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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ㅣ 펭귄클래식 81
쥘 베른 지음, 이효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20250829 쥘 베른.
초등학교 1학년 때 ‘15소년 표류기’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여러 차례 읽었다. 원제는 ‘2년 간의 휴가’라고 했다. 이번에 80일간의 세계 일주 다 읽고 연표 보니 그 소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서 조금 섭섭했다.
더 어렸을 때, 몇 살인지 잘 모를 애기 때 (찾아보니 kbs 1990-1991년이라니까 6-7살 때네. 약 한 살 전 쯤) 80일간의 세계 일주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인도 여인 복장을 한 고양이랑 사자인지 멍멍이인지 신사옷 입은 애들이랑 난 그땐 외국 나가본 적도 없는데 세계여행을 했다. 내용은 다 기억 안 났는데 노래는 생각났다. 랄라 신나는 세계여행, 80일 간의 세계일주~ 지구는 둥글 둥글 둥글지~ 빙글빙글 돌지요~ 신나게 달리자 오대양 육대주까지~~~~~ 뭐 대충 이런 가사…찾아보니 유튜브에도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첫번째 노래인데,
https://youtu.be/wtzNK4uGt1s
오프닝 영상으로 만화까지 나오는 건 또 다른 노래였다. 부르는 건 같은 아기 같다…내가 기억하는 건 설마 엔딩인가...
https://youtu.be/Mk66xHqkd18
포그란 사내는 명징한 이성을 대표하듯, 마지막에 픽스 한 대 팰 때 빼고는 내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수학 계산 컴퓨터처럼 자신이 온갖 일간지, 잡지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8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그 즉시 하인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이렇게 차가운 도시 남자이면서도, 즉흥적으로 영국을 떠나고, 또 나중에자기 남편 시신과 화장 치를 뻔한 아우다 부인을 구하거나, 미국에서 원수랑 결투를 벌이거나, 수 족한테 파스파르투 구하러 뛰어나가는 거 보면 또 피끓는 남자다. 파스파르투는 자꾸 이름 보면 파르투즈랑 헷갈리는 음란마귀… 하여간에 프랑스 출신 하인인데, 갑자기 고용되서 그냥 조용히 살아보려 하는데 취직과 동시에 세계 여행을 한다. 주인은 그냥 이동에만 목적을 두지만, 여행지의 이국적인 문물은 파스파르투가 다 보고 다닌다. 자잘한 사고도 얘가 다 치고 다니지만…
2018년 마지막으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고는 어느 순간부터 난 이제 해외로 나가는 일은 잘 없을 것 같다 싶었다. 직접 가서 돌아다니고 사람 구경 장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겠지만, 사실 시간 지나고 나니 내가 다녀온 곳들 거의 다 잊어버렸다. 어디 하드에 처박힌 사진들에는 여행지들이 좀 남아 있을까… 진짜 여행보다는 책으로 하는 여행에 더 흥미가 많아진 골방 지하생활자… 그래도 오랜만에 어려서 좋아했던 모험 이야기를 읽으니 재미있었다. 증권맨이던 쥘 베른이 온갖 상상 펼치며 당시 무한 가능성 꿈꾸게 하던 이런저런 기술들 발명들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많겠지만 그냥 좀 귀여웠다. 이젠 비행기로 슝 나르면 세계일주 몇 시간이면 된대요… 해저에도 가고 달에도 가고 우주에도 가긴 가는데 또 생각보다 그렇게 깊이 오래 멀리는 못 가요… 쥘 베른 아저씨는 어디가 제일 가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냥 어디 돌아다니기 보다 방에 앉아 상상하고 글로 끄적이는 게 더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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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수에즈, 수에즈→봄베이, 봄베이→캘커타, 캘커타→홍콩, 홍콩→요코하마, 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뉴욕, 뉴욕→런던. 이제는 이 여행을 8일 만에 해치울 수 있다. 백 년 전에 했던 것보다 열 배나 빨리.
-런던에서부터 몽스니와 브린디시를 거쳐 수에즈까지 철도와 여객선……7일
수에즈에서 봄베이까지 여객선……13일
봄베이에서 캘커타까지 철도……3일
캘커타에서 홍콩(중국)까지 여객선……13일
홍콩에서 요코하마(일본)까지 여객선……6일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여객선……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철도5)……7일
뉴욕에서 런던까지 여객선과 철도……9일
총계……80일
-매번 새로운 자오선에 시계를 맞춰야 하며, 항상 동쪽으로, 즉 태양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 그가 지나온 경도의 수에다 4분을 곱한 시간만큼 전체 여행 시간 수에서 빼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고집불통인 그 녀석은 준장의 지적을 이해했건 이해하지 못했건 간에 시계를 앞으로 돌려놓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변함없이 런던의 시간에 맞춰놓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순진한 괴벽이었다.(영국 돌아갈 거니까 귀찮게 매번 다시 맞출 필요 없잖아. 이게 나름 복선이라는 사실. 말대로 시계 다시 맞추며 갔으면 하루 번 걸 알았을까? 역시나 날짜 표시 안 되는 시계로는 무리. 지샥 빌려주고 싶네…)
-“그렇지만 철도의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고 신문들이 기사를 냈는데요!”
