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고 쟁여둔 원두 봉지가 까 둔 거 세 개(에티오피아 게샤, 탄자니아, 과테말라였나), 안 깐 거(브라질, 또 에티오피아) 두 개, 총 다섯 봉지나 밀려있다.
새 커피 궁금해병자인 나는 기어이 커피를 사고나서야 아...이거 블렌딩인가? 콜롬비아+부에노스아이레스? 아님 콜롬비아에도 저런 지명이 있는가? 다시 커피 정보를 확인해야겠다.
콜롬비아 하니까 백년의 고독, 다시 읽고 싶은데, 하다가 지금 읽다 말다 내던지다 들다 하는 책 목록을 확인한다.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곡물 발효, 그리츠 읽을 차례다. 벽돌인데 제법 많이 지나왔다. 읽기보다 요즘은 책들을 지나가거나 지나치는 기분이다.
‘성과학 마스터 클래스’ 원제가 Come as you are인데, 그대로도 좋고 너바나 떠올리면 더 좋은 것을 참 속되게도 실용주의적으로 바꿔놨구만... 나 같으면 컴 애즈 유 아-성의 과학, 나는 정상이다- 따위로 원제 살리고 책은 못 팔고 회사에서 짤려서 질질 찌고 나오면서 너바나를 들었을 것 같다. 아니, 비정상이면 안 돼? 너무 정상성 강조한다. ‘정상이다.’엄청 나오는데, 노말 어브노말일지 세인 인세인일지 원문 못 읽을 나는 모르겠다. 그냥 유아 올라잇 했을 것도 같다.
‘밀레니엄1-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이건 직장 동료가 스릴러? 이런 거 좋아한다고 댄 브라운, 해리포터 같은 내가 한 권도 안 읽은 이름을 대는데, 거기다 대고 스웨덴 범죄 스릴러 한 권 보시죠, 데이빗 핀처 영화도 같이, 이러고 학교 도서관에 소장 검색까지 해줬다. 왜 이 책이 중학교에!!! 문학동네판으로!!! 신난다!!!알려주자마자, 동료가 빌려오는 걸 보고 찔려서 나도 전자도서관에서 빌렸다. 집에 웅진 뿔 시절 종이책도 있는데, 같은 번역가인데도 일단 첫 장 보니 개역판이야! 판권만 산 거 아냐! 이러고 문장 윤문 좀 해 둔 티는 났다. 십일년전 읽었으니 다시 보면 또 재미있을지...그 사이 너무 많은 책이 긁고 지나갔어...
‘아버지의 해방일지’ 이제 어지간한 남들은 다 본 거 같애? 엄마가 작년 수술 받으실 일 있을 때 입원 가방에 챙겨갔는데 반나절 만에 다 봤다 해서 읽고 있는데, 서술이 유쾌하긴 하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 치숙처럼 일인칭 관찰자 시점 고전미 넘치고 반어적 유머도 넘치고...35페이지까지 봤는데 그냥 끝까지 잔인한 역사도 덤덤 낄낄 훈훈하게 끝날 거 같은 예감적 예감...
‘운동 독립’ 헬스장 십육년 전인가 석달 끊어 놓고 삼사일 나가고 땡친 기억, 이제 혼자 집에서 실내자전거 타고, 덤벨로 마라카스 챱챱 하고, 케틀벨로 이거 데드리프트 맞냐, 호이짜 하고, 서울시에서 하루 이백원 주는 거 (걷기 앱) 받겠다고 팔천걸음 채우려 하고 뭐 이 정도면 독립 정도가 아니라 독립운동가 육체유공자 아닐까 혼자 착각하면서 (체지방률 15퍼센트 후반대면 빙하기 오면 제일 먼저 죽지 않을까) 그래도 뭐 놓친 거 있을까, 궁금함 반, 그냥 자기네 피티 클래스 홍보물 아닐까, 걱정 반으로 사 읽기 시작했는데 그냥저냥 처음 읽는 장르(?)라 읽을 만하다.
‘나보코프 단편전집’ 이건 읽고 있다기 보다 전자책이라 어디 가서 짧게 집중력 있게 읽긴 어려울 때 단편이니까 봐야지, 하고선 아...생각이 짧았다 그렇게 읽는 거 아냐....하면서 그냥 그런 막간 시간은 듀오링고로 때우자, 하고 아랍어를 다시 시작했다. 2017년부터 했다는데, 그 계정은 친구 추가 해놨는데 막상 로그인은 번호 바꿔 그런가 안 되서 새로 파서 무료 슈퍼 삼일 이제 곧 끝나는데...광고 안 보니 세상 행복하지만 지갑은 짠돌이라 구독은 참는 중...
커피원두-콜롬비아-백년의 고독-읽는 책들 뭐 이렇게 씨잘데 없는 소리로 카페인을 낭비 중이었구만....커피 얘기하라고... 달달하고 산미는 거의 없고 떫거나 쓴 맛도 없고 깔끔, 근데 이거 아는 맛인데? 무슨 맛인지 꼬집어 말 못 하겠고 라즈베리 건자두는 내 입에는 다 아닌데...럼은 안 마셔 봐서 모르는데...알라딘 커피 할인쿠폰 먹여도 역시 비싸... 콜롬비아를 이돈씨... 옛날 처럼 부룬디 코스타리카 뭐 이런 특이한 커피들 소개해주면 좋겠다...예멘이라든가... 말라위라든가...
아 이 커피 이름 진짜 혼란하고 재밌긴 했다. 콜롬비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나? 에어로빅? 마시고 나면 에어로빅 해야 할 거 같은데 할 줄 모름... 과테말라 아디스아바바 몰라 필라테스 이런 커피도 어딘가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