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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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김금희

생년 십의 자리 앞숫자가 다른 사람은 마냥 다른 세대 사람 같은데 1979년생 김금희가 쓴 이야기는 딱 내가 거친 십대 이십대와 닿은 부분이 있었다. 많았다. 온갖 영화와 노래와 지금은 사라진 피씨통신동호회의 거의 마지막 세대, 곧 마흔이 될 나이로 일터에서 치이고 버티고 그러면서도 지난 날을 지난 사랑과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 다섯 살 많은 작가에게 금희언니, 하고 싶다. 언니는 나랑 비슷한 걸 먹고 잘도 자라서 참 언니같이 잘 써놓았네요. 나는 그냥 나같은 거만 써요. 못 나게도.
나도 김금희를 좋아하게 되서 참 좋다.
이름에 종 돌림하는 우리 외삼촌 다섯 중 큰외삼촌이 어릴 때 못 먹고 아파서 길에 쓰러졌다. 그걸 본 역시 종 들어가는 둘째 외삼촌이 울면서 집에 와서 외할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언니가 죽었어.
예전에는 남자들도 손윗사람을 언니라고 불렀다. 그러니 상수도 언니가 맞다. 언니는 죄가 없어요. 그러고보니 종 들어가는 셋째 외삼촌 아들 상수언니가 어릴 때 나랑 잘 놀았다. 지금은 쌩깠지만. 잘 사나요.
금희언니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왠지 비슷해 보인다. 양희가, 국화가, 경애가 난 자꾸 겹쳐보인다. 무심한듯, 사실은 숨은 아픔이 있지만 남들이 못 웃는 곳에서 웃고, 쓰러져도 혼자 천천히 다시 일어나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들. 나랑은 다르지만 그래도 그런 이들 자꾸 보니까 왠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금희언니 소설 속 남자들 중에는 또 꽤나 섬세하고 잘 우는 남자가 많이 나오는데, 공상수는 그 중에도 가장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남녀 다 합쳐도 사랑할 만한 캐릭터였다. 멋있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있긴 있는 거였어. 좋아서 멋있을 수도 있는 거야.
우리처럼 어른이 못된, 죽어서도 용서 받지 못하고 잊혀진 아이들을 생각한다. 은총이처럼 누군가의 절친이고 사랑이고 가족이고 가능성이었을 아이들. 그러니 죽음에는 충분히 슬퍼하고 슬퍼하지 못하더라도 슬픔을 모욕하지는 말자. 차가운 나의 늦은 깨달음이다.
베트남에서 아이가 든 배를 잡고 한참 기다리다 겨우 먹은 반미의 맛을 알아서, 호찌민은 가보지도 못했는데 괜히 반가웠다. 그곳에 쏟아부은 열정과 좌절된 꿈이 왠지 슬프지만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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