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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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주원규

같은 작가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잔혹사를 한참 전에 사 두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다. 작년 이 무렵 강남 유흥가를 둘러싸고 경찰 비리, 연예인 성범죄 등등 이슈와 함께 이 책 홍보를 많이 접했다. 신나게 읽던 뇌과학책이 절반쯤 읽다가 기한을 넘겨 반납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다 가벼운 거나 하나 보자 하고 빌렸다.

장편 문학상까지 탄 사람인데, 왠만큼은 쓰겠지 하는 기대를 이 책은 져버렸다. 읽기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도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주술 호응 안 맞고, 주어 명확하지 않게 오락가락 거리고, 반복 중복 표현 많고, 지나치게 긴 문장에다가, 구역질이 적합한 자리에 세 번이나 비역질이 뜬금 없이 들어가 있었다. 사전 찾아 보는 게 어려운 거니… 성매매 여성을 내내 콜걸로 칭해서 되게 올드한 느낌이 들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삼류 영화 시나리오 초안이나 드라마 대본 읽는 듯한 대사가 많이 등장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로 써서 투자처를 찾다가 강남 유흥가 관련 사건 터지면서 부랴부랴 소설로 각색해 출간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미흡한 글이었다. 소설을 처음 쓰는 작가도 아닌데 이 정도 글쓰기라니 실망스러웠다.

비리 경찰, 사건을 조작 은폐하는 설계사 변호사, 포주, 부동산재벌, 멤버쉽제 변태 유흥 클럽과 그 고객인 소위 고위층과 전문직과 연예인, 성매매여성, 유흥 중 벌어진 살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또다시 사람을 죽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큰 돈이 오가는, 바로 이런 곳이 강남이다, 하는 식의 이야기였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범죄도시, 내부자들 같은 범죄 영화를 꿈꾸는 스토리같은데, 그냥 그랬다. 온갖 선정적인 설정과 장면 가지고 뭘 말하고 싶은지 뭘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재미도 별로 없었다. 김성모 만화 비스무레한데 만화는 실소라도 나오는데 이 소설은 웃길 생각도 없는 것 같고 되도 않는 문장으로 멋만 잔뜩 부려놨다. 아 이걸 읽은 내 시간.

검색해 보니 저자 인터뷰 기사를 몇 개 찾을 수 있었는데 이력이 특이했다. 소설가 겸 드라마 작가 겸 목사님 ㄷㄷ. 주님,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아까운 시간 죽인 것도 후질 걸 짐작하고도 홧김에 빌려본 내 탓. 안 본 눈 사고 싶어도 방법이 없으니 다음부터는 좋은 책만 골라 봐야지. 하하하. 맨날 이러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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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2-03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는 매우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님. 원래도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마음 놓고 패쓰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2-03 12:55   좋아요 0 | URL
패쓰 리뷰 전문가로 특화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