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K-포엣 시리즈 24
황인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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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21 황인찬.

 
1/19
 시 하나로 온 하루가 흔들리기도 한다.

-비 오는 날 창을 열어두면 실내는 흥건해지는 것이다

 오늘은 바닥에서 자야겠네
 그는 웃으며 말하고

 거실 바닥에 누워 있을 때, 그는 상상을 한 것이다 지면이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리고 건물이 흔들려서 모든 것이 주저앉는 세계에서

 나란히 쓰러지는 두 명의 사람
 두 그루의 나무
 두 마리의 다리

 스르륵 
 잠이 들겠지

 깨어나서는 모든 것이 전과는 다른 것이다

 관계가 새롭게
 실내가 새롭게

 모두가 서로를 교환하는 것이다

 창밖을 보면 거리는 이미 하얗게 말라 있고, 모든 건물들이 더없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는 이것이 정말로 사랑이라고 믿는다

 잘 잤어? 그는 나에게 묻고,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고,

 그는 응, 아니, 웃으며 답한다
(‘흔들림’ 전문. 이 시 나한테만 선명하게 야하고 예쁘냐)


1/21 아침
 읽다 다음 장 넘어갈까 책장 안 펼치고 책갈피 끼워 놓기. (일명 밑장 넣기. 방금 만든 말) 아껴보는 시집 있으십니까. 

-복도는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놀라운 기쁨보다는 슬픔의 익숙함이 편안하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빛을 보고 있으면
 이게 인생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환영하는 영화’ 중)


1/21 저녁
 아껴본대고서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아서(게다가 말미 산문은 작년에 먼저 읽어버려서) 홀라당 저녁에 다 봤다. 아시아 출판사 책들은 볼 때마다 만듦새가 애매하다 싶은데, 역시 담긴 게 무엇인지가 더 중하다. 이 시집은 좋았다. 시집 뒤에 시인의 셀프 시론 두 편이 에세이라고 담겼는데, 그게 꽤 좋았다. 11월에 노인들 틈에서 듣고 온 강연이랑도 맥이 통하는 게 있다. 앉아 있으면 보바리 부인 때문에 플로베르가 기소된 상황을 사례로 들다 그때 여자들이 워낙 그러고 다녀서 어쩌고 하며 푸훕 터지던 시인 보며 뭐가 그리 웃기니, 생각하던 생각도 난다. 

 책 뒤편에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소설 번역 시리즈 목록 있는데, 오 여기 있는 작가들 소설들 골라 보면 의외로 괜찮겠군 싶었다. 약간 추천 목록 카탈로그 같은 시리즈였다. 해외에서 한국 문학 공부하는 사람들 용으로 번역서를 내서 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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