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휘둘리고 요동치는 마음에게 ‘나’라는 경계를 짓다
김총기 지음 / 다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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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0 김총기.


요즘은 잘 안 들여다보는데 정신의학신문이라는 매체의 글을 흥미롭게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린 연재 육아 만화가 재미있어서 나중에 책으로 나온 걸 빌려보기도 했다. 이번 책도 아마 흥미롭게 읽히는 기사를 쓰신 선생님이 책도 냈다고 해서 사 보려다가 전자도서관에 있어서 빌려봤다. 오...빌려 보길 잘했어…

간결하게 한토막으로 쓰는 기사보다 책은 ‘나의 경계’란 중심어로 관통하는 뭔가를 전달하려 하다보니 같은 말이 반복되는 느낌이 좀 있었다. 사례로 드는 영화나 매체 같은 것도 계속 토니스타크...인셉션… 저자가 영화 좋아하는 건 아마도 내가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쓰 관련해서 쓴 글을 보고 책까지 보게 된 거라 알고는 있었는데, 예시 재탕이 너무 반복되서 오...반복되는 말들만 쳐내도 책 분량이 3분의 2쯤 줄어서 읽기 나았겠네...싶었다.

앞부분 읽다가 조금 많이 지루했는데, 오히려 책 말미에 불안과 불쾌감을 느낄 때 해볼 만한 훈련 같은 걸 실어줘서 이건 좀 실용적인데… 이미 나의 집중력은 흐트러졌구나...일단 밑줄이나 그어 퍼 놓자...했다.

내 감정과 남의 감정, 내 욕망과 남의 욕망을 혼동해서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 짚어 주는 건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아 흥미로웠다. 낮 시간에는 불안감이 덜하다고 생각해서 약을 안 먹는 중인데, 오늘은 뭔가 갑자기 불쾌감이 엄습하다 못해 자꾸 사람이 미워지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어서 야...너 지금 오버야… 좋게 생각해라… 지금 상태 안 좋은 듯...하면서 비상약을 먹었다. 그러고는 조금 차분해졌던 것 같다. 약이 아니라도 책에 나온 것처럼 여러 감각에 집중하고, 감정을 파악하고, 인정하고, 뭐 그런 방식은 인지치료 같은 건가? 쉽진 않겠지만 시도해 볼 만 해 보였다. 비쩍 마르기만 하던 나놈이 근래 갑자기 입이 터져서 뭘 자꾸 주워먹는데 그거로도 갑자기 체중이 훅 불어나는 거 아닐지 걱정하는데… 이거 거식증 아니냐… 자꾸 스스로 장원영에 빙의하지 마라… 장원영 통통해진 거 보고 불안해하지 마라… 탈탈코르셋한 흑화한 자아를 바라보며, 그냥 여기서 5킬로 내외는 불어나도 전혀 지장없으니 걱정말고 오늘 저녁에 맛있게 레토르트 자장면이랑 막국수를 해 먹기로 한다. 오 벌써 효과가 있구만…

+밑줄 긋기
-일단 내 마음이라고 느껴져 버렸다면, 그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사실 그게 밖에서 들어온 엉뚱한 마음이었음을 알아차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나의 경계는 나의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러니 그 경계가 무너졌다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위해 열심히 그 부글부글 거리는 감정과 생각들 사이를 헤맨다 해도 큰 소득을 얻기는 어렵다.
그런 뜬구름 같은 것들 말고, 우리를 진정 현실로 되돌려줄 열쇠는 바로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있다. 지금. 여기. 내가 서 있고 숨 쉬고 있는 지금 여기에 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지금 여기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지금 여기의 불행이 어떻게 닥쳐왔는지를 들여다볼 때에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무너진 경계와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평상시와 달리 말투가 변하기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지는 말투나 격한 표현들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하며 나의 무의식적인 분노를 눈치챌 수 있다. 혹은 더듬거리고 우물우물해지는 말투에서 불안을 미리 알아차릴 수도 있다. 무관심해지고 줄어드는 말 수에서 나의 우울을 미리 알아볼 수도 있다. 아니면 꼭 말투가 아니라 어떤 신체의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든지, 얼굴에 화끈하게 열이 올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심할 때면 이명이 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고, 어지러움증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혹은 행동의 변화로 그 불쾌감이 드러나기 시작할 수도 있다. 평소보다 갑자기 거칠게 운전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하게 뛰거나 다급하게 행동하게 되는 식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건 간에 매번 어떤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힌트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이 폭발하고 지나가 버린 순간들마다, 다시 그 폭발의 전후 요소요소들을 천천히 복기해 보는 연습을 해보아야만 한다. 폭발의 전조증상들을 더듬어 보아야 한다. 그 사건에서 내가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은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이었는지, 그때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그때 나의 행동이나 기분, 말투나 태도 등에서 평소와는 달라진 것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 힌트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스스로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작게 되뇌여 보는 것이다.
“아, 지금 내가 좀 힘들구나.”, “아, 기분이 좀 안 좋아지고 있네.” 혹은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좀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시각을 활용해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을 하고 있었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건, 어떤 곳에 있었건 관계없이 일단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 중 5가지 이상을 하나씩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예를 들어, 컴퓨터, 책상, 볼펜, 벽지, 필통, 액자, 시계 등등 적어도 5가지 이상을 하나씩 세어 가며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찾아본다. 그러고는 조금씩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른 것들은 또 무엇이 보이는지 더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5가지 이상을 오른쪽, 왼쪽, 뒤, 위를 보면서 찾고 이름 대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나의 시야에 어떤 것들이 들어오고 있었는지, 무심코 지나치고 있던 것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에 집중하며 다시 한 번 쳐다보며 헤아려 본다.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그것들의 디테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벽지는 어떤 색깔인지, 그 문양은 어떠한지, 문양에 점들은 몇 개씩 그려져 있는지, 귀퉁이의 디자인은 어떻게 접혀 있는지 등등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말이다.
그러고 청각으로 넘어와, 지금 귀에는 무슨 소리가 들리고 있는지를 마찬가지로 5가지 이상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후각, 촉각, 미각 등으로 확장)

-감각에 집중한다는 것은 우선 불쾌감을 분산Distraction시킬 수 있다는 데에서 그 1차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뇌에서 감지하기 시작한 불쾌감의 자극들이 마치 과도하게 ‘심각한 상황’인 것처럼 잘못 포장되어 다른 뇌의 영역들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과정, 그 악순환의 회로를 잠시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착지와 알아차림을 훈련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오히려 그다음 단계에 있다. 그것은 ‘감각’을 통해 현실에 발을 붙인 채, 나의 지금 진짜 모습이 어떠한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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