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1 애슐리 마델작년에 퀴어의 사랑을 다룬 한국 소설들을 몇 편 읽었다. 문득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알아보려는 노력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태어나서 주어지는 대로 자신을 규정하고 혹은 규정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스스로 또는 남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용어를 만들고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갈래 중에서도 섹슈얼리티나 젠더에 한정하고도 책에 소개된 것만 80여가지였다. 하나하나 용어들을 보며 다 외우고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책 초반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분법을 넘어서 스펙트럼, 좌표 위에 그릴 수 있는, 혹은 심지어 표시할 수 없는 정체성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무심히, 혹은 호기심에서 던지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수많은 말들이 누군가를 단정하고 규정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자신을 찾고 설명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삭제당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도 기억하기로 했다.자신에 대해 말하는 퀴어들의 사례를 곁들인 용어집 형식이라 재미있거나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 많은 물음을 던지는 과정에 있다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사람은 범주화하길 좋아하고 거기서 안정을 느끼니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말을 찾는 일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다양한 끌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무성애를 포함해 설명하였다. 왜 퀴어축제에서 무지개 모양을 쓰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사실 무지개로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차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