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열린책들 세계문학 227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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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2 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청소년 문고 같은 것으로 (아마도 가나출판사. 집에 가면 어디 있을 건데 사진 나중에 올려봐야지) 열살인지 열한살인지에 읽었다. 그때 독후감도 썼을 건데 내용이 궁금하다. 아직 청소년이 되기엔 애기였던, 그렇지만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늙은 줄 알았던 그 아이는 이 책을 읽고 가슴 깊이 뭔가 불타오르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좀 특이하고 이상한 책이네, 했을 듯.

삼십년이 지나,헤르만헤세가 이 책을 탈고한 나이에 딱 읽는 나에게는, 이번에는 너무 늦었다. 젊은이들이 늙은이(?)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까 봐 젊은이인 척 가명 출간하고 젊은작가상까지 타먹은 헤세는 이걸 들켜서 망신을 당하고 문단에서 쫓겨...나는 대신 나중에 노벨상도 타고 85세까지 살아서 전쟁 끝나는 것 다 보고 내가 들어만 보고 읽은 바는 거의 없는 많은 저서를 더 남겼다.

그렇다면 마흔 살고 그보다 두배 이상 살다 죽은 헤세 아저씨 너무 일찍 늙은이 선언했다.

내 의지로 읽은 책은 아니다. 코로나19시절 알라딘이 대여도서를 무료로 많이 풀어줘서 잔뜩 구매해놓고 다운로드 안해서 박제처럼 5년 간 쟁여진 책이 많다. 이것도 아마 그 중 하나일 건데, 뭔 터치 실수였는지 기기에 다운로드 되고 말았지 뭐여. 단 2주 주겠다. 이러면 또 매몰비용 고려 못하는 비합리적 경제인인 나는 읽는 거다...이게 다 우리가 다시 만날 운명이겠거니 하고 열린책들판 데미안을 읽는 거다...아 재미없어...나 다니는 의원 선생님이 정신분석 배웠다던데 하면서…

세계대전 아래, 세상의 종말을 눈앞에 둔 청년이든 중년이든 유럽인이든 아시아인이든 사람들에게, 삶은 진지하고 묵직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은, 몇분 몇초짜리 반짝이는 쇼츠 영상 수십 수백개에 눈을 맡기고 돈 몇 푼에 하루 대부분을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어딘가에 바치는 사람들에게 삶은, 감자란다. fuck fuck하니까…

엄마가 그저께 입원하셔서, 어제 수술을 받으시고, 의사선생님은 철썩같이 그다음날 퇴원, 토요일 퇴원, 하시더니 병원에 안 오셨다. 퇴원 오더 없어 병원에 갇힌 환자...만하루 엄마 돌보던 동생은 더 못해, 하고 바톤터치 요청해서 내가 왔다. 시간과 공간의 방에. 심심한데 또 책읽긴 힘든 어머니께 와이파이를 잡아드리고 유튜브를 열고 이어팟까지 꽂아 드리니 덜 심심해 보이셔서 다행이야… 어제는 많이 아프셨다는데 오늘은 혼자 운신하시고 화장실도 불편함 없이 다녀오시고 다행이다. 그런데 선생님 왜 집 안 보내주고 안 오셨어요…

그덕에 내일 대여만료인 데미안 말미를 마저 읽었다. 30년 전에 읽었는데도 줄거리는 대강 다 아네… 그책엔 삽화도 있었는데 글씨만 잔뜩인 걸 다 읽고 참 잘했어요.

이 책을 읽고 마음을 불사르던 청년들도 있는데 두 번 읽고도 시들한 이 반항아의 이마에도 표식이 보이는지 한 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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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용기와 개성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늘 으스스하기 마련이야. 두려움을 모르는 으스스한 족속이 주변을 돌아다니게 되면 정말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어? 그래서 그 족속에게 별명을 붙여 주고 허황한 이야기를 지어낸 거지. 그 족속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모두들 두려움을 견디는 것에 대해 좀 보상받고 싶었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가 한순간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갑자기 긴장해서 목사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목사님이 카인과 카인의 표식에 대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목사님의 가르침이 반드시 맞는 것만은 아니라고 마음속 깊이에서 느꼈다. 그것을 다르게 볼 수도 있었고 비판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데미안과 나는 다시 연결되었다.

