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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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8 백수린.

좋아하는 소설가도 아닌데, 왜 이걸 사서 먼저 읽고 있지? 했다. 그러다 찾아보니 떡 하니 ‘백수린 소설을 좋아한다’고 써 놓은 예전 독후감을 발견했다. ‘여름의 빌라’ 소설집은 5년 전 읽을 때 꽤 괜찮다 생각했다. 이번 소설에는 눈이 아주 자주 나오는데 ‘봄밤’이로구나, 작가의 말에서도 결국 그 이야기를 하던데, ‘겨울밤의 모든 것’했으면 말느낌도 촉감도 다 별로긴 했겠다.
폴링인폴, 오늘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여름의 빌라, 봄밤의 모든 것, 이렇게 네 권 소설집을 읽고, 작가가 번역한 아니에르노의 여자아이기억도 읽고,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도 봤다. 아 이제 별로 안 좋네...했던 게 마지막 읽은 그 산문집이었던 것 같다. 백수린 소설에는 할머니가 많이 나오고 새도 자주 나오는데 이제 중년배가 되어버린 나는 이번에도 젊은 작가, 라 여기던 언니들이 노화와 죽음에 천착하는 걸 볼라치면, 그걸로 내 노화를 감각하게 되는 게 참 싫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소설집을 소절집으로 오타냈어 문지여…
가만 보면 봄날은 새로운 관계나 연애의 시작, 가볍고 한껏 멋낸 옷차림, 날리는 꽃, 꽃구경, 그런 일이 많았던 것 같다.(물론 2년 전 이 봄쯤엔 혈전 및 항응고제와의 첫만남 같은 것도 있었다만…) 그러니 계절감으로 소설 뽑는 것도 제법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진짜 봄을 체감하는 거랑 봄을 적은 글을 봄에 읽는 거는, 밸런스 붕괴로구나, 이런 소설은 차라리 진짜 봄을 잊었거나 아직 기다리는 겨울에 읽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냥 그랬다는 소리야...
날 좋은 오후,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까지 걸어가서 다 읽은 이 책을 팔고, 난 이제 정말 소설을 좋아하긴 하는 건가, 이거 다 그짓말 아닌가, 갸우뚱하면서 방금 판 책 값으로 와퍼주니어 네 개 값(책 판 걸로 부족. 보탬) 치르고 돌아왔다.

+밑줄 긋기(오...정말 이게 다였니)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었든 한때 존재했던 생이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없다니. 그건 대체 무슨 말이지?
(172, ‘호우’ 중)

-카페 안에만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거나 오프숄더 블라우스로 한껏 피서 분위기를 낸 여성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가한 중년 여성들이네, 하고 생각하다가 나는 불에 데인 듯 놀랐다. 나이가 아주 많은 여성들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들과 우리가 거의 비슷한 연배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라고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던 것이다. (219,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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