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컬러 시리즈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이용재 옮김 / 윌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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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2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원제 The secret lives of colour

책 서두에서 색의 범주는 선천적이라는 주장(보편론)과, 색을 일컫는 언어가 없다면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상대론)이 등장한다. 우리 눈은 셀 수 없는 빛깔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두 색 사이의 다름을 알아챌 수 있더라도 각각을 부를 말이 없다면 미묘한 개성은 뭉뚱그려지고 그냥 빨강, 그냥 검정으로 일컬어질 것이다. 색에 붙는 새로운 이름을 상술이자 마케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렇게 몰아 붙일 일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색이름은 분위기와 기분을 다채롭게 표현할 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저자가 엘르 데코레이션 편집자의 제안으로 연재한 색에 관한 글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잡지에 연재 되었을 때는 글에 등장하는 시각자료의 사진이 함께 제시되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조그마한 색상표시 외에는 사진이나 그래픽이 별도로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다. 검색을 해서 회화나 유물 그림을 일일이 찾아 보아야 했다.
색이 등장한 배경, 쓰임새, 색을 나타내는 물감과 염료의 재료와 제작 방법, 유행한 시기, 염료의 유해성, 색이 쓰인 사례 등이 열거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읽는 재미가 있었다. 빨강, 하고 뭉뚱그려진 안에도 스칼렛, 코치닐, 매더 등등 다양한 빨강이 담겨 있었다. 목차만 보면 엄청 많은 색이 다뤄진 것 같지만 책에 언급된 색채는 일부이다. 책 뒷편에 자세히 다루지 못한 다른 흥미로운 색들을 한 줄씩 언급하였다. 그 목록도 담지 못한 색이 많다.
미술을 잘 모르고 패션은 까막눈에 가깝다. 색에 대해 아는 것이 그나마 시작이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검정에도 콜, 페인스 그레이, 옵시디언(흑요석), 잉크, 차콜, 제트, 멜라닌, 피치블랙, 반타블랙 등등 수많은 이름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 이름이 검정을 가리킨다고 다른 책에서 읽었다. 모리타니(그리스어 모르), 기니(베르베르어 아구나우), 에티오피아(그리스어 아이토스오프시아), 소말리아(누비아어 소마리), 수단이 그렇다. 거무스름, 까망, 흑색, 새카만, 시커먼, 칠흑 등등...우리 말에도 다른 표현이 많다. 각각의 다름을 구분하고 이름 불러줄 수 있는 눈과 말을 가지고 싶다. 열심히 쳐다보고 궁리하고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책보다 찾아본 사진 정리

-리드화이트로 밑칠 된 안악3호분 벽화를 VR로 볼 수 있는 사이트
http://contents.nahf.or.kr/goguryeo/mobile/html5/an1.html

-아이보리-스코틀랜드 루이스 섬에서 발굴된, 바다코끼리 엄니로 만든 루이스 체스맨

-골드-금박이 잔뜩 쓰인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1907)’

-데이지 펠로우즈. 타타 드 벨리에르(숫양 대가리)라 불린 쇼킹핑크색 17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카르티에에서 사들여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찾았지만 핑크 다이아의 실물 사진은 구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카르티에에 주문 제작한 목걸이 사진 득. 화려하다 화려해.

-아마란스. 영원하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름.

-아니쉬 카푸어의 ‘스바얌브(2007)’ 윤기 SHADOW 세트장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는…(그런데 윤기 섀도우가 누구야…눈에 바르는 거야...BTS가 뭐죠...)

-코치닐, 선인장의 연지벌레. 딸기우유. 비건 중에는 이거 반대하고 안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함.

-버밀리언 바탕이 칠해진 폼페이 신비의 벽화 프레스코화

-호안미로-빛. 내 꿈 속의 색. 책에는 물망초색 물감을 팝콘 모양으로 칠해놨다고 표현되어 있다.

-비싸터진 울트라마린으로 밤하늘을 칠한 티치아노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1520’)’

-페르메이르의 ‘간음한 여인과 그리스도’. 1945년 메이헤른이 이 그림을 나치에게 팔았다는 이유로 나치 부역 혐의로 잡힌다. 메이헤른은 작품이 자신이 그린 위작이라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문화 유산 팔아먹은 역적? 가짜 그림 독일 놈들한테 팔았으니 애국자?) 그림에 쓰인 코발트 블루 컬러가 페르메이르가 죽고 130년 뒤에야 발견되었다는 것이 밝혀져 그림이 위작임을 증명한다. 재밌네. 그림 잘 그리네 ㅎㅎ

-이집션 블루 빛의 작은 하마 윌리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3500년 전 이집트 나일강 둑에 있던 다리 부러진 부적. 이집트인들이 숭배한 하늘, 나일강, 창조, 신성의 파란색.

-일렉트릭 블루. 체르노빌 핵누출 사고 때 밤하늘을 빛내던 방사능의 파란 빛. (사진은 그냥 전깃줄 빛나는 장면)

-버디 그리빛 드레스 입은 임산부. 그림 속 부부는 엄청 부자로 추정. 얀 반 에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 옛 화가들이 색감 좋고 변하지 않는 초록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초록 물감 중에는 유독 물질도 많았다. 이 그림보다가 갑자기 초록색 신발이 가지고 싶어서 한참 검색하다 구매 포기함...내가 신으면 할머니 신발 같을 거야...참자...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0’)’ 녹색 물감의 이상 반응으로 풀밭 군데군데 시든 것처럼 보인다.

-엄버 빛으로 그려진 카라바조의 ‘성 프란시스와 성 로렌스가 함께한 예수 탄생도’ 1960년대에 도둑놈들이 훔쳐가면서 훼손되었다고 한다.

-스펙트럼의 99.965%를 흡수하는 반타블랙. 아니쉬 카푸어가 이 색의 독점권을 사들여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다고 한다. 스튜어트 샘플은 이걸 비꼬면서 모두가 쓸 수 있고 아니쉬 카푸어만 쓸 수 없는 분홍(world’s pinkest pink)을 만들었다고 한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존 디 박사가 소유했었다는 흑요석(옵시디언) 거울이 바쳐진 아즈텍의 신, 테스카틀리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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