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의 가족
이하진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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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5 이하진.

예전에 다음에 ‘카산드라’ 연재하던 작가님 만화를 재미있게 봤다. 연재가 드문드문 이어지다 중단된 이후 잊고 있었는데, 내가 잊고 있는 동안 완결도 되고 책도 나오고 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작가님의 첫 책은 ‘도박 중독자의 가족’, 웹툰 연재분을 모은 이 책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가정 불화가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어둡다. 엘리자베스 워첼이 안나 카레니나의 첫머리를 비틀어 오히려 불행한 가정이야말로 다들 고만고만 비슷비슷하다고 했는데 나는 그말에 공감했다. 사실 도박에 빠진 시동생을, 그리고 그 시동생을 두둔하느라 다른 자식들까지 망하게 만든 시어머니를 가족이라 칭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니까 민법 상에도 친족, 인척하니까… 혈연이나 혼인으로 인한 관계가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으로 질환까지 오게 만드는 서사는 슬프고 괴로웠다. 정신질환은 전염병이다. 내가 공부하는 수능 생명과학에서는 비감염성 질환, 이러고 땡 탈락, 하겠지만 과학적 의미로는 감염되는 게 아니라 하겠지만 심리적, 정신적 고충은 주변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옮아간다. 중독자의 가족은 공동의존, 우울증, 온갖 것이 올 수 있다. 원가정 혈연 지키려다가 새로 이룬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

담담하게 겪은 일들 복기하듯 그린 형태라, 그리고 정작 그리고 싶은 만화도 못 그리며 고통 받는 중에 혹은 그 이후에 짬짬이 그렸을 것이라 이전에 보던 연재 만화에 비하면 구성도 연출도 그림도 엉성한 느낌이 있다. 책 구성도 웹툰을 책으로 낼 때 재편집해서 책답게 하는 과정을 대부분 거치는데 거의 컷 그대로 옮겨져서 내용에 비해 쪽수도 어마어마하다. 거의 오백쪽… 그런데 금방 읽음… 남의 괴로운 가정 서사 앞에서도 구성 타령 하는 나새끼 개새끼지만 그래도 작가의 역량 크게 발휘하면 어떤 퀄리티 나오는지 알고 있는 터라 책 완성도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주변의 중독 때문에 고통 받은 경험보다는 내 스스로가 중독적 성향 때문에 내 인생도 곁의 사람들 인생도 조질까 걱정하며 단도리 하고 살아온 터라 그냥 무서운 디스토피아 이야기 하나 더 봤다 싶다… 같이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고 자기 삶 건사하기 위해 투쟁하는 주인공이 짠하기도 하고 굳건해서 닮고 싶기도 했다. 다만 자기 이름이나 그간 커리어도 다 묻히고 이야기 안에서는 내내 누군가의 부인, 엄마, 며느리, 형수, 자녀, (그나마 적극적인 지위가 내담자! 정신과 진료 받는 환자!) 이렇게 위치 지어지는 묘사 뿐이어서 그게 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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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3-02-15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내용이군요..이런 책은 읽기가 참 힘들어요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2-15 23:13   좋아요 2 | URL
혈연이나 배우자나 배우자의 가족이 만드는 지옥에 관한 서사는 진짜 끝도 없네요. 어딘가는 오손도손 잘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그건 이야기거리가 안 되겠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