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발췌 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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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9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도, 에밀리 브론테도, 영미문학에서 여기저기 언급되는 여성 작가 소설은 별로 읽은 게 없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건 전자책으로 사둔 ‘나보코프 문학강의’를 펼쳐 목차를 훑은 덕?탓?이었다. 책에서 다룬 소설 중 읽은 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랑 보바리 부인 밖에 없구나…아 변신도… 그래서 나보코프의 썰을 보기 전 먼저 조금씩 따라 읽어보자 했다.


책에서 다뤄지는 첫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였는데 제목조차 처음 들어… 집에 엠마랑 설득은 사 둔 게 있긴 한데… 전자도서관 뒤지니 맨스필드 파크가 보이긴 한데 이게 풀버전 아니고 요약 번역인 모양이었다. 민음사판 번역본도 있던데 그걸 사? 하다가 나랑 안 맞아서 아이고 하기 전에 이번엔 축약본이라도 읽고, 괜찮으면 사 둔 애들도 하나씩 까 보지, 했다.


제목은 소설 속 이런 저런 사건이 벌어지는 동네 이름이었다. 일단 이 집안 저 집안 이모, 사촌, 혼맥, 남매, 어쩌고 하면서 집안 끼리 얽히고 섥히는데, 아…연년세세 볼 때처럼 가계도를 그려야 하나 싶었다. 영국 놈들 자꾸 성 불렀다 이름 불렀다 해서 헷갈려… 중심 화자가 패니인 것 같긴 한데… 패니는 뭔 신데렐라처럼 가난한 친척에게 호의 베풀려는 부자 귀족 이모집에 와서 더부살이로 눈칫밥 먹으며 자란다. 이모네는 딸 둘 아들 둘 있는데, 에드먼드라는 목사 지망생 차남 빼고는 다 정신머리가 좀 이상하다. 책 말미에서 얘들 아버지인 토마스경이 자식교육 잘못해서 그래…이렇게 얼버무리는데 그런 거 치고 왜 아들 하나는 멀쩡한지…
젊은 남녀가 저택에 모여 같이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고 춤도 추고 그러다보니 사랑의 작대기도 오간다. 아예 처음부터 패니를 데려오면서 토마스경네 집 어른들끼리 아이참 사촌끼리 눈맞으면 어쩌냐…이러고 밑밥을 깔아놓고 그 밑밥을 결말에서 회수한다. 아니 그보다도!!! 이 번역서 앞에 해설이랍시고 미리 달아주는데서 결말 스포일러 했어!!! 내가 기억력 나빠서 애들 이름 헷갈려가지고 누구랑 누가 이어지는지 까먹었으니 망정이지… 이게 나름 독자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 있는데 서문을 저따위로 해 놓은 배려심 없는 출판사야…


1부까지는 애들 이름 외우고 족보랑 인물 관계 파악도 해야 하고, 나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애들 속내랑 성격 기질 풀어주기는 하는데도 정신머리가 없고 아 재미없어…귀족 한량새끼들 노닥노다닥 이러면서 가난한 집 애 구박이나 하고 개짜증…이랬다. 그런데 2부였나 1부 말미였나 토마스경네 첫째 아들새끼가 갑자기 연극에 꽂혀가지고 연극하자! 이러고 청춘남녀 배역 누가 맡을지 가지고 갈등 벌이다가 아빠 와서 다 집어치우고 우당탕탕 하는 거부터 조금 재밌었다. 그리고 뭐…이후에는 사랑의 엇갈린 짝대기, 사랑의 도피, 청혼, 거절, 아 여기가 아닌가벼… 200년 전 영국소설에 한국 아침드라마의 씨앗 같은 게 이미 있었구나 싶었다.


에드먼드 같이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소설 속에서는 엄청 에프엠이라는 거 말고는 단점도 잘 안 드러나는) 남자인물도 하나쯤 있지만 대부분 다양한 방식으로 빻은 아저씨들이 딸래미들이 되바라져가지고! 에잉 떼잉 쯔쯔 이러는 거랑 헨리 같은 바람둥이 새끼가 이여자 저여자 집적 대다가 결국 마음에도 없던 남의 부인이랑 사랑의 도피 하고선 아이고 후회된다 이러고 지들끼리 싸우고 난리나고 역시 패니같이 겸손하고 진지하고 확고하게 사람 보는 눈 갖추고 존버한 애가 신데렐라 되는거지 암암 이러는 게 뭐 그렇구나… 흥부는 상 받고 놀부는 벌 받았대요 하는 것처럼 영국 옛날 문학도 권선징악 느낌이다 싶기도 했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짜증났는데 요약본 쳐본 놈이 나보코프의 픽인 영어 문학의 정수 중 하나를 제대로 판단 못했을 수도 있고… 나보코프 취향이 이상할 수도 있고… 자세한 건 ‘나보코프 문학강의’해당 부분을 읽고 확인해보자…ㅋㅋㅋ


+밑줄 긋기
-네게는 제멋대로 하려는 기질이나 자만심, 독자적인 정신을 가지려는 성향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 그것은 요즘 젊은 여자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경향이고, 그런 성향이 젊은 여자들에게서 보일 때 특히나 불쾌하고 혐오스럽지. 그런데 지금 너는 제멋대로 고집을 부릴 수 있고, 너를 인도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성향을 보여주었다. 네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이 혼사로 얻게 될 이익이나 불이익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어. 그저 네 생각만 하면서, 네 유치한 생각으로는 행복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크로퍼드 씨에게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거절하겠다고 결심한 거야.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해 보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 어리석은 변덕 때문에 품위 있게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내던져버리는 거란다. 이런 기회가 아마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
(와… 당신은 지금 200년 전 영국 가부장 귀족 아저씨가 조카 딸이 부자 개양아치의 청혼을 뿌리쳤다고 배은망덕 땅땅 호통치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저기 그 새끼가 나중에 아저씨 결혼한 딸 꼬셔서 도망간대요…)


-이 문제에 관해서 나는 일부러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극복할 수 없는 열정을 치유하고 변할 수 없는 애정을 옮기는 것은 사람마다 시간차가 있을 터이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나름대로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가 사람들에게 간청하는 바는,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울 때, 그리고 일주일도 더 이르지 않은 때에, 에드먼드는 크로퍼드 양을 좋아하기를 그만두었고, 패니가 원하는 만큼이나 패니와 결혼하기를 열망했다고 믿어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대체로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진행되다가 왠 우리나라 고전산문이나 판소리계 소설처럼 작가적 논평이 드물게 조금씩 나온다. 여기서는 우리 에드먼드가요…메리 좋아하다가 짜게 식고 패니한테 갈아탄 건데요…환승연애라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말구요…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도 있고 어쩌고 아닌 사람도… 동서고금 양다리나 환승은 거의 죽일 놈 취급이라 이렇게 작가마저 쉴드를 구차하게 치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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