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 - 200g, 에스프레소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일상 감각 연구소’ 책에서 사람들은 인류의 기원지로 추정되는 에티오피아 고원과 같은 기온, 습도로 실내 환경을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조상은 그 근처에서 온 것 같다. 악성 곱슬머리가 증거… 그리고 추운 겨울보다는 더운 여름이 낫다. 아프리카에서 건너건너 오는 길에 동남아시아도 찍고 온 모양이다. 식구들은 질색하는 고수랑 두리안을 잘도 먹는다.

사람도 시작됐고, 아마 커피 원산지이기도 하다는, ‘커피견문록’에서 약간 또라이 같은 저자가 케냐에서 국경 넘어 에티오피아 건너가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올 정도인… 에티오피아 커피를 알라딘에서도 이것저것 많이 팔았다. 돌아보니 내가 산 원두도 거의 에티오피아산이더라…수능 직전에 시험 끝나면 캡슐 안 먹고 드립만 겁나 먹어야지, 하고 찾다가 시다모 난세보가 보였다. 어느새 돌아왔군. 에티오피아 원두 중에서도 시다모 난세보는 일반 원두랑 디카페인이랑 다 좋아서 몇 번 샀던 걸 이번에도 질렀다.

쓴맛 탄맛 강하지 않고 향과 맛이 적당히 달고 많이 시지 않고 아주 무난하게 맛있는 커피였다. 핸드드립을 자주 먹긴 했는데, 중간에 드립 귀찮으면 병에 담긴 거도 사먹고, 마트에서 파푸아뉴기니 콜드브루 할인하는 걸 사서 그거도 먹다보니 아직 원두가 조금 남았다. 애껴먹어야지…파푸아뉴기니 드립백 먹어보니 맛있던데 다음 원두는 그걸로 결정…

원두 생각난 김에 에티오피아와 파푸아뉴기니를 검색해 보았다. 한 곳은 완전한 내륙국, 한 곳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한반도로 건너오던 옛 조상이 찍고 온 곳인지 더운 바닷가 혹은 고원 기후 참 끌리지만…여행지 안전 정보를 다루는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두곳 모두 여행 자제, 출국 권고, 가능하면 가지 말라고 한다… 커피 팔아서는 먹고 살기 힘든 모양이다. 특히 파푸아뉴기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관광국가 될 법한데, 노상강도가 횡행하고 지진 화산 빈번해서 난리라고, 외국인은 높은 확률로 범죄 타겟이 된다고 해서 슬펐다. 당신들이 보낸 커피는 먹을 수 있지만 우리는 거기에 갈 수가 없군요… 경제적으로 힘들고 치안 개판이고 자연재해까지 일어나버리면 사회는 야생에 가까워지는가 보다.

발이 시려운 겨울 나라 사람은 일년 내내 봄이고 가을인 나라나, 바닷바람과 햇살이 따뜻한 나라를 꿈꾸는데, 따뜻한 나라 사람들은 발이 시렵더라도 배곯지 않고 거리에 총이나 칼든 사람이 없는 나라를 꿈꿀지도 모르겠다. 내가 약사가 되고 싶다 하니까 어떤 이웃님께서는 본인이 약사이신데 잠시 교대 진학을 꿈꿨다고 하셔서 서로 신기해하고 웃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없는 곳에 놓인 자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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