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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평점 :
-20191228 김세희
연말에 너무 읽은 게 없다보니 꼼수를 쓴다. 여름에 사 놓고 읽다 만 전자책을 펼친다. 이 책이 가장 진도율이 높아서다. ㅎㅎㅎ
친구가 이 작가 읽고 기운을 내래서 첫 소설집과 장편 중 고민했다, 뭘 살지, 하니까 사지 마 둘다!!했지만 으응 그게 이미 샀다고...전자책이라 팔지도 못해...자조하고 뭐 그런 기억도 나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가만한 나날을 읽고 의외로 좋아서 이 책 사고 앞 두편 읽다 오래도록 접어뒀다. 아 왜 샀지. 왜 별로야 하면서.
가만한 나날 다시 읽고도 아, 내가 뭐 씌였었나 봐. 했다.
드림팀 부터 잘 읽혀서 하루 만에 절반 남은 거 후다닥 봤다. 거기 나온 임팀장 같은 사람이 내가 되었던 게 아닐까 하고.
회사 생활에 대한, 초년생의 불안과 좌절의 이야기가 무척 많이 나온다. 대부분의 인물이 약간 답답하면서도 또 흔하고 여리고 자기의 치졸한 면에 부끄러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내가 그리 안 좋아하면서도 막 보면 안타까워할. 나라고 뭐 다를까. 그냥 씩씩한 척 할 말 다 하는 척 하면서 일이란 일 다 떠맡는 호구지. 그러면서 꼰대 소리나 안 하면 다행이지. ㅎㅎㅎ 젊은 동료들 신임들 볼 때마다 늘 그런 걱정이 든다. 얼마나 많이 묻고 잘 가르쳐 주셨는데요- 하고 내 앞에서 칭찬 일색인 예쁜 동료 앞에서 내가 못되게 군 일들만 끊임없이 플래시백 하며, 얘는 왜 이렇게 맘에 없이 치겨세울까. 이제 나랑 일할 일도 없는데. ㅎㅎㅎ한다. 와 못 됐어. 사람 되게 못 믿어.
물나들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버지에게 나쁜 건강과 나쁠 미래만 물려 받은 듯 계속 술을 마시고 사랑이 떠날 걱정하는 남자를 보며 괜히 마음이 아팠다. 이놈의 술주정뱅이 아버지 서사. 나처럼 글러먹었어 하고 모질게 부모를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안 보면 더 나을텐데 보면서 끊임없이 상처를 되새기고 또 상처입는다. 슬퍼 슬퍼.
얕은 잠은 제목처럼 꿈 같은 느낌인데. 파도타다 길 잃고 그런 나를 두고 간 기대던 사람 이야기, 뭔가 왜 주인공이 산 사람 아닌거 같은 기분 드나 모르겠다.
감정 연습.은 파주가 나오는데, 내가 살아보지 못한 북쪽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 불안, 같은 게 막 옮아졌다. 서울과 경기 남부 말고 다른 지역의 삶에 대해서는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말과 키스. 동성애 서사라고 해야 하나. 재미는 그닥 없는데 현진의 캐릭터가 되게 선명했다.
소설 하나하나가 다양한 가능성처럼 보였다. 구구절절한데 어쨌든 다 읽으면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과대평가 아냐, 싶다가 앞에 세 편 참고 뒤에까지 다 봤더니 아, 나 그냥 짜져 있어야지. 깔 뻔했네. 이 정도면 여기저기 회자되고 팔릴 만 해 싶었다. 그런데 또 읽을지는 모르겠다. 취향은 아닌가 보다. 너무 고구마 퍼먹여서. ㅋㅋㅋㅋㅋㅋ어쨌든 응원합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