-동물이나 인간이 모든 주의력과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에 집중하면 뜻을 이룰 수 있어. 그게 전부야. 네가 방금 물은 것도 마찬가지야. 네가 누군가를 충분히 정확하게 바라보면, 그 사람에 대해 그 자신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있어.

-하지만 내겐 간단한 방법이 있어. 그럴 때마다 목사님의 눈을 빤히, 아주 빤히 쳐다보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잘 견디지 못해. 다들 불안해하지. 네가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얻어 내고 싶으면 느닷없이 그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도록 해. 그런데도 그 사람이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면 포기해! 그 사람한테선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어. 절대로 얻어 낼 수 없다니까!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 사실 나는 그게 통하지 않는 사람을 딱 한 명 알고 있어.」

-파리 한 마리가 그의 이마에 내려앉아 코와 입술을 타고 천천히 기어 내려갔지만 그는 주름살 하나 움찔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어디,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생각할까? 무엇을 느낄까? 천상에 있을까, 지옥에 있을까?

-그것은 세상에 항의하는 내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를 망가뜨렸고, 이따금 그 상황을 이런 식으로 보았다. 세상이 나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나 같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자리, 더 숭고한 임무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나 같은 사람들은 망가져야지 별수 있어. 그래 봤자 세상만 손해지.

-새로 산 작은 튜브 안의 고급 템페라 물감이 나를 황홀하게 했다. 그중에 크로뮴산 같은 진한 초록색이 있었다. 그 초록색 물감이 하얗고 작은 접시에서 처음으로 빛을 발하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개개인의 가치는 도대체 어디 있지요? 우리 안에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다면, 무엇 때문에 노력해야 하지요?」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말아요. 자연이 당신을 박쥐로 만들었다면, 스스로 타조로 만들려고해서는 안 돼요. 당신은 이따금 자신을 남다르게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다른 길을 간다고 자책하고 있어요. 그런 습관은 버리도록 해요. 불을보고 구름을 봐요. 예감들이 떠오르고 당신 영혼 안의 목소리가 말하기시작하는 즉시, 그것들에게 당신 자신을 맡기도록 해요. 그리고 선생님이나 아버지나어떤 신이 그것을 좋아하거나 마음에 들어 할지 묻지 말아요! 그런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을 망가뜨리고, 걸어다니는 화석이 되고 말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사람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거요.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 법이오.

-하지만 난 이해가 안 가. 왜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순수하다〉는 거야. 아니면 너는 모든 생각과 꿈에서도 성적인 것을 몰아낼 수 있다는 말이야?」

-또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린 돼지도 아니야. 우리는 사람이야. 우리는 신들을 만들어서 신들과 싸우고 있어. 그리고 신들은 우리를 축복해 줘.

-새로운 신들을 원하는 것은 잘못이었다. 세계에 뭔가 새로운 것을 부여하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이었다! 각성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을 확고하게 다지고 결국 어디에 이르든지 간에 자신만의 길을 계속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그 한 가지 말고 다른 의무는 결코, 결코, 결코 없었다.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였다. 불확실성을 향해, 어쩌면 새로움을 향해, 어쩌면 무(無)를 향해 던진 주사위. 태고의 깊이에서 던진 이 주사위를 작용하게 하고 그 의지를 내 안에서 느끼고 완전히 나의 의지로 만드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나의 소명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이!

-정말로 자신의 운명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에겐 같은 족속이란 게 존재하지 않아요. 그는 완전히 혼자이고 그의 주변엔 오로지 차가운 우주만이 있을 뿐이오.

-「사랑을 간구해서는 안 돼요.」 그녀는 말했다. 「사랑을 요구해서도 안 돼요.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당기지요. 싱클레어의 사랑은 내게 끌려오고 있어요. 그 사랑이 언젠가 나를 끌어당기면, 그때 가겠어요. 나는 선물을 주지 않아요. 나를 가져가 주길 원해요.」

-그는 단순히 한 여인을 얻는 대신 온 세상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 하늘의 모든 별이 그의 안에서 밝게 빛났으며 그의 영혼을 기쁨으로 반짝이게 했다. 그는 사랑했고,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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