자고... 그래서 원두가 잘 안 없어지고 세 나라의 네 봉다리의 원두가 노화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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