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6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1204 케루악.

 

 

 장기하와 얼굴들-그건 생각이고

 


 

 아침에 작은어린이 닦아주다 말했다.

 

 간밤에 난리가 났었어. 군인들이 정치인들이랑 몸싸움하고 국회 쳐들어가고…

 그런 꿈을 꿨어요?

 꿈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머쓱해하며) 꿈인 알았네.

 나도 꿈인 알았어. 전쟁나나 했네

 그럼 이제 북한이랑 싸워도 되요?

 

 ㅋㅋㅋ 어린이 잠든 후에 계엄 내리고, 어린이 깨기 계엄이 해제되었는데 아무래도 자는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문득 세상꼴이 궁금해져서 어린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서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 봤다. 그렇듯 빽빽 사람들 꽉찬 2호선인데도, 아주 고요한 안에서 다들 조금은 잠이 모자라 피곤하고, 그런데도 거참 올해치 도파민 충전, 하는 만족감과 그러고도 일상이 파괴당하지 않은 안도감을 얼굴에 띄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들 있었다. 마치 지구멸망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어떤 구원이 내려와 겨우 망조를 극복하고 맞이한 아침, 독수리오형제가 떠오르는 해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다들 집단악몽을 꾸고 일어나 맞는 피곤하고 상쾌한데 어이없는 아침.

 

 전날에는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 굶고 새벽에 삼성역 근처 병원에 어슬렁 가서 씨티 엠알아이 초음파 온갖 하면서 방사능도 잔뜩 쬐고 위내시경 하고 눈물콧물침 엑엑 했다. 결과지는 열흘 지나야 나오지만, 머리털 나고 처음 유방초음파(직전 봤던 가슴이야기 책의 영향+이전 검사지에서 가슴은 엑스레이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고등도 치밀유방인지 뭔지라는 알아서)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대뜸 여기, 혹 있네요…(반대쪽 가슴을 한참 문지른 ) 이쪽도 있네요. 일단 육개월 다시 추적 관찰하겠습니다, 했다. 태연한 물혹인가요? 하고 물었는데, 물혹 아니에요. 그럼 뭘까요? 아마도 섬유선종일 수도 있고… 육개월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겁나 쫄아가지고 심란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검색을 했다. 째서 빼거나 탕탕 주사로 조직 떼서 검사하지 않는 혹의 정체는 확진할 없는 모양이었고… 시간 지나도 딱히 커지지 않거나 모양 이상하지 않으면 괜찮은 모양… 신경끄고 살아야지… 작은 가슴도 생기긴 합니다. 다들 검진 잘 받으시길…

 

  전날에는 거의 20 만에 고향 용인에 갔다. 도시에는 때는 없던 경전철이 생겨서 모노레일 타고 도시 관광하는 기분으로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도 지났다. 내리자마자 어릴 친구 이름 간판 미용실이 보였다. 나는 카톡이 없어서 인스타그램 디엠메시지로 자신의 근육질 몸매를 열심히 올려 근황을 보여주는 친구에게 가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물었다. 엄마 가게 옮기셨니. 친구랑 교회에서 알게 됐어서 친구네 미용실과 붙어 있는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었다. 오오 맞아!! 친구는 여기서부터 조금 가야 하는 시골의 신협에 근무하고 있어서 친구는 보고 미용실은 닫혀 친구 엄마 구경도 못하고 간판만 보고 지나쳤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낡은 벽돌조 단독주택 이층집의 일층에 살았다. 거기서 키우던 개만도 최소 일고여덟마리…( 중간에 죽었음…) 동네 입구는 익숙한데 집들 헐어 빌라 새로 지은 곳이 많았고, 드문드문 아직 남은 오래된 빌라들, 절이나(절은 많이 벌었는지 건물도 새삥 돌탑까지 세움) 문예회관이나 통일공원 같은 랜드마크 외에는 기억도 나고 낯설기만 했다.


 사오십년쯤 , 삭아서 쓰러질 같은 맨션 옆에 마천루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내가 알던 풍경보다 낡은 것과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눈에 보는 기분은 묘했다.

 다니던 초등학교 개천에는 백로 마리 오리인지 기러기인지 쌍이 물고기를 열심히 잡아 먹고 있었고, 그걸 까치 하나가 날아와 옆에서 발에 담그고 챱챱 부르르르 하면서 목욕을 했다. 날도 추운데 깔끔한 까치였다.

  고장의 음식은...하면 어려서 친구가 순대전골 먹자고 시장 데려가서 3천원에 뭔가 이런저런 사리까지 푸지게 사주던 생각났다. 그래. 용인의 향토음식은 아마도 순대…하고 어려서 지나던 시장에 들어가니 오일장날 아니라 사람은 별로 없고 바닥은 이제 선지나 곱창 담긴 물다라이도 없고 질척하지도 않고 냄새도 나고 돼지 머리도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황교익 왔다갔다고 엄청 순대국밥집 있어서 오오...하면서 지나쳐서 간판 제일 낡은 순대족발집 들어가니 안에 사람 있고 부옇고 거기서 다들 열심히 국밥 먹고 있길래 나도 순대국밥 먹었다. 서울서 먹던거와 다르게 순대는 세톨 밖에 들고 곱창이!!!!! 그냥 곱창국밥이라고 해야 했다. 곱창 일부러 먹지도 않고 좋아해본 적도 없는데 맛있어서 먹었다.


