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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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4 봄날.

제목이 자꾸 마음에 남아 관심이 가던 책을 읽었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 다방을 전전하며 불어나기만 하는 선불금 빚과, 자신을 인간이 아닌 돈벌이 수단 내지 성욕 해소 도구로 이용하고 모욕하던 업주와 성구매자들의 폭력 때문에 오래도록 고통받았다. 같이 일하던 수많은 여성이 죽음으로 몰리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 또한 삶의 의지를 여러 차례 접었다. 저자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친구들과 상담 센터의 지원이 있어서 다행히도 저자는 성매매 업소를 벗어나고 다른 탈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이 책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추악한 성구매자들과, 돈에 미친 포주들이 저지른 인권 유린을 남겨 내가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성접대를 준비하는 연예인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에 잘 주는 애들 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대체 무엇을 주고 받고 싶었는지. 자기들이 돈을 주면 그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끔찍했다. 성매매를 일컬을 때 여자를 사는, 사 먹는, 이런 표현을 쓰는 이들도 있다. 여자라는 인간을, 혹은 여성성을 과연 누군가 돈을 지불하면 사서 소비하고 소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건지.

고통과 착취를 겪었고 겪고 있을 여성들을 생각하면 이 책을 그저 서사로 소모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빚으로 엮어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구조, 자본과 권력이 들러붙어 착취하고 기생하는 구조, 그런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업소들을 부끄럽지도 이상하지도 않게 여기고 오히려 공범을 장려하는 야만의 문화는 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유흥 후기라는 이상한 형태의 홍보글이 자신이 경험한 성매매를 미화하고 여성을 품평하고 있었다. 제 정신 박힌 인간 하나라도 나와서 자기 성구매 기록을 속죄하며 참회록 쓰고 할복자살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오대수처럼 15년 가둬놓고 군만두 먹이면서 노트 던져 놓고 쓰라고 하고 싶다. 감금방 텔레비전에는 너희 때문에 죽어간, 병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증언만 줄창 틀어줘야지. 자발 타령 하는 놈들은 그 옆방에 가둬두고 군만두도 안 주고 단무지만 줘야 한다…

가정 폭력을 피해 가출한 아이들이 당장의 생존을 위해 조건 만남을 하고 성착취 당하는 지금은 봄날님이 공장의 박봉과 공장 직원의 강간과 임신한 애인을 버리고 떠난 모진 놈을 뒤로 하고 성매매로 유입되던 이십 여 년 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여자를 때리고 이용하고 뜯어 먹고 사는 놈들은 다 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엉망진창인 구조와 문화가 빨리 개선되어야겠지만 그 전에 수렁에 빠진 여성들이 탈성매매 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잘 마련되고 그런 지원책을 특혜라고 지껄이는 새끼들도 닥치지 않을 거면 다 죽었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구매자들은 나에게 돈을 지급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돈을 받은 나는 당연히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구매자와 단둘이 있는 장소에는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맞지 않고, 죽지 않으려면 구매자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를 수밖에 없다. 구매자에게 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경찰은 내가 업소에서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범죄자라고, 성매매를 한 주제에 무슨 신고를 하냐고 말했다. 업주는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막상 폭력이 벌어지면 내 탓으로 돌리며 업소가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다는 핑계로 나의 입을 막았다. 경찰에 신고를 해봤자 나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어떤 폭력이 일어나도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는 여성들은 그 벌금 때문에 선불금이 늘어나기도 했기에 성매매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매자에게 맞아서 피를 흘려도 나는 인권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었다. 업종별로 내가 겪은 구매자들의 행태를 되짚어보았지만, 구매자들이 성매매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똑같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겪은 구매자들의 더러운 행위들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라고만 생각하고, 그 폭력을 혼자서만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것은 성매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여 년 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사는 구매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여성을 알선하는 포주가 없으면 성매매는 줄어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는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남성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성이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따. 그러나 성구매를 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이제는 내가 경험한 구매자들의 추악한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332-333)
-돈이 있다고, 권력이 있다고 남의 성을 사는 행위를 쉬쉬하고 덮어주는 것, 더 어린 여자의 성을 구매하기 위해 어플을 만들고, 성행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해서 돌려보며 웃는 구매자들을 심판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 사회 모두가 방관자다. 성매매의 경험을 성찰하는 것은 경험 당사자만의 몫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성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해 ‘필요악’이라는 궤변으로 포장하는 문화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뿌리 깊은 성매매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이 사회가 비로소 안전해지지 않을까?(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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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5 0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쎈 제목에 이유가 있었네요. 단무지도 아까워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05 07:03   좋아요 2 | URL
그럼 춘장만 주는 걸로요ㅎㅎ ㅠㅠ

Yeagene 2021-07-05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험 글로 남기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5 18:23   좋아요 2 | URL
네 대단하신 분이고 앞으로도 여태 힘들었던 만큼 보다 훨씬 더 잘 사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