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15년 개정판 세트 - 전20권 (본책 20권 + 대형 브로마이드(앞면)/조선왕실 가계도(뒷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191227 박시백
해 가기 전에 드디어 20권 다 보았다ㅎㅎ20권은 두껍고 지루해서(막 한국사 공부할 때 보던 나라 망하는 수순 보기 괴로움...) 대충 본 건 안 비밀.
나는 만화책은 읽은 책 수에 안 넣었는데 모이웃이 이 책 일부 읽은 걸 넣으면 400권이 넘게 읽었다 하는 소리 듣고 솔깃. 보자 나도 이거 20권, 본격한중일세계사5권, 곱게자란자식9권, 내어머니이야기4권(인가) 넣으면 읽은 책 수가 40프로 가까이 증가한다ㅎㅎㅎ아 막 유혹을 떨치지 못하겠다. 그냥 읽은 책 목록에 한 줄로 넣는 걸로 타협...

지인이 아홉 살 딸이 역사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며 이 책 어떠냐고 물어서 화들짝 ‘텍스트 많고 지루해서 애들 보기 무리임. 차라리 설민석 들어가는 한국사 만화책이 인물사에 초딩 타겟임’하고 만류한 기억만 난다. 정작 우리집 동갑 내기는 역사 하나도 관심 없다고 한탄했는데, 그 설민석 뭐시기 전자책 빌려주니 재미있다며 순식간에 열 권 다 봐버렸다.... ....... 애가 관심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무심했던 걸로.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어쩌구 시리즈도 읽고 시험 본다고 한국사 공부도 해 보았지만 어쩐지 조선사는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었다. 학교 국사 시간에 나름 초중후말 이렇게 배운 것도 같은데도 구획짓기도 안 되고. 여태 주워먹은 걸 왕조 순으로 훑어보는 건 나름 그 동안 안 되던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혹자는 민중사 아니고 지배자 관점에 관에서 쓴 게 진짜 역사냐 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인물들 하나하나 개성 있게 묘사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성이랄까, 만평 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얼굴에 인물의 성격 특색 드러나게 그리고 다른 애들이랑 전혀 안 헷갈리게 잘 그린 거 같다. 특히 정도전 얼굴은 되게 만화스러운데 잊히질 않아ㅎㅎㅎ익선관 쓴 왕들 얼굴도 막 한 핏줄에 그놈이 그놈 같을 것 같지만 전혀, 어전 참고하고 사료 서술 열심히 고증한 건지 하나같이 개성 넘친다.

단순히 실록 평가 따라가지 않고 작가 나름의 논평 덧붙인 부분도 좋았다. 그게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고 비슷한 의견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하는. 정치사에 대해서는 그것이 사실로서의 역사가 아니라는 점, 여러 의견을 제시해주는 게 가치로운 것 같다.

잘해보려 애썼고 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췄지만 현실에서 무력하고 작동 안 하고 인간 썩은 마음이 늘 그러듯 또 인간이 인간해서 힘 가진 놈들이 백성 빨아먹고 그런 부분은 늘 읽고 있자면 분통 터졌다. 예송이니 탕평이니 역적이니 뭐니 하며 아무리 유교국가고 예의염치 질서가 최우선인 나라라 해도 그런 철학적 정체성 규정 규명 위한 논쟁이 소홀히 될 수 없다 해도 백성들은 굶어죽고 침략에 죽어나가는데 수탈해다가 저러고 탁상공론하는 꼴이 아주 그냥 다 빗자루로 쓸어다 버리고 싶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정치 논쟁과 권력 다툼 부분은 심지어 아주 지루하기까지 하다. 내 취향 아냐...다 죽어 그냥 아 다 죽었네 하하 역사에 비루한 이름들 남기고 다 죽었구나 하하하)

후대 사람들에게 뭔가를 적어 남겨준 것은 그것이 편파적일지라도 소중한 유산 같다. 왜곡된 판단이든 바로 잡고 캐내는 일이든 뭐든 할 일을 물려줬으니. 이런 이차 저작물의 소재도 되어주니 재미있게 읽는 사람은 땡큐. 그런데 이 책은 아아주 재미나진 않고 약간 의무와 당위의 독서에 가깝다. ㅎㅎㅎ글이 너무 많고 연출도 엄청 극적이지 않다.
반면에 이름을 남기는 일이란 쉽게 볼 일이 아닌 것 같다. 수백년을 간신으로, 매국노로, 탐관오리로, 멍청한 왕으로. 빛나는 이름의 무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도전(되게 좋아하네 나...드라마 탓이야....조재현 때문에 망했지만...), 세종, 충무공, 정조, 안중근 등등등... 자꾸 미래 세대가 자기 이름 운운하는 덕에 지하에서 제대로 안식 취하고 있을까. 세종이...뭐요?(벌떡) 하면서 아 왜 나 또...과학기지? 하아...좀 쉬자 좀....나라면 내 영혼이라면 그럴 듯...그래서 최대한 숨고 알려지고 싶지 않다. 조용히 역사책에 남은 남의 흔적이나 몰래 훔쳐보며 잊혀지다 사라지고 완전히 소멸하고 싶다. 역사를 보는 소회가 이 모양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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