 구시가지는 그냥 그대로 늙어버린 도시 느낌이고, 엄마 아빠 가게 하던 자리 가건물은 헐리고 자리는 도로가 되고 뒤에 빌딩들만 아직도 있고, 동네 지나는 시니어들 모두 왠지 엄마아빠랑 아는 사람일 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경전철 잡아타고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일년 살고 도망쳐 나온 비교적 신도시에 가깝던 동백 쪽으로 옮겨 갔다. 조성된 얼마 되서 보던 호수공원은 완전 새삥이었는데 벌써 18 전이라 이젠 상권도 공원도 퇴락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에 고장에도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어서 약간 재난 쓸고 지역에 거라 그랬을 수도 있다. 호수며 개천이며 녹은 물이 콸콸 줄줄 흘렀다. 공원 조경수들은 눈의 무게를 견디고 무참히 여기저기 꺾어져 있었다. 무서움… 그래도 사람들은 이제 겨우 녹은 사이로 열심히 공원을 빙빙 돌고 있었다. 딱히 없어서 나도 그저 빙빙 돌다가 보고, 마르고 배고파서 들고다니던 단백질 드링크 하나 마시고 경전철 타고 다시 서울로 왔다.

 


  도시의 벽돌집에, 독서실에 짐을 잔뜩 두고와서 돌아가서 가져와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워 하는 꿈을 오래도록 꿨다. 직접 가서 변한 모습, 변한 모습 보고 오니 이젠 정말 도시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기억도 바래서 흔적 없고 다시 에버랜드 아님 없겠다 싶었다. 순대는 맛있긴 해서 어쩌면 아주 나중에 다시 갈지도...ㅋㅋㅋ

 

 삼일의 여로에서 나는 새로 만난 사람도 없고, 그냥 지나는 사람들을 눈길로 구경이나 하고 장소나 훑어본 였다. 케루악의 소설에서는 히치하이킹 하거나 차에 누굴 태우면서 이런저런 특이한 애들 많이 만나고, 친구들하고도 만났다 헤어지고, 미국 대륙 동서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곳저곳 다닌다. 딱히 목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여기서 저기로 가야지, 하는 것이랑 당장 먹을 고민하는 말고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싸돌아다니는게 지멋대로라 좋기도 하겠다, 한편으론 여자 혼자 저러고 히치하이킹 하기는 무서운 일이겠지, 도로변에서 차에 치여도 그냥 수풀로 던져버리고 아무일 없던 가버려도 없겠지...했다. 요즘의 나는 딱히 없어서 아무데나 걷고 생각나면 보고 아주 곳은 아니고 그냥 가까운데를 그렇게 서성이니 조금 비슷한 걸까…

 

  나름 찬사가 많던 같은데 직접 읽으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냥 계속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물들 끝없이 등장했다 스쳐지나갔다 다시 만났다 하는데 그런 특색 말고는 뭐왜뭐… 인물들 별스럽다 정도지 그렇게 참신하지도 않은 놈들… 우리 돌아가신 외할머니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여서 지금은 아마도 죽었을 같은 40년대 50년대 젊은이들… 그랬구나… 너무 재미없어서 ...나도 며칠 싸돌아다닌 대충 갈겨쓰면 비슷한 느낌나냐? 하고 써봤는데 별로 비슷하다. 너무 착하게 돌아다녔다. 빵도 훔쳤다. 아직 1권만 봤는데 2 보겠나… 너무 재미없어서 덕분에 독후감 달리기 멈칫둠칫하고 있었다.

 

+밑줄 긋기

-문득 내가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와 있음을 깨달았다. 1 3000킬로미터에 걸쳐 대륙 전체를 돌고 끝에 다시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온 것이다. 나는 러시아워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시간에, 길에 익숙해진 순진한 눈으로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푼이라도 벌기 위해 끝없이 서로 으르렁대는 뉴욕의 절대적인 광기와 환상적인 혼잡함을, 미친 꿈을 보았다. 움켜쥐고 낚아채고 건네주고 한숨 쉬고 죽음을 맞아서 결국은 롱아일랜드시티 너머의 끔찍한 공동묘지 도시들 하나에 묻히는 것이다. 마천루로 가득한 이곳, 땅의 동쪽 끝은 미국이 태어난 곳이다. 지하철 앞에 서서 용기 내어 길고 아름다운 담배꽁초를 주우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몸을 구부리려고 때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꽁초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마침내는 뭉개져 버렸다. 집까지 버스비가 없었다. (174)

 

-예전에 카를로 막스와 서로 무릎을 맞대고 의자에 마주 앉아서 이상한 아랍인이 사막을 가로질러 나를 쫓아오는 얘기를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물론 도망쳤지만 보호 도시에 도착하기 직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 사람이 누구야?” 카를로가 물었다. 우리 둘은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수의를 입은 자신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가, 누군가가, 어떤 혼령 같은 것이 삶의 사막을 가로질러 우리 모두를 쫓아오고 있었고, 그는 천국에 닿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당연히 죽음일 밖에 없었다. 죽음은 천국에 이르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갈망하는 유일한 , 우리로 하여금 한숨짓고 괴로워하고 온갖 종류의 달콤한 오감을 경혐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궁 속에서 경험했고(인정하긴 싫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재생산될 있는 어떤 잃어버린 희열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죽음을 원하겠는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건들 속에서도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딘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는 곧바로 그것은 순수한 죽음에 대한 단순한 갈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당연히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고, 역시 그때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203-204)

 

-모든 뒤죽박죽이었고, 모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루실과의 관계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방식대로 살길 원했다. 그녀는 자신을 학대하는 부두 노동자와 살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과 이혼만 한다면 기꺼이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의 딸아이도 맡을 용의가 있었지만, 이혼하는 필요한 돈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불투명했다. 게다가 루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좋아하고, 모든 뒤죽박죽이고, 별에서 별로 바꿔 가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별똥별들을 쫓아다니는 나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밤이다. 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가진 혼란스러움 외엔 남에게 있는게 나에겐 없었다. (20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12-05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