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20190708 손원평

장기하와 얼굴들-사람의 마음
https://youtu.be/z_pqa36VHz8

오랫동안 읽고 싶었는데 오늘 읽었다. 오랫만에 읽는 청소년 소설, 잘 읽히고 금세 읽혀서 좋다.
선윤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할머니가 괴한의 칼에 찔려 죽고 엄마가 괴한의 망치에 맞아 식물인간이 되었어도 슬픔, 분노, 어떠한 감정 표현도 하지 못한다. 그런 윤재가 곤과 도라를 만나고, 심박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럭저럭 살아가고 변해간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을 설정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상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이름 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의 고통에 무심하거나, 감정을 억누르고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본성이 지닌, 타고난 잔인함 일 수도 있고 섣부르게 공감하다 고통마저 옮을까, 두려워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걸 수도 있다.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문화도 있다. 울지 마, 바보같이.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면 흉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하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윤재가 그리 이상한 것 같지 않다.

클리셰인지, 사랑을 느끼면 정신 없고 관자놀이가 지끈대듯 아픈 것 같고 그걸 보는 어른이 흐뭇하게 자라는 거란다 운운, 하는 걸 보면 으으으으 못 견디겠다. 저런 식으로 밖엔 안 되나. 혹은 궁금해진다. 다들 사랑에 빠지면 저래? 보고싶다, 같이 있고 싶다, 만지고 싶다 거기에 더해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이거 이상으로 헤롱대고 열이 나고 다들 그런 증상이 있는거야? 아니면 글로만 존재하는 질환인가. 나만 못 느껴본 건가. 아니면 같은 마음을 저렇게 표현한 건가. 진심 궁금해서 그래.

소재의 독특함, 독특한 주인공이지만 보편적인 성장 서사가 될 수 있는 이야기, 우정, 사랑, 계절의 변화와 주인공의 눈에 비친 모습 묘사, 발화가 감정이 절제된 듯, 척, 하지만 사실 표현 하나하나가 엄청 문학적이다. 청소년들 읽기에도 매끄럽고 잘 쓴 소설이다. 애기가 4개월 때 초고를 썼다고 했다. 흥! 잘했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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