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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 가슴과 배꼽 아래의 변화에서부터, 요동치는 사춘기 내 마음과 친구 관계의 어려움까지 ㅣ 내 몸.마음 안내서
소냐 르네 테일러 지음, 김정은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5월
평점 :
-20201112 소냐 르네 테일러.
읽다보면 내가 그 맘 때 읽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책이 요즘엔 참 많다.
내가 열 살 때, 스무 살 때, 서른 살 때. 물론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야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여자 아이들을 독자로 삼아 몸이 자라고 변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는 내내 모든 몸은 특별하고 사랑할 만하다고 한다. 아름다운 몸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그 점이 좋았다. 다이어트도, 술도, 담배도, 약물도, 돈 벌려는 놈들이 네 몸을 휘두르는 거야, 거기에 휘둘리지 마, 하고 대놓고 말해주니 좋았다.
성교육은 모든 연령대에 필요하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자기 몸에 대해 아직은 알 필요 없다고 미룰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더 잘 받아들여지고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 책은 이제 막 가슴이 자라고 일 이 년 안에 월경과 체모와 온갖 신체, 정신 변화를 겪게 될 열 살 무렵의 아이부터 읽을 만해 보였다. 설명이 친절하고 쉽게 되어 있었다. 생식계와 호르몬 변화에 국한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위한 음식, 운동, 관계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인생에 영향을 줄 중요한 부분을 함께 다뤄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은 목적은 옆의 열 살 짜리에게 주기 전에 수위 확인을 위한 거였는데 무난하고 좋은 책이었다. 나도 그 나이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랬다면 아홉 살 때 소설 영심이(그래 그 만화의 소설 버전. 하나면 하나지 둘이 아니야)를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엄마 멘스가 뭐야?’하고 물었을 때 우물쭈물 답하지 못하는 엄마 앞에서 호기심을 접어버리며 괜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주 최근에야 읽은 책들이지만 이후 연령대 여성들과 여성에 관해 알아야 할 남성들에게 권할 만한 목록을 꼽아 보자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는 ‘질의응답’, 이십대 부터는 ‘마이 시크릿 닥터’도 괜찮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섹스라이프에 관해 고민하는 시기라면 ‘섹스하는 삶’도 읽을만 해 보인다. 거기에 더 나아가 며칠 전에 ‘윤리적 잡년’이라는 책을 사 버렸는데 이건 너무 나간 듯...서문 밖에 안 봤는데 다 봐야지 내가 잡년인지, 잡년이 나인지, 아니면 아직 택도 없는지, 잡년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두꺼워서 올해 안에 읽을지는 의문…
남자 청소년부터 이십대 초반까지도 커버할 만한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도 읽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성교육이 다르다는 게 유감일수도 있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맞춤형 책이 그닥 나쁘지 않은 것도 같다. 더 효과적이려면 여자, 남자용으로 나온 성교육 도서를 여자 남자 모두 두 종류 다 읽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있다…
두 책 다 좋은 부분이 자기 긍정, 자기 결정권, 다양성과 차이의 인정, 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맥심 안의 가슴 크고 허리 가는 여자들이 아름다움과 섹시함의 기준이 되어 버리고, 포르노 속 몽둥이 만한 성기를 오래 거칠게 휘두르는 남자들이 평균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세상은, 많은 사람이 비정상이고 부족하고 못나다고 자신을 미워하게 만든다. 그건 너무 슬프다. 슬프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 괜찮다고, 매끈한 모습은 극소수에다 보정 기술의 결정체일 뿐 허상이라고, 다양한 모습 만큼 다양한 취향과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해주는 책을 많이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