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에린 왕자 - 전라북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심재홍 옮김 / 이팝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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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 심재홍 옮김.

노승영 번역가가 옮긴 ‘여우와 나’를 조금 읽었다. 외딴 동네 오두막에 홀로 사는 생물학자가 때마다 곁에 와서 앉았다 가는 여우에게 ‘어린왕자’를 읽어주는 장면이 나왔다. 여우를 채갈까 봐 검독수리 마릿수를 세고 있었다. 생각난 김에 이 책을 보았다. 갱상도어판 ‘애린왕자’를 감명 깊게 읽어서 전라북도어판 ’에린왕자‘도 많이 궁금했었다. 1개국어 사용자라 다른 언어로 읽을 일은 잘 없는데 방언은 또 상용어는 아니라도 어찌 읽어지는데다 왠일인지 리듬도 억양도 약간은 상상이 되어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맨날 읽어 지루하다 싶은 책도 다른 언어로 읽으면 또 좋지 않나. 아쉬운 건 장음을 전부 :표시 했는데 이게 되게 가독성이 떨어졌다. 성조와 장단표기가 사라진 언어 세상에 살다보니… 차라리 -표시로 길게 빼는 게 좀 읽기 나은가 싶어 손으로 옮기며 바꿔보니 그것도 마뜩찮고 그냥 아쉬웠다… 전라도 사투리는 박상륭 소설이 좋았다. 태백산맥은 너무 성폭력이 난무해서, 말 한 마디를 해도 나쁜 말이 많아가지고 읽다 말았다…

경기도에서 태어나 서울말에 가까운 말만 쓰다보니 내 언어 테두리는 너무 좁다. 사람 테두리도 더 좁다. 아는 말 만큼 맺은 관계만큼 세상을 겪는 정도도 달라질 텐데. 나는 동물하고도 식물하고도 별로 친하질 못해. 나랑 친한 건 아주 적고 그래서 깊다. 웅굴 같고 시암 같은 이들. 미구 같고 여수 같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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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넘들이 내 책을 그냥 개붑게 읽는 건 싫은게 일:케 적는 거여. 이 얘기를 다시 헌게 겁나게 맴:이 시리네잉. 내 친구가 지: 양이랑 가뻐린 것도 벌써 육 넨이나 됐구만. 내가 여그 이 얘기를 허는 것은 까:먹덜 않을라고 그런 것이여. 친구를 잊어 먹어뻐림 슬프잖여. 모든 사람이 다: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닌디.(20-21)

-˝참을성이 있으야 혀˝ 여:수가 대답혔어. ˝첨:에는 나헌티 서 쫌: 멀:찍이 떨어져 앉아잉, 요로코롬잉, 풀밭에 말이여. 글믄 난 널 접눈질로다가 볼건디 암:말도 허믄 안 디야. 말: 짓이란 것이 쌔 빠닥 땜시 생기는 거다잉. 근디 그담:에 매일 같이 넌 나헌티 가차운 디다 앉게 될 것이여.˝ 그담: 날 에린 왕자가 다시 왔어.

˝똑:같은 시간에 오는 것이 젤로 좋겄구만. 여:수가 말:혔어. ˝에를 들어 니가 오후 네: 시에 온다 허믄 난 세: 시부 텀 기분이 좋아질 것이여. 시간이 가믄 갈수락 더 좋:아질 거고잉. 네: 시가 딱 되믄 인자 난 벌써 안달이 나 갖곤 걱정을 헐 것이여. 행복이 얼:매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될 거란게! 근디 니가 암:때나 오믄 말이여, 언제 준비를 혀야 쓸란가 내가 알:수가 없지 않냐 이 말이여. 으레가 있어야 되는 벱이여.˝
˝으례가 뭐:여?˝ 에린 왕자가 말:혔어.
˝것도 시방은 안: 사:램이 벨라 없는 건디˝ 여:수가 말혔어.
˝하루를 딴 날이랑, 어떤 시간을 딴 시간이랑 달부게 맨들아 주는 거구만. 에를 들어 사양꾼들 헌티도 으례가 있어잉. 갸들은 목요 일마덤 말: 처자들이랑 춤을 춘다잉. 그런게 목요일은 훌룽헌 날이제! 내가 포도밭꺼정 마실 나가도 암시랑도 안 헌게. 근디 사양꾼들이 아무날에나 춤을 춰 싸믄 어떻게 되겠냐, 그 날이 그날 같은게 난 하루도 쉬덜을 못: 헐거 아닌 개비.˝(70)

-˝사:람들은 있잖애요” 에린 왕자가 말:혔어. ˝급행 열차에 타 믄서도 지:가 멀: 찾고 있는지 인자는 모른단게요. 걍: 불안 헌게로 안절부절험선 뺑글글 돌고 있는 거죠잉...˝ 그러드만 말을 잇었어.
˝그게 뭣: 허는 짓이래요잉.˝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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