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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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4 은유.

서브리미널이랬나. 무심결에 집어들어 읽고 나면 누군가 열심히 인용구를 실어나른 글에서 만난 책인 걸 뒤늦게 알곤 했다.

뭔가가 아닌 누군가를 알기 위해 에세이를 여러 권 읽었다. 그렇다고 엄청 본 건 아니고 나 치고는 많이 봤다.

이제 그만 봐도 되겠다. 나랑 맞지 않는 옷은 벗기로 했다. 내가 되겠다는 선언 만으로도 멀리 물러나 버린 마음은 아프다. 다루기 쉬운 납작한 사람이 아닌 입체적인 나는 더는 견디기 힘들 수도 있겠지.

말과 글의 공허함. 요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그 공허한 걸 너무나 좋아했고, 그 공허한 걸 잘 해 보겠다고 4월 말 강좌 수강신청까지 했다.

은유 책을 읽는 동안은 말하는대로 쓰는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았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그 상황에서는 허투루 살지 않았겠구나.

그렇지만 여전히 말과 글은 공허하다. 아무리 아름답게 말하고 써도 그 말과 글을 만들어 낸 사람을 겪는 일까지 아름답지는 않았다.

사람이 미워지려 할 때마다 상황과 사람은 매 순간 변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변하지 않음을 가리키며 울었지만 실은 변했기 때문에 서러웠다. 말과 글이 순식간에 녹이던 시간만이 이제는 단단하게 내게 남았기 때문이다. 혼자일 새를 느낄 수 없이 마취된 도취된 날들은 사라지고 금단현상에 빠진 환자만 남았다. 병이 든 채 죽지 않으려면 회복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려면 읽고 쓰는 걸 멈춰야 할까. 계속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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