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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기상천외한 공생의 세계로 떠나는 그랜드 투어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8월
평점 :
-20200301 에드 용.
원제 I CONTAIN MULTITUDES
‘일찍이 월트 휘트먼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규모 군단을 거느린 대인배다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
책 제목은 시인의 말을 인용했나 보다.
천산갑이 코로나바이러스 중간숙주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즈음 읽은 이 책의 시작 부분, 공교롭게도 미생물학자가 동물원에 들러 흰배천산갑의 온몸을 면봉으로 구석구석 훑으며 각 부위별 미생물을 수집한다.
우리 몸과 동물 몸체는 무수하고 독특한 미생물로 둘러싸인 섬과 같다고 한다. 그러한 미생물 군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하고 이 책 내내 이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동물과 공생하는 미생물의 다양한 면모를 알기 쉽게 잘 풀이해놨다. 서술도 제법 재치가 있다. 그래도 읽는 일이 만만하지는 않았다. 두께도 있고 미생물학, 진화생물학, 유전자학, 의학, 고생물학, 동물학, 해양생태학 등등 온갖 분야의 전문 연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연구 결과와 연구자들의 고군분투와 연구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은근 재미가 있었다.
월리스를 이 책에서 또 만난 김에 적립금 털어 말레이 제도를 질렀다! 언젠가는 읽으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미생물은 병원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도 한다. 다만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 구분은 항상 유효하지 않다. 몸 상태에 따라, 미생물이 어디에 놓이고 어느 정도 양으로 번성하는지, 어떤 새로운 환경, 다른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진다고 한다.
공생이라 하면 늘 잘 지낼 것 같지만 각 공생자간 이익과 상황에 따라 어제 도움을 주던 개체가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밑줄을 너무 많이 쳤다...다 붙여넣지도 못하겠다...나중에 다시 두고두고 훑어 보고 싶다.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은데 읽고나니 또 다 까 먹었다. 하하.
아, 그래도 인상깊었던 부분 적어야지. 볼바키아라는 미생물이 장악한 모기 개체는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한다. 그래서 수년 간 오닐이란 연구자는 뎅기열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에게 볼바키아를 힘겹게 감염시켜 자연으로 방사시킨다. 감염병을 막기 위한 과학자의 연구와 그 결과 뎅기열 발생 사례가 억제된 부분은 은근 감동이었다.
또 생각난 거. 전자책이라 유튜브 링크도 휘리릭 타고 들어갔는데. 거대한 아폴로 딸기맛 짜놓은 모양의 민고삐수염벌레 영상!
https://youtu.be/IddCPTnmj4Q
열수분출공 주변 햇볕 들지 않는 2000미터 이상의 심해에다 섭씨 400도까지도 올라가는 해저 지각 틈에 거대 갯지렁이 군락이 있다. 쟤들은 입도 항문도 소화기도 없는데 살아있다. 몸 안에 가득한 황. 비결은 몸 안의 미생물이 주변 황화합물을 분해해 민고삐수염벌레에게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황은 미생물 대사 후 남은 결과물.
극한 상황에서도 자리 잡고 살아가는 생명체는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 그 배경에는 바로 미생물의 도움이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01/pimg_79216711424660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