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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 불편한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다
김현철 지음 / 팬덤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20200110 김현철
정신의학신문이라는 매체의 기사를 즐겨본다. 마음의 작동 방식을 정신의학 관점으로 설명하는 게 흥미롭다. 스스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을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의사들의 분석도 꽤 그럴싸 하다.
강박장애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강박장애와 강박성향의 경계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은 제법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지만 솔직히 모든 내용이 납득과 수긍이 가지는 않았다. 일단 제목으로 붙은 주제와 챕터의 내용이 일관성 있게 이어지지 않았다. 읽다보면 갑자기 문단과 문단 사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마구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건 글쓰는 역량과 구성의 문제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거슬린 것은 대부분의 이론적 배경이 정신분석학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었다. 뇌과학 발전이 이렇게나 눈부시게 진행된 마당에 많은 임상 사례 해석을 어머니 아버지와 유아기에 맺은 관계, 고착, 뭐 이런 걸로 다 가져다 붙이니 솔직히 조금 웃긴 게 더 많았다. 그래도 프로이트식으로 영화 박쥐를 해석한 건 재미는 있었다. 영화를 이런 식으로도 분석할 수 있구나, 누군가는 이렇게 이런 관점으로 해석을 하는 구나, 틀이라는 건 참, 재미있구나, 했다. 잘 갖다 붙였다 정도였지 전혀 논리적으로 설득되지는 않았다. ㅎㅎㅎ
완벽함이라는 환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허황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그런 행동과 사고에 빠지곤 한다. 나 때문에 힘들어지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한데, 나 또한 통제력을 발휘하려는 과정에서 힘들고 상처 받는 때가 많은데,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내가 어떤 행동을 어떤 감정과 마음 상태 때문에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인지하는 건 중요한 일 같다. 돌아보는 일은 나아지기 위해 필요하다. 내려놓고, 편해지는 삶을 바라본다. 될까 모르겠다.
밑줄 긋기
-‘박학다식은 강박 성향의 완벽주의가 우릴 홀릴 때 자주 쓰는 무기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위의 생각과는 반대로 가야 합니다. 한 분야에 깊이 있게 접근하면서 필요할 때만 주변 분야의 참고 서적을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됩니다.’
-‘무엇이 더 좋은가보다 무엇을 더 잃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을 때 선택이 훨씬 더 쉬운 까닭은 위기 혹은 위험에 민감한 강박 성향 특유의 경보체계를 역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죄송하다는 표현은 상당히 공격적인 의미를 내포합니다. 죄송함이란 잔인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비롯된 분노가 폭발해 화산재처럼 자신을 뒤덮을 때 발생하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이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마다 항시 떠올려야 하는 명제입니다. 하지만 우린 규정지은 틀에 스스로를 구속하는 본성 탓에 착각과 망상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