“할 수 없죠, 장교님, 신문들이 잘못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봄베이에서 캘커타까지 가는 표를 주었잖소.” 프랜시스 크로마티 경이 열을 내기 시작하며 다시 말했다.
“분명히 그랬죠.” 기차 운전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콜비에서부터 알라하바드까지는 각자 알아서 가야 한다는 것을 다른 승객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표를 주긴 했지만 중간부터는 알아서 가는 거야. 이게 인도맛이다.)
-그 선량한 녀석은 어떤 때는 코끼리의 목 위로 내동댕이쳐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코끼리 엉덩이로 내던져지기도 하면서 마치 트램펄린 위의 어릿광대처럼 곡예를 했다. 그래도 농담을 했고, 잉어처럼 팔딱거리는 가운데서도 웃어댔으며, 가끔씩은 가방에서 설탕 조각을 꺼내 들기도 했다. 그러면 똑똑한 키우니는 규칙적인 속보(速步)를 잠시도 멈추지 않은 채 긴 코의 끝으로 그 설탕을 받아먹었다. (코끼리 타고 덩실 덩실)
-이 조각상은 네 개의 팔, 짙은 빨강색으로 채색된 몸, 험상궂은 눈, 엉클어진 머리, 늘어져 있는 혀, 헤나와 구장 빛깔의 입술을 갖고 있었다. 조각상의 목에는 죽은 자들의 머리로 만든 목걸이가 둘러져 있고, 허리에는 잘린 손들로 만든 허리띠가 둘러져 있었다. 조각상은 머리 부분이 없고 쓰러뜨려진 거인을 밟고 서 있었다.
프랜시스 크로마티 경이 조각상을 알아보았다.
“사랑과 죽음의 여신인 칼리 여신이군.” 그는 중얼거렸다.
“죽음의 여신이라면 나도 동의하지만 사랑의 여신이라니, 절대로 동의 못 합니다! 추한 여자 같으니라고!” 파스파르투가 말했다.
파르시가 그에게 입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다.(입 닥쳐 말포이 파스파르투)
-픽스와 파스파르투는 얼빠지고 야위고 멍청해진 비참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아편굴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탐욕스러운 중상주의를 가진 영국은 그들에게 ‘아편’이라 불리는 그 치명적인 마약을 연간 2억 6천만 프랑어치나 팔아넘기고 있다! 인간의 성격 중 가장 흉측한 악덕으로부터 뽑아낸 슬픈 돈!(아편 무역 비판 잠깐. 그로부터 백년도 안 되서 영국 웨일즈 약쟁이들의 이야기 트레인스포팅이 나옵니다. 자업자득)
-필리어스 포그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그 태풍도 그의 여행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만 같았다.(MBTI 대문자 J 포그씨. 아 나 F라니까 애들이 T아님요? 했다…)
-그런데 당신, 내 얘기를 충실히 듣고 있는 당신은 우리의 깃발 아래 당신의 텐트도 세우지 않으시렵니까?” 장로는 그의 유일한 청중에게 노기등등한 눈을 고정시키며 덧붙였다.
“싫어요.” 파스파르투는 용감하게 대답하고서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데서 광신자가 설교를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고…….(몰몬교 목사님 놀리는 귀여운 파스파르투)
-가끔씩 어떤 찡그린 나무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는데, 그 나무의 하얀 뼈다귀가 바람에 뒤틀렸다. 때로는 야생 새 떼가 동시에 날아오르기도 했고, 때로는 초원의 늑대들이 잔뜩 떼를 지어서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맹렬한 욕구에 의해 썰매와 속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면 파스파르투는 손에 권총을 쥐고서 가장 가까이 오는 늑대들에게 총을 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어떤 사고라도 생겨서 썰매가 멈추었다면 여행자들은 그 사나운 육식동물들의 공격을 받아 대단히 큰 위험을 무릅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썰매는 잘 버텨냈고, 지체 없이 그 늑대들보다 앞서 갔으며, 으르렁대던 늑대 떼는 곧이어 모두 뒤처져 버렸다.(가장 마음에 들었던 묘사)
-포그는 픽스 형사에게로 갔다. 형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더니 포그가 평생 동안 결코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결코 하지 않을 단 한 번의 빠른 동작을 했다. 자신의 두 팔을 뒤로 가져가더니 자동인형처럼 정확하게 그 불행한 형사를 두 주먹으로 쳤던 것이다.(픽스 넌 좀 맞아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